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 그대로

독자데이트 김희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트리) 기술홍보팀장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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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홍보팀장. 은빛으로 반짝이는 김희철 씨의 명함을 받아 들고 한참 동안 고개를 갸우뚱거려야 했다. 자그마한 키에 구불구불한 파마머리. 간간이 터져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에 어딘지 모르게 편안함을 주는 장난스러움까지. 도무지 ‘연구원’, ‘홍보’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차라리 그의 첫인상은 ‘예술가’에 가까웠다. 마신의 유혹마저도 너털웃음으로 넘겨버릴 줄 아는 예술가 특유의 ‘천분’이 느껴졌다. 좀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처음 전화통화를 했을 때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 강렬한 기사는 가슴에 남아도, 기자 이름까지 기억한다는 게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인지 기자는 잘 알고 있다. 그의 명함에 적힌 ‘홍보팀장’이라는 직함은 진정 다른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감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그는 연구원 사상 최초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평가였다. 연구원에는 널린 게 ‘박사’라지만, 문학 분야의 학위를 받은 일은 주위의 말거리가 될 만하다. 그는 또 미술을 편애하는 사람이었다.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일도 일종의 덕으로, 낙으로 삼으며 살고 있다. 삶에 대한 애착도 언제나 창작에서 찾고 있었으며, 예술을 통해 삶의 한복판에서 메말라가는 일상의 갈증을 채웠다. 심지어 그의 꿈도 고향에 가서 미술관을 짓고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그의 삶은 비범한 측면이 있다. 부동산과 예금 잔고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과는 다른 미래의 상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냉정한 마음으로 역사를 쓴다고 해도 그의 기질은 예술가의 것이라 할만하다.
삶도 남다르지만 『말』에 대한 그의 애정도 독특하다. 그는 ‘정기구독’을 마다하고 서점에서 직접 사서 본다. ‘손맛’, ‘보는 맛’ 때문이다. “책방에 들려 꼭 사서 봐요. 잡지는 정기구독보다는 사서 봐야 제 맛이거든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보고 있어요.” ‘편리’ 보다는 ‘의미’에 치중하는 그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좀 엉뚱하게 표현하면 ‘아날로그’ 혹은 ‘구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인간다움과 정당함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품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말』에 대한 애정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보도지침을 폭로하던 기사가 가장 생각나네요. 1986년도였던가요. 기업 까는 기사도 기억에 남고요.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옛날에는 유명했잖아요. 몇 년 전에는 『말』이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요. 그래도 변함없이 잘 나오고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말』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과 걱정으로 이어졌다. 구독자 수가 늘지 않는지, 기자들은 힘들어하지 않는지, 나중에는 인터뷰 도중 만남을 청하는 지인의 전화에 “『말』지 정기구독을 해주면 가겠다”고 짓궂게 으름장까지 놓았다.
대학시절 데모도 많이 하고, 기자생활도 10여년을 했다는 김희철씨. 긴 세월동안 『말』을 믿고 봐왔던 만큼 부탁의 말씀도 간결하다. “분석, 심층 기사도 많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어차피 뉴스는 사람이야기잖아요. 『말』이 너무 수도권 소식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 아쉬워요. 지역에서도 기사로 다룰만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삶과 환경이 변해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은 점점 잊혀 가지만 『말』만은 잊지 않고 꼭 보겠다는 그에게서 『말』이 간직해야할 정신과 희망을 읽는다. 참으로 소중한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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