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썬!” 최면수사로 막힌 사건이 술술?
2007년 9월 17일 세 명의 40대 남자들이 술을 마시던 중 오모(49)씨가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현장에 있던 마지막 목격자 박모(43)씨는 “모두 만취해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뚜렷한 증거와 동기를 찾지 못한 경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면수사를 통해 박씨의 기억을 되살려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오후 박씨는 최면수사를 통해 사건 당일 기억을 더듬어갔다.
“자, 그날 밤으로 돌아갑니다. 술은 어디에서 마셨나요?”
“동료 3명과 함께 군산 장재동 집에서 술을 마셨어요. 가게에서 사온 소주 10병과 맥주 10병을 나눠마셨어요. 그 뒤로 기억이 끊겼어요.”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나요?”
“동료끼리 사소한 이유로 말다툼이 났어요. 서로 우기다가 이모(41)씨가 소주병을 깬 뒤 오모(49)씨의 목을 두 차례 찔렀어요. 말렸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어요.”
박씨가 최면상태에서 내놓은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경찰은 이씨를 재차 추궁했다. 결국 전과 12범인 이씨는 술김에 오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범행을 자백했고 사건은 해결됐다.
군산 살인미수 사건(전북경찰청)
미궁에 빠진 군산 살인미수 사건에서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수사기법은 다름 아닌 최면수사였다. 한동안 ‘레드썬’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의 ‘전생체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5월 남원 유치원 교사 납치 강도사건도 최면수사 기법을 활용해 범인들을 잡은 대표적 경우로 꼽힌다.
작년 5월 26일 남원시 이백면에서 4인조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유치원 교사 A(당시 29.여)씨는 최면수사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차량이 군청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것과 차량번호 4자리를 기억해 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 대상을 압축해 동종 전과의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전북경찰은 작년 한해 동안만 최면수사를 통해 7건의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최면수사(hypno-investigation)란 법 최면(forensic hypnosis)과 같은 의미로 범죄 수사에 최면을 이용하는 수사기법이다. 범행동기나 증거를 남기지 않는 이른바 ‘지능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최면수사가 적용되는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다.
최면수사는 피해자나 목격자가 범죄를 경험하거나 목격할 당시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어 범죄 사항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 또는 시간의 경과로 인한 망각으로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용되는 방법이다.
최면을 통해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킨 뒤 목격 당시의 상황적, 심리적 특징을 되짚어 사건 관련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회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897년에 일어난 한 살인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밝히려고 최면전문가를 감정인으로 채택하여 활용한 이래 최면은 각종 범죄수사 및 법정에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LA 경찰의 최면수사관인 Reiser(1978)는 살인, 강간, 유괴 등 강력범죄 사건의 약 60%에서 최면을 이용하여 새로운 중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들 중 약 90%에서는 다른 보강자료에 의해서 최면상태에서 회상한 기억이 정확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면수사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정신과 전문의 박희관이 범인의 차량을 본 목격자에게 최면을 유도하여 차량번호를 회상시켜 범인을 검거한 사례가 정신의학지에 처음으로 보고된 바 있다. 최면수사가 경찰수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몇 년간이다. 지난 199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최면수사 전담부서가 설치되면서 최면수사관 양성교육이 시작됐다.
최면수사 이렇게 한다
범죄수사의 최면은 대상자를 사건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의식이 유도된 주의 집중 상태’다. 하지만 최면으로 인해 인간의 모든 기억이 생생해지고, 당시 상황에 대한 완벽한 진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면은 대상자와 최면을 거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으로 일방적인 최면지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면은 자신이 원하더라도 잘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대상자가 최면을 거는 사람을 불신하거나 충분한 동기가 없으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법최면 수사관들도 최면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피최면자와의 신뢰성 형성과 더불어 ‘한국판 상상력 몰입척도’ 양식에 따라 테스트를 한다. 일종의 ‘최면감수성 검사’다.
일단 최면상태에 돌입하면 최면여부를 판단한다. 예를들면 ‘팔 무거워지기’가 있다.
어느 정도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팔을 어깨 높이로 들어올리게 한 다음, ‘팔에 책이 한 권 올려집니다. 팔에 책이 두 권 올려집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그 책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팔이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냄새’에 대한 암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당신의 코 앞에는 식초가 있습니다’라는 식의 말을 했을 때, 피최면자에게서 침이 고이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면 최면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 이외에는 정확히 최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건 수사에서 최면은 피해자 및 목격자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범죄의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최면은 의식이 고도로 집중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면수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
최면수사의 어려운 점은 최면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수사를 꺼리는 목격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력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경우는 “최면상태에서 당신이 나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이는 최면상태가 무의식 또는 수면상태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면은 수면 상태가 아니다. 최면은 생리적인 과정에서 활동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지는 점 등 수면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깨끗한 상태이다. 고도의 각성상태이며 중간정도의 최면에 걸린 대부분의 피최면자는 자신의 주변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최면이 종료된 후에도 최면 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할 수 있다.
