"학교서열화, 브레이크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할것"

[기고]국제중 지정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송병춘 변호사 (민변 교육청소년위원장)

초․중등교육을 망치게 될 국제중학교 설립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8. 20. 보도자료를 통하여 영훈중학교 및 대원중학교를 특성화중학교로 지정, 교명을 국제중학교로 변경하겠다는 「특성화중학교 지정 및 교명 변경(안)」을 발표하였다.

현 공정택 교육감은 2006.에도 위 두 학교를 국제중학교로 지정하려다가, 교육부의 반대로 이를 실현하지 못하였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확대하는 등 고등학교 평준화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국제중학교 지정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 상위 5%로 대표되는 강남 지역의 기득권층은 현 공정택 교육감의 당선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으며,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직후 자신을 지지해 준 기득권층에 대한 선물로서 국제중학교 설립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국제중학교 지정의 명분은 첫째, 소위 글로벌인재의 양성, 둘째, ‘장기해외거주 학생 교육연계성 강화’, 셋째, 조기유학 욕구를 수용하여 그 폐단을 막아내겠다는 것 등인데, 「초․중등교육법」에는 이미 각종학교로서 외국인학교 등의 설립 근거 규정이 마련되어 있고, 동 시행령 제75조에 외국인학생, 외국에서 귀국한 학생 등을 위해서 중학교 입학방법에 있어서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해외거주 학생 교육연계성 강화’라는 설립 목적은 타당치 않다.

조기유학 수요를 흡수한다는 목적 역시, 조기유학이 국내 일류고교, 국내 일류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단기 어학연수가 일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기유학을 차단할 수 없는 반면, 오히려 단기 어학연수를 조장할 가능성이 훨씬 많아 보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의 특성화중학교는 ‘교육과정 등의 운영을 특성화’하는 학교인데, 여기서 특성화학교란, 초․중등교육법 제71조(특성화고등학교)를 유추하여 해석하자면,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①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교육을 하는 학교로서 예체능계 중학교 등을 들 수 있고, ②자연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하는 학교로서 공동체학교, 전원학교 등의 대안학교가 이 특성화중학교의 범주에 든다고 할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국제중학교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영어와 사회교과 수업 시간을 증배하는 등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영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중학교 과정에서 사회교과 수업을 증배하는 것만으로 국제관계 분야의 인재가 양성될 수도 없다고 본다. 이미 부산국제중학교, 청심국제중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국제관계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사회교과 수업을 증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제중학교 설립으로 인하여 의무교육 과정의 학교가 성적 순으로(학생부, 경시대회 성적 등) 학생을 선발하고, 고액의 수업료 등을 징수함으로써 중학교 간의 서열화와 입학경쟁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한번 이러한 학교들이 설립되기 시작하면, 그밖에 상당수 사립학교들 역시 국제중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전면적인 입시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국제중학교가 그 설립 취지에 맞게 교육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특성화가 아닌 서열화와 과도한 입학경쟁을 통하여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체제에 어떠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가교육정책 차원의 검토가 필요한데, 서울시 교육감은 이와 관련하여 교육전문가들에게 단 한 건도 연구․검토를 의뢰한 적이 없었고, 시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연구보고서 작성 → 공청회 등).

단지 영어로 수업한다는 것만으로 교육과정이 특성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실제로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 이미 개교한 청심국제중, 부산국제중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실 국제중학교는 영어 수업을 통한 외국어능력 및 국제관계에 관한 지식, 정보의 습득에 주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글로벌인재’ 양성은 허구), 상급학교 입시를 위한 입시명문학교, 귀족학교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제중학교 설립의 위법성, 위헌성

공정택 교육감은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국제중학교 지정계획에 대한 행정예고, 서울시 의회 교육위원회의 동의 절차 등을 거칠 것으로 보이나,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연구검토,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국제중학교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단지 영어로 수업한다는 것뿐이지 국제 이해교육을 담보할 수 있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특성화란 교육과정의 내용 문제이지 교수언어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국제중학교는 ‘교육과정의 특성화’라는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의 관련 규정에 합치되지 않는 학교이다.

특히 초․중등교육법이 특성화고등학교와 특수목적고등학교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고, 특수목적고의 경우 그 종류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또한 국제계열의 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의 하나임에 비추어, 중학교 과정에서는 특수목적중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청심국제중, 부산국제중을 흔히 특수목적중학교로 부르고 있는데, 이 역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초․중등교육법에 그 설립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나, 특성화중학교의 경우, 법률에 없는 것을 시행령에 갑자기 삽입한 것으로서 초중등교육법 제76조는 교육제도법정주의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국제중학교 지정고시에 대한 취소 소송의 가능성

2006.의 경우와는 달리 공정택 교육감의 학교 서열화 정책은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역시 학교 서열화, 교육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도 최근 국제중학교 설립에 반대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학교 서열화 정책에 제동을 걸려면 최후의 수단으로서 광범한 대중적 저항을 조직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개혁 세력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계속 참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촛불 민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까지 참패하였고, 그리하여 결국 학교서열화 정책의 완결판이라 할 국제중학교 설립 사태까지 초래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번 국제중학교 설립 사태를 진지한 반성의 계기로, 그리고 새로운 결집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사법부의 판단에 기대를 걸어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사법부가 이념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향이 있어 왔고, 특히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과거처럼 조심스럽게 국민여론을 살피는 모습 보다는 노골적으로 편향적 판결을 내놓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집단이 아닌 만큼,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 더욱이 소송을 통하여 쟁점들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으므로, 대중적 반대운동을 이념적,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도 있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취소 청구의 대상은 10월 중으로 공고될 국제중학교 지정 고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행정예고 단계에서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고, 또한 10. 경 지정고시가 공고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므로, 미리 원고단을 모집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취소 소송의 제기는 처분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하므로, 고시 취소 청구와 동시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필요가 있다. 소송 진행 중에 국제중학교가 개교라도 하게 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