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면 불법집회, 기자회견도 불법집회?

촛불 고3 조사한 경찰, 항의 기자회견마저 해산시도

차성은 기자
mrcha3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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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은 벌써 광우병 쇠고기 먹었나?



  • 이왕덕


서대문 경찰서장이 "여러분은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경고 방송을 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경찰이 불법집회로 간주, 해산을 시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광우병대책회의) 회원 20여명은 16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촛불문화제 불법규정 청소년 인권탄압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쇠고기 검역은 안하고 왜 우리들만 검역해요?', '아이들이 무슨 죄냐 부끄럽게 살지 말라', '경찰은 청소년 탄압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경찰은 청소년 탄압 중단하라", "경찰은 촛불문화제 탄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2시 10분경,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자마자 서대문 경찰서 경비계장은 1차 해산 경고를 했고, 12시 15분경에는 백승엽 서대문 경찰서장이 직접 확성기를 들고 "여러분은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를 자행하고 있다"며 2차, 3차 해산경고를 했다. 이어 백 서장은 방패를 든 전경 30여명을 추가 배치하며 강제해산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것이 불법집회로 규정한 이유였다.

이에 박원석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경찰을 향해 "무슨 법적 근거로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규정하냐"며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법을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강하게 항의하며 마찰을 빚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도 "왜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라고 함부로 규정하냐. 법 공부나 다시하고 오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금방이라도 강제 해산에 나설 듯한 액션을 취하며 참가자들을 위협했다.

서대문 경찰서장이 "여러분은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경고 방송을 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기자회견'에서 피켓 들고 구호외치면 '불법집회'?

이처럼 경찰이 기자회견에서 피켓팅과 구호제창을 했다고 해산절차에 나서는 이유는 이를 집회로 볼 경우 신고되지 않은 집회가 되기 때문이다. 즉 미신고 불법집회가 되기 때문에 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볼 것인지 여부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 지휘관이 최종 판단한다. 경비과와 정보과에서 종합적으로 판단, 현장 지휘관에게 보고해 판단을 내리는데 주로 정보과 직원들이 판단해 보고하면 경찰지휘관이 불법집회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 집회라는 규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집시법 제2조 2호는 시위에 대해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피켓팅과 구호제창을 하면 집회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쇠고기 검역은 안하고 왜 우리들만 검역해요?'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경찰 "규정 없고, 판례도 보지 못했다" 무리한 적용 인정

경찰청 경비과, 정보과 관계자들 역시 "기자회견에서 피켓팅이나 구호제창을 하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으며 판례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경찰관계자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집회라는 것은 상식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벌대상이 아닌 합법 기자회견을 처벌대상이 되는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는 것을 법 규정이나 판례도 아닌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다는 것은 심각한 법치주의 위반이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 수 밖에 없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악법의 대표적인 것이 집시법"이라며 "아주 두루뭉술하게 규정해 맘에 안드는 사람을 법에 의해 처벌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교수는 "공안경찰, 정보경찰, 경비경찰이 집시법을 자기의 권력기반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지 집회·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며 “경찰의 자의적 기준에 따른 불법규정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권력의 주구" 공안경찰 규탄

한편 광우병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은 ‘권력의 주구’라는 오명을 다시 자초할 것인가”라며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생을 수업중에 조사한데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이들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5.18을 즈음해 불법시위 운운하며 또다시 공안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경찰의 직권남용·집회방해에 대한 감시활동, 공안경찰을 규탄하는 국민적인 캠페인, 학생의 수업권 방해 등에 대한 고소고발, 인권위 진정, 손해배상청구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우병대책회의는 경찰이 촛불문화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최자와 네티즌을 처벌하려 한다면 현행 집시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우병대책회의 회원 20여명이 경찰청 앞에서 '촛불문화제 불법규정, 청소년 인권탄압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전의경 100여명을 배치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경찰은 청소년 탄압 중단하라' 경찰청 앞 기자회견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서대문 경찰서장이 해산경고 방송을 한 후 100여명의 전의경이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에워쌌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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