또 최면상태에서는 자기 의사 및 의지에 반한 행동을 할 수 있어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즉, 최면상태 동안에 요구된 행동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스스로 빠져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또 최면과 건강과의 관계도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최면 자체는 건강에 해롭지 않지만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비윤리적으로 최면을 거는 경우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무지 등으로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최면수사, ‘만능열쇠’인가?
그렇다면 기억나지 않는 장면들이 최면상태에서는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함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실장은 “최면에 걸리면 무의식이 의식과 분리돼 자유롭게 활동하는, 이른바 해리(解離)상태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리상태에서는 성폭행범의 옆얼굴밖에 기억하지 못하던 사람도 성폭행범 앞에 있던 토끼인형을 기억해서 자신이 그 인형이 됐다고 상상해 성폭행범의 앞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뚜렷한 증거가 없는 살인·강도·강간 사건에서 용의자 몽타주 작성은 거의 최면수사를 거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정남규 사건, 화성 여대생 실종 사건 때도 국과수가 주변 목격자 수십 명을 상대로 최면수사를 했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박주호 법최면수사관은 “최면상태에 들어가면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하기 쉬워지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며 “최면을 잘 활용하면 법인의 얼굴과 옷차림, 심지어 양말 색깔까지 기억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수사관은 이어 “그러나 최면수사는 사건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한다”며 “대부분 수사가 막다른 길에 부딪혔을 때 활용되며, 최면상태에서 받은 진술은 현실에서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면수사가 사건해결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같은 장면을 목격해도 주관에 따라 다른 진실을 기억하는 등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05년 20대 여자 회사원이 퇴근길에 실종돼 며칠 뒤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그 여성이 마지막으로 갔던 식당 주인과 2명의 종업원을 상대로 최면을 걸었는데 3명의 말이 모두 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자, 그날 밤으로 돌아갑니다. 술은 어디에서 마셨나요?”
“동료 3명과 함께 군산 장재동 집에서 술을 마셨어요. 가게에서 사온 소주 10병과 맥주 10병을 나눠마셨어요. 그 뒤로 기억이 끊겼어요.”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나요?”
“동료끼리 사소한 이유로 말다툼이 났어요. 서로 우기다가 이모(41)씨가 소주병을 깬 뒤 오모(49)씨의 목을 두 차례 찔렀어요. 말렸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어요.”
박씨가 최면상태에서 내놓은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경찰은 이씨를 재차 추궁했다. 결국 전과 12범인 이씨는 술김에 오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범행을 자백했고 사건은 해결됐다.
군산 살인미수 사건(전북경찰청)
미궁에 빠진 군산 살인미수 사건에서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수사기법은 다름 아닌 최면수사였다. 한동안 ‘레드썬’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의 ‘전생체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5월 남원 유치원 교사 납치 강도사건도 최면수사 기법을 활용해 범인들을 잡은 대표적 경우로 꼽힌다.
작년 5월 26일 남원시 이백면에서 4인조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유치원 교사 A(당시 29.여)씨는 최면수사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차량이 군청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것과 차량번호 4자리를 기억해 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 대상을 압축해 동종 전과의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전북경찰은 작년 한해 동안만 최면수사를 통해 7건의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최면수사(hypno-investigation)란 법 최면(forensic hypnosis)과 같은 의미로 범죄 수사에 최면을 이용하는 수사기법이다. 범행동기나 증거를 남기지 않는 이른바 ‘지능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최면수사가 적용되는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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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관이 최면수사에 앞서 최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 더 보기
- ⓒ 월간 말
최면수사는 피해자나 목격자가 범죄를 경험하거나 목격할 당시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어 범죄 사항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 또는 시간의 경과로 인한 망각으로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용되는 방법이다.
최면을 통해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킨 뒤 목격 당시의 상황적, 심리적 특징을 되짚어 사건 관련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회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897년에 일어난 한 살인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밝히려고 최면전문가를 감정인으로 채택하여 활용한 이래 최면은 각종 범죄수사 및 법정에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LA 경찰의 최면수사관인 Reiser(1978)는 살인, 강간, 유괴 등 강력범죄 사건의 약 60%에서 최면을 이용하여 새로운 중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들 중 약 90%에서는 다른 보강자료에 의해서 최면상태에서 회상한 기억이 정확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면수사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정신과 전문의 박희관이 범인의 차량을 본 목격자에게 최면을 유도하여 차량번호를 회상시켜 범인을 검거한 사례가 정신의학지에 처음으로 보고된 바 있다. 최면수사가 경찰수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몇 년간이다. 지난 199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최면수사 전담부서가 설치되면서 최면수사관 양성교육이 시작됐다.
최면수사 이렇게 한다
범죄수사의 최면은 대상자를 사건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의식이 유도된 주의 집중 상태’다. 하지만 최면으로 인해 인간의 모든 기억이 생생해지고, 당시 상황에 대한 완벽한 진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면은 대상자와 최면을 거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으로 일방적인 최면지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면은 자신이 원하더라도 잘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대상자가 최면을 거는 사람을 불신하거나 충분한 동기가 없으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법최면 수사관들도 최면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피최면자와의 신뢰성 형성과 더불어 ‘한국판 상상력 몰입척도’ 양식에 따라 테스트를 한다. 일종의 ‘최면감수성 검사’다.
