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짝퉁 네오콘..외교안보팀 교체해야"

[인터뷰] 최성 전 민주당 의원

배혜정 기자 / bhj@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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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
  • 19일 최성 전 민주당 의원과 지난 3~6일 평양 방문 결과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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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6.15-10.4선언에 대한 '말'이 아닌 '실천적 조치'의 이행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 결연했다."

최성(45)민주당 전 의원의 목소리도 결연했다. 지난 3~6일 평양을 방문해 북측 핵심 인사들과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심층토론을 하고 돌아온 최 전 의원은 19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전환을 '실천'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는 정말 파탄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대북 유화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은 깨달은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식으로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다면 "큰 착각"이라고 지적하면서 △6.15-10.4선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전면적 이행선언, △남북 총리회담 합의사안 추진, △외교안보팀의 전면 개편안 등을 전격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오바마 당선 즈음 방북을 해 미국의 새정부에 대한 북측의 기대와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는 그는 "오바마 행정부도 '오바마 바이든 플랜'을 통해 북과 거침없는 직접외교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북미관계가 '천천히' 정상화 되는 것이 아니라 '급진전'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 이후 '한국판 네오콘'으로 짜여진 외교안보팀이 주도하는 외교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며 "부시 정부의 몰락 속에서 우리 내부에서도 '한국판 짝퉁 네오콘'들의 전면적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낡은 정책을 뒤따라가다 경질 당하는 모욕을 당하기 보단 중차대한 시기 외교안보팀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 한반도 평화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최 전 의원은 이번 방북과정에서의 심층적인 토론을 중심으로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북미관계 개선 전망과 남북관계 해법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은 <오바마와 김정일, 그리고 이명박의 위험한 선택>이란 책을 20일 출간했다.

다음은 최성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 방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측 핵심인사들과의 논의 내용을 발표했다. 누굴 만나고 왔는지 밝힐 수 있나?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북측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가 공동개최한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회 공동기도회'참석차 방북을 했다. 나같은 경우 6차례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만 20차례 방문한 바 있기 때문에 북에서도 '악명'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북측이 (나에게)상당히 '전문적'인 인력을 배치했다. '북측 핵심 인사'라고까지 밖에 소개할 수 없지만 3박4일 30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들과 격론을 벌이고 돌아왔다. 지금 초미의 관심사가 북측이 밝힌 남북관계 전면 차단 등 '중대 결심의 내용이 무엇이냐'와 이것이 '최후통첩'인지 아니면 '변화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놓고 심층토론을 했다.

내가 북측 인사에게 "카운트다운이 된 건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조건없이 무조건 이행되는 '발사지령'과는 다르며 일종의 조건부 최후통첩이다"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12일 발표문을 보니 12월1일이라는 시한부를 뒀다.

이명박 정부도 북측이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하겠지만 북측도 이명박 정부가 정말 자신들과 '한판 붙자'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정말 '한판 붙자'는 게 아니면 삐라를 보내고, 작계 5029, PSI 공식 참여를 검토하고, 북한인권법 공동제안국 참여 등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북적대시 정책과 북한 붕괴 정책이 너무나 일관되고 강도높게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북측에서도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당국간 대화테이블에 나와서 하라"고 했더니 북측 인사는 "대화의 장이라는 것이 와서 말장난하다가 싸움만 하다 가는게 대화냐. 여건 마련이 전혀 안돼 있는데 '회담을 하자, 당국간 대화를 하자'는게 말이 되냐"고 하더라.

"대북적대정책하면서 뒤로는 특사파견...'협잡꾼'이나 하는 일"

최성
  • 최성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3일~6일 평양을 방문해 북측 핵심인사와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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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를 자처한 경제인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돌려보냈다고 하던데 그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북측 인사가 하는 말이 "실제로는 싸움판을 벌리자고 하면서 뒤로는 종교인이나 경제인들을 보내서 우리의 의중을 파악하고 또는 특사파견이나 구두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건 협잡꾼이나 하는 일이 아니냐"고 하더라.

-김정일 위원장 건강설이나 삐라 살포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김 위원장의)오른손이 어떻고, 왼손이 어떻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조작하는 건 최고 수뇌부의 존엄을 해치는 중대한 자주권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또 그런 내용이 담긴 삐라 살포에 대해선 "자주권 수호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 나온 말이 "이명박 정부가 북을 너무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오늘 소위 '사진 정치 논란'과 관련 국정원장이 직접 '대부분 사실인 것 같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관계가 좋은데 북한문제가 무슨 문제냐'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른바 '통미봉남'은 있을 수 없다는 건데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코메디 같은 논리다. 최근 통일부 장관이 '통미봉남은 착각이다'라고 얘기했는데 같은 날 북측은 '이런 추세로 가면 북미관계는 급진전되고 남북관계는 최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통 북미관계는 진전하는데 남북관계는 답보하고 있다든가, 어정쩡한 상황일 때 '통미봉남'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자. 오바마 행정부는 '오바마 바이든 플랜'을 통해 북과 거침없는 직접외교를 하겠다고 하고 있다. 북미관계가 '천천히' 정상화 되는 것이 아니라 '급진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북측 인사도 오바마 이후의 북미관계는 북미수교까지를 내다보면서 급진전 될 텐데 지금 남북관계는 이런 추세로 가다간 최악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위기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에 비해 우리 정부는 너무 한가하다.

