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명박 정부가 어디로 가려는가

오세철 교수 체포에 부쳐

조희연 성공회대 통합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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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지냈고 연세대 명예교수인 오세철 교수을 포함하여 7명이, ‘사회주의 노동자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구속되려하고 있다. 이 사건이 너무도 비상식적이므로, 이렇게 스스로 되물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가 어디로 가려는가.’ 오교수는 오랜 동안 ‘사회주의 노동자정치’를 표방하고 공공연하게 활동했으며 그런 지향들을 책이나 심지어 87년이나 92년 대선 후보 지지TV연설 등에서도 당당히 밝힌 바 있다. 그런 오 교수를 새삼스럽게 이명박 정부가 구속하려 하고 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새로 강령을 만든 정도일텐데 말이다.

여기서 나는 오세철 교수나 동료들이 ‘사회주의자’가 아니니까 체포와 구속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사회주의자인 오세철 교수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우리의 국민들이 그 정도의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도 스스로를 ‘민주주의 좌파(democratic left)'라고 이야기한다. 이태리 정치학자 보비오가 지적하는 것처럼 “좌파 모두가 불평등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우파 모두가 불평등을 존속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좌파는 기본적으로 현존 불평등에 대립적이며--단지 그 평등의 실현방법과 경로는 다르지만--‘최대평등주의’적 지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좌파적 지향과 실천이 있었기에 근대사회는 자유권을 넘어 사회권의 지평으로 이행할 수 있었고 그나마 자본주의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에서 좌파는 필수적이다. 좌파의 여러 흐름에는 생태주의적 좌파, 여성주의적 좌파, 사회민주주의적 좌파, 더 나아가 오 교수처럼 정통 사회주의적 지향을 분명히 하는 좌파도 있다. 오세철 교수가 돋보이는 점은, 그가 경영학회 회장 같은 지위를 가지면서도 사회주의자로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한국민주주의의 다양함을 잘 보여주는가. 나는 오세철 교수와 학문적 입장이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오세철 교수와 같은 사회주의자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최소한의‘ 민주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내가 깊은 우려를 갖는 것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과거의 권위주의적 관행과 반민주적 성향들이 국가기구들과 국가관료들 사이에서 점점더 확대증폭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거나 반민주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촛불이 수그러든 이후 이명박 정부가 펴는 강경 드라이브 분위기에 편승하여 하부 수사기관들이 ‘코드 맞추기’를 하면서 ‘신공안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몰려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비근한 예지만, 며칠전 식사자리에서 한 여성단체 관계자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여성단체와 관계하는 한 공무원이 있는데 동일한 사람으로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후 180도 태도가 바뀌었고 시민단체를 대하는데 고압적임은 물론 가급적 소통 조차 않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각종 국가기구들 내에 있는 공무원들의 권위주의적 관행이나 반민주적 성향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일정하게 규율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조야한 형태로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경향들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과거의 관행에 익숙해져 있는 국가 관료들이 일상적으로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고--그래도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과거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감없이 드러낼 것이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60・70년대 권위주의정권과 동일한 ‘본질’을 갖는 정부로 귀착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살리기’의 슬로건에 동의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 조차도 이런 식으로 과거 권위주의적 행태로 돌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KBS 사장 축출, 종교편향 등 계속 무리수를 둘 경우 자신들의 핵심지향인 ‘경제살리기’를 추진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기반 자체도 더욱더 균열될 것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통합대학원장
이명박 정부를 지지한 대중들도 한국민주주의가 성취한 것들을 뒤로하고 ‘역류’하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는다. 2006년 9월 심지어 쿠데타를 통해서 구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태국에서마저 1년후에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권위주의세력이 쿠데타를 통해 탁신을 축출하는데는 성공하였으나 1년후의 선거에서는 국민들이 전면적인 반기를 들어 정작 그 탁신세력이 다수당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정권 초기인 지금 이명박 정부에 이에 대한 전면적인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정연주 사장 퇴출과 새로 KBS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이 일반 국민들의 눈에 용납이 되겠는가.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가 단순히 오해에 기초한 것이겠는가.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무리수들이 쌓여가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된 민주주의 제도와 권리들을 유린하는 만큼,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추후 ‘선거의 복수’로 나타날 것이다. 촛불을 잦아졌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권위주의적인 강경 드라이브를 걸면 걸수록,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2, 제3의 격정적인 촛불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는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의 금도를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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