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만 고립된거 같아요"

KTX투쟁 800일 "우린 아직 싸우고 있습니다"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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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800일 동안 남자를 만났으면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았을 시간입니다. 정말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은 고립된 우리만의 투쟁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오미선 철도노조 KTX승무원 지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 대신 투쟁 800일을 맞이하는 자신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800일이었다.

5월 9일로 KTX 승무원들이 투쟁한지 800일이 됐다. 그동안 KTX승무원들이 겪었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정리해고에 이은 강제연행,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가처분 신청 등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과정 속에서 400명에 가깝던 조합원들은 50여명으로 줄었다. 결혼을 이유로, 다른 직장을 찾아서, 생활고에 시달려서 등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현장을 떠났다.

해결의 실마리가 완전히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철도노사는 KTX여승무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1월 16일부터 한달 넘게 논의를 진행해온 것. 노사간에는 역무계약직 채용을 전제로 협상을 벌여 왔고 12월 14일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노사간 합의서에 사인만 하면 사태가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인 직전 12월 24일 공사 측은 합의 자체를 부정, KTX여승무원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철도공사에서는 공사의 공식입장이 아닌 실무 차원의 논의였다며 합의 자체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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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27일부터 KTX여승무원들은 서울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합의서 이행을 촉구했지만 공사측은 요지부동이었다. KTX여승무원 관련, 공사 내부에서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다시 논의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철도 공사 이철 사장은 1월 21일 KTX여승무원 문제를 남겨둔 채 퇴임했다. 사태해결을 위해 총대를 매야 할 수장이 사라져버린 것. 철도공사에서는 2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KTX여승무원을 역무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지만 결과는 '거부'였다. 책임 질 수장이 없는 가운데 이러한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노사간에는 아무런 교섭도,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악재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철도공사가 KTX승무원들에 대해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법원 판결이 또다시 나온 것.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8일 "채용, 교육, 근태관리, 징계, 승무인력, 업무조정, 작업시간 결정, 임금수준의 결정 등의 시행주체가 철도공사"라며 "승무업무를 위탁받은 철도유통도 독립성을 갖지 못한 자회사 위장도급의 형태라,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정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바 있다.

KTX여승무원들은 지난 1월 합의서가 일방적으로 파기 된 후, 3월까지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다. 오미선 지부장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가감없이 말했다. 합의서 파기는 그만큼 조합원들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는 것. 그녀는 9일 서울역에서 열린 KTX승무원 투쟁800일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더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 하나.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800일을 맞는 복잡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녀는 "많은 이들이 싸움을 그만둔거 아니냐고 우리에게 많이도 문의했다"며 투쟁을 접고 싶을만큼 많이 힘든게 사실이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 그녀와 조합원들의 의지였다. 그녀는 "더 이상은 싸울수 없기에, 어서 끝낸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800일을 맞이하고 있다"며 "우리를 외톨이처럼 남지 않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KTX승무원 지부는 9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KTX승무원사태 해결 촉구 공대위는 서울역 앞에서 매일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9일 오후 8시에는 KTX승무원 투쟁 800일 촛불문화제를 서울역에서 개최한다.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에는 KTX 승무원 투쟁 연대의 밤을 철도웨딩홀에서 연다.

KTX여승무원 지부는 9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강한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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