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기간연장, 일자리 창출과 관계없다"

비정규법 개정 논란..학계, 전문가 '일자리 안 늘고 부작용만' 지적

이재진 기자 / bestie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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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노동부 장관
  • 지난 13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차적으로 비정규직 상태에 있는 근로자가 해고를 당하고, 다시 간접고용으로 격하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고용기간을 부득이하게 좀 늘려서라도 (비정규직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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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노동부장관의 '비정규직 기간 연장' 발언으로 촉발된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1차적으로 비정규직 상태에 있는 근로자가 해고를 당하고, 다시 간접고용으로 격하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고용기간을 부득이하게 좀 늘려서라도 (비정규직법 개정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3일 정부도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했는데, 비정규직법에 따른 고용불안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비정규직접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강한 의지만큼은 확인된 셈이어서 ‘비정규직법에 따른 고용불안’ 해결이 결국 정부 개정 방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간연장하면 일자리 늘어난다?

정부가 이처럼 비정규직 개정에 강한 의지를 비추고 있는 이유는 간명하다. 내년 7월 100인 이하 사업장에 비정규직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00인 미만 사업장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힘이 부치기 때문에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객관적으로 직장을 갖고 있지 못한 근로자 전체를 생각할 때 정규직 한 자리가 늘어나는 것보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 두 개가 더 늘어나는 것이 근로자들이 더 원하는 상황일지 모른다”며 “지금은 좋은 일자리를 찾는 상황이 아니라 일자리를 하나 더 구해야겠다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일자리를 지키는 방안이며, 해당 기업을 돕는 것이라는 명분을 선전하고 있다. 그 결정판은 지난 12일 노동부가 발표한 ‘100인 미만 기업 비정규직 고용실태 및 대응계획 조사 결과’다.

정부는 지난 9월 4일부터 30일까지 한국사회서비스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비정규직을 고용한 5∼99인 기업 987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고용실태 및 대응계획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수응답의 형식으로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계획을 묻는 질문에 66.5%가 정규직 전환을 들었고, 39.2%가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로 교체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27.0%는 도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기업도 23.9%라는 높은 기록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정규직 전환 의사를 밝힌 기업이 66.5%이지만 이 가운데 복수 응답을 하지 않고 대상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이 왜 어렵냐는 질문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정규직 고용의 부담(47.6%),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 상승(14.9%)을 들었다.

2년 사용기간의 적정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폐지하자는 의견이 25.4%, 3-5년 연장하자는 의견이 18.0%로 나왔고, 현행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40.8%, 단축 의견이 13.4% 차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소규모 기업에서 현재 일자리에서의 실직 등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사용기간 연장시 연장된 기간만큼 늘려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60.7%로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비정규직 철폐
  • 지난달 3일 정부도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했는데, 비정규직법에 따른 고용불안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비정규직접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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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비정규직 기간에 제한을 받으면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규모가 작아져 일자리가 감소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경제활동 부가조사'에서 8월 비정규직 근로자수는 544만5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25만8000명이 줄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논리는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편협한 해석에서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특히 학계와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기간 연장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기간연장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번 정부의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자리 는다고? 부작용만 생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비정규직 채용 규모가 축소된 이유에 대해 “비정규직보호법은 충분치는 않지만 지난 1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유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의 해석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비정규직법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보호장치를 강구하고 차별 시정의 구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해 중소영세사업장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이미 해고를 하기 시작했다. 경제위기로 불가피하게 인력조정을 하고 부도가 나고 폐업을 하는 것”이라며 대량해고 위험이 '비정규직법 기간 제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관계를 설명하며 비정규직 기간 연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적다는 것이 대부분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고용행태의 내부구성을 보면 비정규직 규제를 하지 않고 경기가 좋을 경우 비정규직이 늘었다. 그런데 비정규직 규제가 늘어나면 정규직도 늘어났다”며 “지나치게 비정규직 규제가 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결국 그 위험이 비정규직에게 전가돼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경제 위기에 따른 경기의 악순환으로 비정규직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간 연장으로 인한 비정규직 규제 완화책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그 자체가 노사 모두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병훈 교수는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나누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나서야 할 터인데, 엉뚱하게 비정규직법의 개악을 추진하여 노정 갈등과 정치적 분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100만 이상의 실업자와 200만의 취약계층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라며 “경제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용정책 문제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보호장치를 풀고 이들을 도와주는 대책도 없다. 개정 논란은 중지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또 “보통 적어도 입법 효과를 보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법이 바뀌면 입법에 대한 신뢰성을 잃고 기업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모니터링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리고 현재까지도 제한적인 통계만 가지고 있다”며 성급한 비정규직법 개정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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