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정당과 투쟁적 정당은 다르다"

[인터뷰]민주당 김성순 의원

정인미 기자 / naiad@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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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성순 의원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대여투쟁까지 지지부진하자 당 쇄신론까지 제기되는 등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에 대한 탈출구를 만들기 위한 고심이 빠져있다. 현재의 민주당의 정치주도세력은 정세균 대표 등 '386' 40대 소장파 의원 그룹 중심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정치적 경륜이 있는 원로 의원들의 모임인 '시니어클럽(가칭)' 결성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창립총회를 통해 신고식을 치른 시니어클럽은 민주당 김성순 의원(송파구병)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 계파나 선수와 관계없이 60대 이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이 모임은 "민주당의 진로에 할말은 하겠다"는 정치 원로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참여정부가 지나친 개혁성향으로 사회갈등구조를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현대 정치는 정당간 이념적 차이를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중도 개혁이 큰 주류"라며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자라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위기를 크게 두가지로 꼽는다. '야성(野性)부족'과 '인물부재'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의 정체성 확립을 주문한다. 그러나 당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개혁'을 화두로 던졌던 민주당이 자칭 중도보수부터 중도개혁, 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혼재 돼 일관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한 정당과 투쟁적 정당은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생각하는 정체성 확립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강한정당' 보다는 '강한정책'이 우선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여투쟁'보다는 서민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선명한 정책만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주택문제와 국토 균형개발에 대한 정책실현에 고심하고 있다.

이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
- 지난 17일 '민주 시니어(가칭)' 창립총회했는데, 이를 결성하게된 계기와 모임의 목적은 무엇인가.

오늘도 신문보니 민주당 지지율 한자리더라. 이는 당연한 것이다. 지금 이상태로 가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본다. 정당이라는 것은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중도개혁정당이다. 그것을 계속 추구해와야 하는데 참여정부 등 중간에 잘못되기도 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미지가 복원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물론 갈수록 보수와 개혁에 대한 차이가 없어지겠지만 정당은 그 정당이 가지고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주 어려운 시민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상대해야 하는데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못했다.

두 번째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간다고 해서 대안정당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할 일이 많다. 그간 끌려가는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 40~50대가 주도한 정당이 다이내믹하고 좋지만 이상적인 조직은 노장년층이 조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60~70대도 정책 결정에 신중하게 참여하기 위해 모임을 만든 것이다. 첫 모임을 해봤는데 적극적이다. 성향들이 다 달라 계파가 있을 수 없고 나이를 먹었다는게 공통점이다.

- 당의 원로로서 당 진로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계파나 선수와 관계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만든 모임인 만큼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연한 거다. 그 사람들이 (우리 의견을)참고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지지도가 낮은 것에 대한 걱정은 공통사항이기 때문에 참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 1차 회의가 끝나고 나서 정세균 대표가 '시니어 위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갈등구조 심화시켜"

-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참여정부가 '개혁'을 표방했던 것이 실수였다는 지적인가.

그런 부분도 있다. 정당은 사회 각계각층을 서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적 아이덴티티 회복이 중요한데, 참여정부는 그것이 부족했다. 각계각층의 갈등구조를 심화시킨 정부였다는 점에서 그전 정부와는 다르다.

- 정당이 자신만의 색채를 부각 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 아닌가.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너무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한계라고 보지 않나.

지금 이명박 정부를 흔히 하는 말로 '1% 부자만을 위한 정부'라고 하는데, 사실 (한나라당이라고해서)중산층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하겠나. 단지 그들은 대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하는 것이고 우리는 중소기업이 중요시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라고 대기업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겠나. 우리가 중소기업을 위해 얼마나 일했고, 서민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왕좌왕하면서 뚜렷한 정체성을 이어오지 못한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당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진짜 서민과 중산층의 입장에서 일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 역시 자신들을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고 보는데.

현대 정치는 정당간 이념적 차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의 노동당도 보수정당과 큰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도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더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은 세계적 정치 방향의 큰 주류는 중도 개혁 주의다. 중도 실용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중도 보수라고도 말하는데, 중도 개혁이 큰 주류다. 거기에서는 큰 이념적 대립이 없다. 적어도 민주당이 제1야당이라면 큰 물줄기를 따라가야 한다. 거기서 충실해야 한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

"강한 정당 보다는 강한 정책 만들어야"

-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이 '강한 정당론'을 주장했다.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인 것 같은데, 이같은 의견에 대해 동의하나.

강한 정당과 투쟁적 정당은 다르다. 야성을 찾아야한다고 하는데, 국회 회의장에서 삿대질한다고 강한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강하게 무장되어야 한다. 국민에게 더 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들어 주거복지에 대한 개선책을 만드는 것이다. 긴급주거안정을 위해서 법을 만들고 서민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부유층 별장이나 빌라와 관계없이 우리는 서민주거의 최저기준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정부로 하여금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강한 야당이다. 소리 지르고 주먹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 주거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서민주거환경 변화의 틀은 무엇인가.

의식주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우리가 국민 부담율이 25.5%이고, 일본 27%, 미국이 28%다. 우리 정도 되면 건강, 보육 등에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보육 때문에 여성들이 일을 못한다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굉장히 잘못되어 있다. 구청에서 시설을 짓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립시설을 '준 시립시설'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직장 내 보육시설도 굉장히 중요하다. 더불어 지금은 의식주 중에서 '주'문제가 가장 크다. 집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다. 이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택문제에는 정부가 개입할 때가 됐다.

-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점은 무엇인가.

