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정부 정책에 고통 받는 풍납동 주민들
서울 풍납동 주민단체인 풍납동문화대책위원회와 문화운동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지난 7월 7일과 17일 두 번의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서울시 의뢰로) 한신대박물관이 조사한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 우물터가 발견되고 토기를 비롯한 많은 유물이 수습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유적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발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다시 발굴 현장을 덮어버리려 한다”면서 “정확한 유적의 성격 규명과 발굴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추가 조사와 현장 전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 발굴조사는 올림픽공원 안 몽촌토성 인근에 건설되는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이런 목적이 달성되자 서울시는 곧바로 발굴을 중단했다. 왜냐하면 추가로 유적을 조사할 경우 서울시가 주민들의 주택과 토지를 매입하고 보상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들의 요구는 ▲풍납토성 유적보존과 지역주민을 위한 특별법 제정 ▲풍납토성에서 발굴한 유적을 전시할 박물관 건립 ▲풍납동 주민의 생존권 보장과 조속한 주민 대책 마련 ▲그동안의 무책임한 대처에 대해 사과하고 풍납토성 발굴과 보존, 활용에 대한 장단기 계획 마련 ▲서울시와 맺은 담배소비세 양해각서 내용 감사와 1989년부터 징수해온 수조원의 담배소비세 사용내역 공개 등이 요지였다.
농성의 발단
10여 년 전, 1997년 풍납토성 내부지역인 경당연립, 미래마을, 외환은행 건축 부지에서 유구 및 유물이 발견되었다. 당시 정부(대통령 참석 국무회의)는 풍납토성이 백제 위례성이라면 역사적으로 대단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 여겼다. 만약 가치가 있다면 보존 여부를 빨리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풍납동 주민들의 고통은 시작되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경당지구 등 풍납동 전체 면적의 29.5%에 달하는 23만 1천490㎡가 사적(史蹟)으로 지정되면서 건축행위 등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됐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주변 지역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팔리지도 않았다. 이주의 자유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한 채 답답함만 더해갔다.
거주민들의 고통
현재 이곳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5층 이상의 건물신축이 제한되어 있으며, 유물과 유적이 지하 2 ~ 3미터 아래에 매장되어 있어 지하터파기도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5층 이하의 낡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은 재건축도 어렵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도 쉽지 않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비단 재건축 금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집값 하락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문화재 살리기’를 통해 문화재를 발굴·보존하는 한편, 주민들의 이주권이나 재건축 등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홍제 풍납동문화재대책 부위원장은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지역은 지하철 5?호선이 지나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편의시설과 종합병원, 한강고수부지가 가까이 있어 최고의 주거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지정으로 인해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인근지역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고 토로하면서 “우리의 고통에 대해 누가 발 벗고 뛰겠는가? 주민 모두가 한 목소리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왕궁의 유물이 있는 곳만 사적지로 지정하고 나머지 지역은 문화재 보전지역을 해제하여 재산권 행사를 하게해야 한다. 또 문화재 보전지역 해제가 어렵다면, 인근지역에 대토를 주어 전 주민들이 집단이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풍납토성의 가치와 발굴조사의 당위성
풍납토성(사적 11호)은 한강변에 남아 있는 초기 백제 시기의 토축 성곽으로 원래는 둘레가 4Km에 달하는 큰 규모의 토성이었으나, 1925년 홍수로 남서쪽 일부가 잘려나가 현재는 약 2.7Km 가량 남아있다. 이곳에서는 풍납리식 민무늬토기와 신라식 토기들과 그물추·물레·가락바퀴(방추차) 등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선문대학교 고고학과 이형구 교수가 측량한 결과에 따르면 풍납토성은 둘레가 약 3.5Km, 밑변이 30~40m, 높이가 15m, 넓이 약 26만평으로, 현존하는 국내 토성 중 최대 규모다. 2000년 4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발표를 통해 '이 성이 기원전 2세기에서 3세기에 축성된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성의 규모와 축성된 시기를 보았을 때, 당시 이 성을 축조한 백제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국가 체제를 수립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풍납토성은 초기 한성백제의 수도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최근 발굴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특이한 유적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언급한 뒤 “10여 년 전부터 문화유적지로 지정되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세운 다음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납토성과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대책 필요
송파구 풍납동 경당지구 북쪽 지역은 이르면 내년부터 발굴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경당지구 44호 북쪽 인접지역 주택 20여 가구들에 대한 사적지정, 보상 및 이주를 위해 보상예산의 지원이 증액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며, 이 지역에 대한 보상과 이주가 완료되면 연장 학술 발굴 조사는 문화재청과 적극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당지구는 조경시설을 하고, 지하유구에 지장이 없는 주민편의시설 조성 등에 대해서도 서울시, 송파구청, 문화재청과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에서는 풍납토성에 대한 바람직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말부터 경당지구 발굴 재개와 주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던 풍납동문화재대책위원회는 보름여간의 농성을 풀고 향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노승재 송파구 구의원은 “풍납동 주민들이 100% 만족한 것은 아니”라며 “문화재청이 TF팀과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약속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납동에서는 8월 13일부터 9월 24일까지 가구주(부분조사)를 대상으로 풍납토성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주민 설문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음카페 ‘풍납동 소식’과 ‘우리 풍납동’에서는 설문 조사와 관련 가구주들이 부분조사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은 문화재청과 송파구청이 함께 주관한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등떠밀기식 책임 전가와 회피로 점철된 안일한 문화재 정책으로 고통 받아온 풍납동 주민들. 