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관계
김태형의 마음방정식
사람들은 누구나 친밀한 관계를 갈망한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가깝게 지내려고 하는데, 다행이도 그런 시도가 모두 성공하면 좋겠으나 때로는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귀결되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 등에서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 생활공간을 같이 쓰거나 남녀 간에 결혼을 한 뒤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가 악화되어 결국엔 서로에 대한 악감정만을 가득 품은 채 결별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그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는 ‘감정’을 중심으로 관계문제를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인지와 감정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타인에 대한 인지는 내용적으로 아주 다양하며 꾸준히 변화해나간다. 도덕적이다, 성실하다, 신뢰가 간다, 생활력이 있다, 너그럽고 따뜻하다와 같은 견해와 사고 등이 인지에 해당되는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심화될수록 계속 변화해나가는 것이다. 반면에 감정은 인지처럼 그 내용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양적으로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감정은 내용적으로는 크게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양분된다. 예를 들면 긍정적 감정에는 기쁨, 편안함, 만족감, 존경심, 신뢰감 등이 부정적 감정에는 두려움, 슬픔, 불안, 우울, 증오, 화(분노)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감정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대별되는데, 이 양자는 내용적으로는 크게 변화하지 않더라도 양적으로는 꾸준히 누적되는 것이다.
누적된 감정은 사람의 활동과정 속에서 방출되거나 적절히 해소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받아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가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들에게 사랑을 베풀거나 인류를 위해 봉사하면서 자기 감정을 발산할 가능성이 많다. 반면에 부적절한 양육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갖게 된 사람은 빈번하게 신경질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식으로 자기 감정을 방출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양적으로 축적된 감정은 사람의 활동 속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방출되는 게 정상이다. 따라서 만일 양적으로 누적된 감정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면 그것은 심리적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일 경우에 더 그러하다.
감정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 간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친밀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감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계속 축적하면서 부정적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한다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아서 어떤 관계 속에서도 갈등은 좀처럼 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결국에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해결하느냐가 관계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해나간다면 긍정적 감정이 우세해지겠지만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부정적 감정의 비대화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갈등을 올바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갈등은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다루는 게 좋다. 갈등을 회피하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서로에게 아픈 말을 주고받는 혈투를 벌이고 나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은근슬쩍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괜히 선물을 주거나 억지 친절을 베풀면서 어색함을 어물쩍 넘기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미봉책으로는 일상의 평화는 순간적으로 되찾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마음속에 부정적 감정을 쌓이게 함으로써 관계를 파탄시킨다. 따라서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쌍방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둘째, 갈등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갈등은 일방의 잘못이나 쌍방의 잘못 혹은 오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대화 등을 통해 갈등의 원인을 명확히 알았다면 그것이 재발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때 만약 서로간의 의견이 도무지 합치되지 않는다면 객관적인 사람, 예를 들면 심리치료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
가장 난감한 것은 잘못을 하고도 꿋꿋이 반성을 거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심리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은 대부분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극단적 상황’에 몰려서야 백기투항을 하곤 한다(물론 이런 조건에서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도저히 구제불능인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과 맞닥뜨리면 갈등은 피할 수 없고 그 해결 또한 매우 요원하기 때문에 관계가 더 악화되기 전에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감정의 누적에도 ‘임계치’라는 게 있다. 즉 일정한 수준까지 마음속으로 감정이 쌓이게 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점에 다다르게 된다. 서서히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해온 부정적 감정은 임계치를 넘어서면 심각한 고통을 야기하는 중병으로 악화된다(긍정적 감정은 방출과 해소가 즐겁고 쉽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임계치를 돌파하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미운털이 박혀 이제는 모든 것이 과거와는 달리 나쁘게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때로는 인지적 왜곡도 동반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밥을 잘 먹으면 ‘참 식성도 좋네.’라며 너그럽게 보았으나 이제는 ‘참 게걸스럽네. 마치 짐승 같이 먹어대는군.’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솟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타인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악화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것 같으니 그와의 결별을 준비하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의 관계를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누구의 인생에나 사람관계가 주는 숙제는 있게 마련이다. 부모, 형제, 부부, 자식, 친구, 동료 등과의 개인적 관계에서부터 국민의 삶과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이나 사회저명인사 등과의 사회계급적 관계까지 한번 살펴보자. 우리 인생에서 지금 가장 큰 숙제로 다가오는 관계는 무엇인가?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정리해야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있지는 않은가?(http://blog.hani.co.kr/saeddeul)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그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는 ‘감정’을 중심으로 관계문제를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인지와 감정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타인에 대한 인지는 내용적으로 아주 다양하며 꾸준히 변화해나간다. 도덕적이다, 성실하다, 신뢰가 간다, 생활력이 있다, 너그럽고 따뜻하다와 같은 견해와 사고 등이 인지에 해당되는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심화될수록 계속 변화해나가는 것이다. 반면에 감정은 인지처럼 그 내용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양적으로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감정은 내용적으로는 크게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양분된다. 예를 들면 긍정적 감정에는 기쁨, 편안함, 만족감, 존경심, 신뢰감 등이 부정적 감정에는 두려움, 슬픔, 불안, 우울, 증오, 화(분노)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감정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대별되는데, 이 양자는 내용적으로는 크게 변화하지 않더라도 양적으로는 꾸준히 누적되는 것이다.