일단 최면상태에 돌입하면 최면여부를 판단한다. 예를들면 ‘팔 무거워지기’가 있다.
어느 정도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팔을 어깨 높이로 들어올리게 한 다음, ‘팔에 책이 한 권 올려집니다. 팔에 책이 두 권 올려집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그 책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팔이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냄새’에 대한 암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당신의 코 앞에는 식초가 있습니다’라는 식의 말을 했을 때, 피최면자에게서 침이 고이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면 최면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 이외에는 정확히 최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건 수사에서 최면은 피해자 및 목격자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범죄의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최면은 의식이 고도로 집중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면수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
최면수사의 어려운 점은 최면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수사를 꺼리는 목격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력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경우는 “최면상태에서 당신이 나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이는 최면상태가 무의식 또는 수면상태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면은 수면 상태가 아니다. 최면은 생리적인 과정에서 활동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지는 점 등 수면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깨끗한 상태이다. 고도의 각성상태이며 중간정도의 최면에 걸린 대부분의 피최면자는 자신의 주변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최면이 종료된 후에도 최면 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할 수 있다.
또 최면상태에서는 자기 의사 및 의지에 반한 행동을 할 수 있어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즉, 최면상태 동안에 요구된 행동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스스로 빠져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또 최면과 건강과의 관계도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최면 자체는 건강에 해롭지 않지만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비윤리적으로 최면을 거는 경우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무지 등으로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최면수사, ‘만능열쇠’인가?
그렇다면 기억나지 않는 장면들이 최면상태에서는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함근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실장은 “최면에 걸리면 무의식이 의식과 분리돼 자유롭게 활동하는, 이른바 해리(解離)상태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리상태에서는 성폭행범의 옆얼굴밖에 기억하지 못하던 사람도 성폭행범 앞에 있던 토끼인형을 기억해서 자신이 그 인형이 됐다고 상상해 성폭행범의 앞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뚜렷한 증거가 없는 살인·강도·강간 사건에서 용의자 몽타주 작성은 거의 최면수사를 거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정남규 사건, 화성 여대생 실종 사건 때도 국과수가 주변 목격자 수십 명을 상대로 최면수사를 했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박주호 법최면수사관은 “최면상태에 들어가면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하기 쉬워지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며 “최면을 잘 활용하면 법인의 얼굴과 옷차림, 심지어 양말 색깔까지 기억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수사관은 이어 “그러나 최면수사는 사건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한다”며 “대부분 수사가 막다른 길에 부딪혔을 때 활용되며, 최면상태에서 받은 진술은 현실에서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면수사가 사건해결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같은 장면을 목격해도 주관에 따라 다른 진실을 기억하는 등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05년 20대 여자 회사원이 퇴근길에 실종돼 며칠 뒤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그 여성이 마지막으로 갔던 식당 주인과 2명의 종업원을 상대로 최면을 걸었는데 3명의 말이 모두 달랐다”고 밝힌 바 있다.
- 최면감수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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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감수성이란 자기내면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성인보다는 9~12세 어린이가 더 최면 감수성이 높다. 양손을 깍지를 꼈을 때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가면 최면감수성이 높다. 또, 멀리 있는 물체를 하나 겨냥해 볼 때 왼손에 촛점이 잘 맞는 사람, 눈동자를 위로 올렸을 때 흰자위가 많이 보이는 사람 등이 최면에 잘 걸린다.
나의 최면감수성 테스트
아래의 각 문항을 읽고 자신이 해당되는 점수를 매겨 각각의 점수를 합산한다.
○ 자주 또는 언제나 그렇다(3점)
○ 때때로 그렇다(2점)
○ 거의 아니다(1점)
○ 전혀 아니다(0점)
1. 당신은 TV 프로그램, 영화, 연극과 같은 것을 보면서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 체 빠져드는 경험을 합니까?
2. 대화 도중에 상대방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일이 있습니까?
3.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 깊이 빠져듭니까?
4. 빨간 신호등에 정지하여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 이미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 차의 경적소리에 놀라는 일이 있습니까?
5. 과거 일인데도 마치 현실처럼 선명하게 회상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까?
6. 어떤 사람이 아주 유창하게 또는 분위기 있게 말을 잘 하면 감동을 잘 받습니까?
7.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있습니까?
8.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시계를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거나 놀랐던 적이 있습니까?
9.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자신은 잘 기억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까?
10. 처음에는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상처를 발견하고서야 다쳤다는 것을 아는 때가 있습니까?
쪹 20~30점이면 최면에 걸릴 확률이 높다. 10~19점 중간정도의 가능성. 10점 이하는 낮은 가능성(10점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문항에든 2점이나 3점을 주었다면 총점이 암시하는 이상으로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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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9-01 18:19:50
- 최종편집: 2008-09-06 12: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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