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미국 정치철학 '재평가' 이뤄지나

"'레이건 혁명', '일국주의'...부시 행정부로 마감"

박상희 기자 / p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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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후보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좌),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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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투개표 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로 지난 8년간 공화당 정권을 거느렸던 조지 부시 대통령의 행보는 마침표를 찍는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라며 국민들에게 투표를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선거 외에 상하 양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리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정당간의 경쟁이야말로 건전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47)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72) 보다 6~8% 앞선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3일 새벽, 미국 정치정보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후보는 50.7%, 매케인 후보는 44.3%의 지지율을 보였다. 2004년 이전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던 콜로라도주 등 공화당 표밭에서도 오바마 후보가 조금씩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 주요 언론들은 민주당 유권자(총 538명)의 표가 과반수(270명)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은 레이건 정부 이후 시장주의나 안전보장의 강화를 내세우며 '강한 미국'을 목표로 해왔던 미국의 정치철학이 재평가 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바마-매케인, 끝을 알 수 없는 팽팽한 접전

4일 0시(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 뉴햄프셔 산골마을에서 시작되는 미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5일 정오)나 되어서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대선과 동시에 상원의원 100명 중 31명을 교체하는 상원 선거, 정원 435명을 전원 재선출하는 하원 선거, 11개주 주지사 선거도 함께 진행된다.

이날 투표는 지역별 시차로 인해 동부지역을 시작으로 서부지역으로 진행돼 알래스카와 괌에서 동부시각 기준으로 5일 오전 1시에 종료된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대선일 전에 30개주에서 실시된 조기투표에 전체 유권자의 25%정도가 참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 존 F 케네디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가 맞붙었던 1960년 대선 당시의 62.8%를 넘는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47)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72) 보다 6~8% 앞선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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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미국 정치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선거의 경우 35석 가운데 민주당이 13~21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하원선거에서도 현재 236석 중 23~30석 정도를 더 추가해 최대 26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오바마 후보가 버지니아, 인디애나, 미주리,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격전지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승패가 빨리 판가름 날 공산이 크지만, 매케인 후보가 이들 격전지 가운데 1-2곳에서 승리를 한다면 당선자 예측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유념한 탓인지 매케인 후보는 3일에도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유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매케인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다. 우리들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영화 '록키'를 상기시키며 자신을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영화의 무대가 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지 않으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매케인은 3일 펜실베이니아를 비롯 플로리다, 테네시, 인디애나, 뉴멕시코, 네바다 등 6개 주를 강행군한 후 4일, 그의 고향인 애리조나주에서 투표할 계획이다.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오바마 진영은 풍부한 자금을 배경으로 공화당 표밭인 남부 조지아주와 애리조나주에서 TV광고를 통해 유세를 펼쳤다.

한편 모두 11명을 선출하는 주지사 선거에서는 양 당이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델라웨어, 미주리, 몬태나, 뉴햄프셔, 웨스트버지니아 5곳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공화당은 인디애나, 노스다코타, 유타, 버몬트 등 4곳에서 선전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웨스트버지니아 선거는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레이건 혁명의 후계자' 부시로 끝나나

현재 부시 행정부의 지지율은 30% 미만이다. 유세를 통해 '독불장군'식으로 "현 정권과는 다르다"고 부시 정부와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는 메케인 후보지만, 그 역시 80년대 레이건 정부 때부터 세계화를 목표로 한 '시장주의', '강대한 군사력' 등을 표방해왔던 네오콘들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즉 부시 행정부에 이어 매케인 후보 역시 '레이건 혁명의 후계자'을 자처해왔다는 설명이다.

곧 오바마 후보에 대한 지지 확대는 레이건 정부 이후 미국의 정치철학을 국민들로부터 재평가 받는 기회이자 미국 정치의 흐름마저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금융정책', '경기대책'이 미 사회 내에서도 최대 관심사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하는 것을 '잠정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의 경우 "금융위기를 끝내는 것이 현재 최대의 과제"라며 정부의 시장관리 근본을 다시 세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금융정책', '경기대책'이 미 사회 내에서도 최대 관심사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하는 것을 '잠정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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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금까지 세계를 흔들어 놓았던 자유무역은 국내산업의 보호나 규제 완화와도 뗄 수 없는 선거의 쟁점이기도 하다. '공정한 무역 거래'를 내걸고 있는 오바마 후보는 수입품의 원산지에 '높은 환경 기준'이나 '노동자 보호'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매케인 후보는 전통적인 자유무역파로 꼽히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선거는 자유무역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세의 혼란은 2006년 중간 선거를 통해 공화당의 패배를 불러왔다. 그 후 부시 정권의 병력 증강으로 이라크의 치안이 일순간 개선된 것처럼 보이면서 매케인 후보 역시 군사 증대를 전폭 지지해왔다. 매케인 후보는 이번 선거 유세를 통해 자신의 '선견지명'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미국내 정치 평론가들은 "공교롭게도 증병책이 성공한 탓으로 안보문제는 선거의 쟁점에서 멀어져버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일국주의'를 대신해 떠오르고 있는 것이 '대화 외교' 또는 '유엔 중시(외교)'라고 분석한다. 오바마 후보가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도 가능하다고 하는 '대화파'로 꼽히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일국주의를 추진해왔던 부시 행정부도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온건파와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민주당에게는 순풍, 공화당에게는 역풍"

현재의 경제 위기는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경제 문제에 있어 '순풍'을 탔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던 과거 미 대선 때만 보더라도 그렇다. 1992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했던 선거에서도, 경제성장률은 3%였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미국민들에게 강하게 어필되면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처럼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92년 선거 때처럼 공화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92년 선거 때처럼 공화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
  • 지금처럼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92년 선거 때처럼 공화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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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주당이 이번에 승리를 거두게 되면 미 정부가 내걸었던 '일국주의' 슬로건이 차기 정권에서 어떻게 바뀔까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권을 거머쥐는 것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현 행정부처럼 ‘민주주의’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무력행사도 불사하는 정책을 취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와 관련, 레이건 정부 초기에 국가안보회의(NSC) 선임위원을 지낸 헨리 R 나우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공화당의 경우 '현실주의'로 되돌아가서 중동을 포함, 해외에서도 미국의 관심 분야를 한정할 것이고, 민주당은 '리버럴(liberal) 국제주의'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확대라는 현 정권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하겠지만, 이라크나 아프간의 새로운 국가건설과 같은 일은 하지 않고 인권의 확대를 위해 정책을 펴갈 것이며, 무력행사보다는 유엔 등 국제기관을 이용한 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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