백제고도(古都) 풍납토성과 풍납동 주민들이 같이 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은 “최근 (서울시 의뢰로) 한신대박물관이 조사한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 우물터가 발견되고 토기를 비롯한 많은 유물이 수습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유적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발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다시 발굴 현장을 덮어버리려 한다”면서 “정확한 유적의 성격 규명과 발굴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추가 조사와 현장 전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 발굴조사는 올림픽공원 안 몽촌토성 인근에 건설되는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이런 목적이 달성되자 서울시는 곧바로 발굴을 중단했다. 왜냐하면 추가로 유적을 조사할 경우 서울시가 주민들의 주택과 토지를 매입하고 보상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들의 요구는 ▲풍납토성 유적보존과 지역주민을 위한 특별법 제정 ▲풍납토성에서 발굴한 유적을 전시할 박물관 건립 ▲풍납동 주민의 생존권 보장과 조속한 주민 대책 마련 ▲그동안의 무책임한 대처에 대해 사과하고 풍납토성 발굴과 보존, 활용에 대한 장단기 계획 마련 ▲서울시와 맺은 담배소비세 양해각서 내용 감사와 1989년부터 징수해온 수조원의 담배소비세 사용내역 공개 등이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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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납토성 유적 발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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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말
농성의 발단
10여 년 전, 1997년 풍납토성 내부지역인 경당연립, 미래마을, 외환은행 건축 부지에서 유구 및 유물이 발견되었다. 당시 정부(대통령 참석 국무회의)는 풍납토성이 백제 위례성이라면 역사적으로 대단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 여겼다. 만약 가치가 있다면 보존 여부를 빨리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풍납동 주민들의 고통은 시작되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경당지구 등 풍납동 전체 면적의 29.5%에 달하는 23만 1천490㎡가 사적(史蹟)으로 지정되면서 건축행위 등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됐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주변 지역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팔리지도 않았다. 이주의 자유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한 채 답답함만 더해갔다.
거주민들의 고통
현재 이곳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5층 이상의 건물신축이 제한되어 있으며, 유물과 유적이 지하 2 ~ 3미터 아래에 매장되어 있어 지하터파기도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5층 이하의 낡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은 재건축도 어렵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도 쉽지 않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비단 재건축 금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집값 하락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문화재 살리기’를 통해 문화재를 발굴·보존하는 한편, 주민들의 이주권이나 재건축 등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홍제 풍납동문화재대책 부위원장은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지역은 지하철 5?호선이 지나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편의시설과 종합병원, 한강고수부지가 가까이 있어 최고의 주거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지정으로 인해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인근지역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고 토로하면서 “우리의 고통에 대해 누가 발 벗고 뛰겠는가? 주민 모두가 한 목소리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왕궁의 유물이 있는 곳만 사적지로 지정하고 나머지 지역은 문화재 보전지역을 해제하여 재산권 행사를 하게해야 한다. 또 문화재 보전지역 해제가 어렵다면, 인근지역에 대토를 주어 전 주민들이 집단이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풍납토성의 가치와 발굴조사의 당위성
풍납토성(사적 11호)은 한강변에 남아 있는 초기 백제 시기의 토축 성곽으로 원래는 둘레가 4Km에 달하는 큰 규모의 토성이었으나, 1925년 홍수로 남서쪽 일부가 잘려나가 현재는 약 2.7Km 가량 남아있다. 이곳에서는 풍납리식 민무늬토기와 신라식 토기들과 그물추·물레·가락바퀴(방추차) 등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선문대학교 고고학과 이형구 교수가 측량한 결과에 따르면 풍납토성은 둘레가 약 3.5Km, 밑변이 30~40m, 높이가 15m, 넓이 약 26만평으로, 현존하는 국내 토성 중 최대 규모다. 2000년 4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발표를 통해 '이 성이 기원전 2세기에서 3세기에 축성된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성의 규모와 축성된 시기를 보았을 때, 당시 이 성을 축조한 백제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국가 체제를 수립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풍납토성은 초기 한성백제의 수도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최근 발굴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특이한 유적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언급한 뒤 “10여 년 전부터 문화유적지로 지정되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세운 다음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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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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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말
풍납토성과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대책 필요
송파구 풍납동 경당지구 북쪽 지역은 이르면 내년부터 발굴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경당지구 44호 북쪽 인접지역 주택 20여 가구들에 대한 사적지정, 보상 및 이주를 위해 보상예산의 지원이 증액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며, 이 지역에 대한 보상과 이주가 완료되면 연장 학술 발굴 조사는 문화재청과 적극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당지구는 조경시설을 하고, 지하유구에 지장이 없는 주민편의시설 조성 등에 대해서도 서울시, 송파구청, 문화재청과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에서는 풍납토성에 대한 바람직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말부터 경당지구 발굴 재개와 주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던 풍납동문화재대책위원회는 보름여간의 농성을 풀고 향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노승재 송파구 구의원은 “풍납동 주민들이 100% 만족한 것은 아니”라며 “문화재청이 TF팀과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약속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납동에서는 8월 13일부터 9월 24일까지 가구주(부분조사)를 대상으로 풍납토성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주민 설문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음카페 ‘풍납동 소식’과 ‘우리 풍납동’에서는 설문 조사와 관련 가구주들이 부분조사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은 문화재청과 송파구청이 함께 주관한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등떠밀기식 책임 전가와 회피로 점철된 안일한 문화재 정책으로 고통 받아온 풍납동 주민들. 백제고도(古都) 풍납토성과 풍납동 주민들이 같이 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9-01 18:07:22
- 최종편집: 2008-09-06 12: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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