국내 장기임대주택 현황은 3.3%다. 미국은 20%, 영국은 22%, 프랑스는 17%다. OECD 국가들은 20% 전후다. 전문가들은 최소 12%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갈길이 멀다. 주택문제는 소유중심에서 거주중심으로 문화를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임대주택은 주택공사에서 계속 지원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하겠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특별부서를 설치해 현재 있는 것을 보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서 개보수하고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법은 거의하지 않고 있다. 긴급주거지원제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관방이나 고시원, 그것도 안되면 수용시설로 가야 하는데, 이들이 긴급하게 들어갈 수 있는 집도 필요하다. 주택정책을 섬세하게 하면 사회의 기본이 달라진다.

- 국내에서 최저주거환경에 대한 조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5년마다 조사를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최저기준이라는 것은 두 식구 가정의 경우 몇평, 부엌, 화장실 여부 등 기준이 있다. 그러나 강제규정이 없다. 기준에 미달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2만6천가구, 13%에 해당된다. 정부에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환경이 열악하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 임대주택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저소득가정에서 간절히 원하는 부분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을 보면 그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겠나.

이명박 정부는 자꾸 신도시를 만든다고 하고 있다. 신도시를 만들자면 지하철, 도로 등 주변기반시설을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든다. 오히려 신도시는 전원주택처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본은 도시재생법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도 서울 근교에 부도심을 만들어 소형주택을 많이 지어주어야 한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신도시에서 힘들게 출퇴근하는 것 보다, 도시근교에 있는 건물에 용적률을 올려서 그 지역 안에서 직장을 다니고 주거도 할 수 있는 도시재생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려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은 순서가 아니다. 정당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다면 정부에서도 채택을 안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들어 뉴타운을 지정하면 원주민들은 울면서 떠나야 한다. 아파트를 지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던 곳에 층수를 올려서 주상복합 형태의 건물을 통해 생활권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아파트를 빽빽하게 짓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재건축해서 보기 좋으라고 왕창 집을 헐어내면 갈데 없는 서민들은 어쩌나. 이런 사람들은 우리 정책을 보고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
'물길잇기사업' = '한반도 대운하'?

- 국토해양위 소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반대에 부딪치자 하천정비사업 명목으로 지역에서 극비리에 운하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을 의심하고 싶지 않은데 의심이 든다. 처음 '대운하'라고 했다가 그 이후에는 '물길잇기사업'이라고 했는데 총리가 세 번에 걸쳐서 부정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물길살리기'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이 예산이 7900억이나 올랐다. 나는 대운하를 하라 하지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난 10월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자치단체장들이 '물길살리기'를 해달라는 건의를 정부에서 받아들였다는 것이었다. 물길살리기를 추진해달라는 사람들이 대운하를 추진하던 사람들이니 의심을 안할수가 없다. 운하는 생태계만 파괴되고 우라나라에는 필요없다.

- 이명박 정부하고는 지역개발에 대한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정부 질문에서 주장한 '서해안개발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노무현 정부 들어서 국토발전을 위해 혁신도시 10개를 만들어놨는데, 가시적으로 균형발전은 되겠으나 신성장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우리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10여년이 지나면 환황해권이 세계경제의 중심, 세계 최대의 산업지대가 되어 세계물류의 핵일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과 경쟁하여 환황해 경제권을 주도하고 실질적인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려면 기존 수도권과 부산권 등 경부축 중심의 국토개발전략에서 벗어나 서해안 서남권을 신(新)국토축으로 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시스템의 국제항만산업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본다.

전라남도 영광군 염산면, 함평군 손불면, 무안군 해제면과 현경면, 신안군 임자면 일대로 현재 416㎢에 3만9천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연안 간석지 220㎢를 매립하고 해안지역 및 도서를 합하면 636㎢ 크기의 항만산업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우리의 경쟁상태인 중국 장삼각지구의 산업체들은 양산항을 수출입항으로 하고 있는데, 이 항구로부터 푸동 경제특구는 50㎞ 거리이고 기타 수져우, 우시, 항저우, 난징, 양저우 등 산업지대는 100~500㎞ 거리여서 환적과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하다. 또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은 푸동 경제특구와 유사하여 군산항, 신항 등을 이용해야하고 30~40㎞ 거리를 운송한다. 하지만 황해항 테크노폴리스는 공장내 자체항만이나 산업별 전용항을 이용하므로 환적이 불필요하고 물류비 '제로'시스템이어서 가장 강한 경쟁력이 있다. 구체적으로 황해항 테크노폴리스의 토지는 국가소유로 하고 공장용지를 저가로 임대 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신도시 건설보다 적응 비용으로 할 수 있다.

- 정부 차원에서 35억 예산을 편성해서 항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신(新)청해진 프로젝트'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부산, 인천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그쪽은 규모가 작아서 항만으로 인정하기도 힘들다. 생산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바닷가에 아파트 좀 지어놓고 기업에게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오겠나. 지난번에 장관이 내년부터 '신(新)청해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하겠다고 했다. 추진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 지역을 거점으로 한 국토균형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나는 찬성이다. 다만, 수도권은 업종제한을 철저히 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IT 업종과 친환경 산업에 대해서는 업종제한을 해야 한다. 땅 없는 기업들이 중국가서 눈물을 흘리고 오는 기업들은 오갈데가 없다. 수도권은 땅값이 너무 올랐다. 지방 개발계획을 규제완하 정책과 동시에 발표하면 좋은데, 규제완하 정책부터 먼저 발표해 버려서 말이 많은 것이다.

-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다. 기다려봐라'라는 정부의 입장과 같은 것 같다.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기다려봐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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