오바마 당선된 날 봉수교회에 울려퍼진 찬송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무엇이었나.

=북측 인사가 처음엔 오바마나 부시나 결국은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겠느냐고 하더라. 그러다 내가 "<조선신보>에서도 매케인보다 오바마가 낫다고 하지 않았냐. 오바마는 김정일 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나자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런 대화 속에서 북측 인사는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면서 "만약 공약을 이행한다면 북미관계는 급진전할 것이고, 북미관계의 최고 정점은 북미수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북측이 오바마 행정부에 갖는 기대가 컸다.
<조선신보>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는 날 리근 국장이 미국을 방문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었는데, 나는 오바마가 당선되는 날 남북기독교 모임이 평양을 방북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당선된 날 평양 봉수교회에서 남북기독교인 400명이 모여서 기도를 하는데, '아멘'소리만 50번이 넘게 나왔다. 바이든 부통령이 북한 인권 대사를 임명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이야기 했었다. 또 오바마는 앞으로 북한 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를 강조한다고 했다. 이런 오바마가 당선된 날 북측이 보여주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겠나. 북측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 크리스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멘소리와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건 북으로선 하기 어려운 점이다.

인민대학습당을 참관할 때도 학생들이 열심히 영어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일련의 흐름을 봤을 때 오바마 당선 즈음해 북측이 여러가지 메세지를 던지려고 한 것 같았다.

-현재 정부가 조금씩 유화정책을 보여주고 있는데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될까?

=최근 정부가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를 막는 제스쳐를 보이고 대북연탄지원 민간단체의 금강산 방문을 허용하고, 남북교류협력기금도 책정하더라. 이제야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약간은 깨달은 것 같다.

문제는 정부가 '이 정도면 남북당국간 테이블까진 아니더라도 설마 북측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까지 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안일한 인식이다.

6.15-10.4선언에 대해서도 '다른 합의들과 함께 이행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대충 얼버무리는 선에서 사안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북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6.15-10.4선언에 대한 '말'이 아닌 '실천적 조치'의 이행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 결연했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전환을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남북관계가 정말 파탄이 날 것이다.

최성 전 민주당 의원

-그럼 당장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최악의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4단계 대책을 집행해야 한다. 일단 대북삐라 발송을 중단시켜 임박한 위기를 완화시켜내고 대통령이 직접 6.15-10.4선언의 이행약속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약속해야 한다. 또 이미 폐기된 것과 다름 없는 '비핵개방 3000'을 완전히 폐기시켜야 한다.

정부 비공식 그룹에서는 틀림없이 남북관계가 풀리면 시작할 경협사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어찌됐건 남북총리회담에서 합의했던 경협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실천하면서 과정에서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면 된다.

또 '냉전주의, 대결주의' 외교라 할 수 있는 '부시 독트린'에 깊이 빠져 있는 현재 외교안보팀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미국의 네오콘들은 원칙도 있고 철학도 있고 일관성도 있는데 우리나라 외교안보팀들은 부시 스스로 폐기해 버린 낡은 '부시독트린'에 빠져있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으로 착각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 이후 한국한 네오콘으로 짜여진 외교안보팀이 주도하는 외교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부시 정부의 몰락 속에서 우리 내부에서도 '한국판 짝퉁 네오콘'들의 전면적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중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교안보팀 개편 1순위가 되어야 한다. 이상하게 남북관계 주요 발언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수장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반대하는 일환으로 통일부 중심의 남북교류협력정책을 외교부 중심으로 돌려놨다. 분단국가에서 남북문제를 푸는데 외교부 장관이 대북관련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는다. 특히 유명환 장관은 남북관계에 심대한 위협을 가져다 줄 PSI 공식 참여에 대해 검토하라고 하면 '예'라고 하고, 작계5029 검토도 '예'라고 대답했다. 북측도 유명환 장관의 발언이 나온 노동신문을 직접 보여주면서 "입조심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북측의 카운터파트인 김하중 통일부 장관에 대한 평도 있었나?

=북측이 김하중 장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종교인 방북단이 고려민항기를 타고 직항로로 갔다. 금강산 사건 이후 정부가 직항기 이용한 방북을 허가하지 않고 있었는데 통일부 장관이 타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려민항을 통한 직항방문을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측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고려민항으로 가는 문제때문에 무산위기까지 갔던 행사를 통일부 장관이 내부적 반대를 무릅쓰고 성사시킨 것에 대해 북측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나한테 "통일부 장관이 힘이 쎄냐"면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통일부 장관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더라.

어짜피 오바마 출범 전으로 외교안보팀의 전면적 경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괜히 실패한 부시 행정부의 낡은 정책 뒤따라가다가 강제경질 당하는 모욕을 당하기 보단 외교안보팀에서 누군가 직을 걸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소신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김하중 장관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통일부 장관 직을 걸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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