누적된 감정은 사람의 활동과정 속에서 방출되거나 적절히 해소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받아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가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들에게 사랑을 베풀거나 인류를 위해 봉사하면서 자기 감정을 발산할 가능성이 많다. 반면에 부적절한 양육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갖게 된 사람은 빈번하게 신경질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식으로 자기 감정을 방출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양적으로 축적된 감정은 사람의 활동 속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방출되는 게 정상이다. 따라서 만일 양적으로 누적된 감정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면 그것은 심리적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일 경우에 더 그러하다.
감정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 간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친밀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감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계속 축적하면서 부정적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한다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아서 어떤 관계 속에서도 갈등은 좀처럼 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결국에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해결하느냐가 관계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해나간다면 긍정적 감정이 우세해지겠지만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부정적 감정의 비대화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갈등을 올바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갈등은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다루는 게 좋다. 갈등을 회피하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서로에게 아픈 말을 주고받는 혈투를 벌이고 나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은근슬쩍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괜히 선물을 주거나 억지 친절을 베풀면서 어색함을 어물쩍 넘기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미봉책으로는 일상의 평화는 순간적으로 되찾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마음속에 부정적 감정을 쌓이게 함으로써 관계를 파탄시킨다. 따라서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쌍방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둘째, 갈등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갈등은 일방의 잘못이나 쌍방의 잘못 혹은 오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대화 등을 통해 갈등의 원인을 명확히 알았다면 그것이 재발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때 만약 서로간의 의견이 도무지 합치되지 않는다면 객관적인 사람, 예를 들면 심리치료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
가장 난감한 것은 잘못을 하고도 꿋꿋이 반성을 거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심리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은 대부분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극단적 상황’에 몰려서야 백기투항을 하곤 한다(물론 이런 조건에서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도저히 구제불능인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과 맞닥뜨리면 갈등은 피할 수 없고 그 해결 또한 매우 요원하기 때문에 관계가 더 악화되기 전에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감정의 누적에도 ‘임계치’라는 게 있다. 즉 일정한 수준까지 마음속으로 감정이 쌓이게 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점에 다다르게 된다. 서서히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해온 부정적 감정은 임계치를 넘어서면 심각한 고통을 야기하는 중병으로 악화된다(긍정적 감정은 방출과 해소가 즐겁고 쉽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임계치를 돌파하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미운털이 박혀 이제는 모든 것이 과거와는 달리 나쁘게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때로는 인지적 왜곡도 동반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밥을 잘 먹으면 ‘참 식성도 좋네.’라며 너그럽게 보았으나 이제는 ‘참 게걸스럽네. 마치 짐승 같이 먹어대는군.’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솟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타인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악화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것 같으니 그와의 결별을 준비하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의 관계를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누구의 인생에나 사람관계가 주는 숙제는 있게 마련이다. 부모, 형제, 부부, 자식, 친구, 동료 등과의 개인적 관계에서부터 국민의 삶과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이나 사회저명인사 등과의 사회계급적 관계까지 한번 살펴보자. 우리 인생에서 지금 가장 큰 숙제로 다가오는 관계는 무엇인가?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정리해야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있지는 않은가?(http://blog.hani.co.kr/saeddeul)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7-24 16:20:15
- 최종편집: 2008-08-02 09: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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