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사그라들었나요?”
82쿡의 피아니스트, ‘B-Rossette’ 작곡가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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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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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이기겠죠?” 피아니스트 김수진 씨가 『말』8월호 표지를 보고 던진 첫 마디다. 수진씨의 본 직업은 꽤나 유명한 드라마 작곡가다(하얀거탑, 목포는 항구다, 구타유발자들 등).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의 B-Rossette은 이미 문화생활을 끊은(?) 기자도, 몇번은 들어본 곡이었다. 그를 인터뷰 한 뒤 들어보니, 왠지 물대포에 온 몸으로 맞서는 촛불시위대의 모습이 겹쳐질 만도 한 곡이었다.
수진 씨를 인터뷰하게 된 것은 촛불정국에서 조선일보 광고주 ‘괴롭히기’로 주목받았던 82쿡의 근황이 듣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는 사실 82쿡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없는 사람이었다. 몇달전만 해도 그는 82쿡이라는 요리 커뮤니티의 ‘눈팅’회원에 불과했다.
“원래 82쿡 게시판은 익명이었어요. 말하자면 다 유령이었던 거에요. 저는 댓글도 거의 안달았어요. 그런데 누구를 비판하는 글을 쓰자니 고정 닉네임을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죠.”
사실 이런 점이 촛불을 끄려하는 정부나 검찰, 조중동에서도 가장 난감했던 부분일 것이다. 모래알처럼 개개인으로 남아있던 집단이 진흙처럼 변해왔다고 해야할까. 82쿡을 비롯해 ‘소울드레서’ ‘쌍코’ 등 이번 촛불시위의 한 축이 된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얼마전까지도 서로에게 또 정치 현안에 무관심한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어느 분도 자기가 살아가다가 10명 이상 모이는 일에 동참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해요. 어떻게 보면 어떤 화장품이 좋은가, 무슨 영화가 좋은가 같은 개인적인 기호를 추구하던 사람들에게 ‘우리’라는 개념이 형성된거죠. 기륭전자도 알게 됐고.”
최근 82쿡 회원들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에 동조단식을 하는 등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100번째 촛불집회가 있었던 8월 15일에는 “깨어나라 대한민국” “근조 민주주의” 등을 구호로 10여개의 커뮤니티에서 7~800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대형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촛불이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촛불들은 우리 사회의 더 넓고 깊은 곳들로 번져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조금 지치기도 했죠. 하지만 다들 뭐라고 하시냐면 지금 끝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갈 건데, 2MB가 워낙 원천봉쇄를 하니까 촛불이 사그라진 게 아니라 촛불이 우리 가슴속에 들어와 있다. 촛불의 형태가 횃불로 바뀌었고, 진화하고 있고.”
촛불정국의 파고를 피하지 않고 넘어온 82쿡 회원들은 생활에도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이 생겼다. 한 번은 선을 보러 갔던 여성회원이, 상대 남성이 ‘조선일보 논조’로 촛불을 얘기하자 ‘대판 쏴주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고 한다. “선 볼 사람이나 남편감으로는 촛불집회 3회 이상 참석자가 1차 조건이라는 얘기도 있었죠. 하하.” 인터뷰를 마치고 김수진씨는 “우리 동네에 오셨으니 제가 내야죠”라며 차값을 카드로 계산했다. 수진씨가 매출전표에 한 서명을 가만보니 ‘조선폐간’이다. “정치라는 게 굉장히 거창한 건 줄 알았거든요. 나랑 먼 얘기, 상관없는 얘긴 줄 알았는데. 정치라는게 우리한테는 삶이구나, 한번 알아버렸기 때문에 이제 이명박 정부 이후라도 잊어버릴 수 없어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이명박 혼자서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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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8-08-30 13:46:52
- 최종편집: 2008-09-04 21: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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