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

현미향(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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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에서 3천367명이 산업재해를 당했고 이 중 62명이 사망했다. 상당수의 산업재해가 현장에서 은폐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충격적인 수준이다. 올해 들어 울산지역에서는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지난 1월21일 현대미포조선 윤희열 하청노동자의 추락사, 효성 청소용역여성노동자의 감전사,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압착사 등 지역에 알려진 8건의 중대재해의 피해자가 모두 비정규직이다. 더군다나 사고 대부분이 추락·감전·협착·매몰·압착 등 재래형 재해였다.

비정규직, 산재위험 왜 높나

왜 비정규 노동자들이 중대재해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것일까. 비정규 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보건조치 없이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에 배치된다. 장시간노동과 부족한 수면시간, 버티기 힘든 노동강도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더욱 산재발생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위험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작업을 거부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들은 중대재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위험이 있더라도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등 철저한 예방활동이 있다면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는 전무한 상태다. 가장 단적인 예가 지난 1월7일 발생했던 경기도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참사였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사업주의 과실로 무려 40명의 노동자가 죽고 17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공기단축, 생산량 증가, 생산성 향상이란 자본의 목표 아래 비정규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과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으로 들어갈수록 안전·보건에 대한 원·하청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은 실종되고 그로 인해 비정규 노동자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하게 된다. 그 결과 비정규 노동자들은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중대재해 이후에도 사고원인이 개선되지 않은 채 재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 발생 시 노동조합이 참여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대책활동을 통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과는 달리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들은 미조직 상태이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정확한 사고원인과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채 업무가 재개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의 의미있는 실천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 시 원·하청 노동자의 공동대응을 지침으로 전달하고, 몇몇 사업장에서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의미 있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29일 울산지역에서는 19개 노동·정치단체, 현장조직들이 모여 1월21일 발생한 현대미포조선 윤희열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현대미포조선 송재병 대표이사 책임과 처벌을 요구하는 공동고발’을 했다.
또 이들은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도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울산노동지청 항의방문도 진행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내하청노동자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 시 그 책임이 원청 사업주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으로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고 최근 조선업 중대재해와 관련해 2007년부터 시행된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도가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중대재해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폐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고발대표들과 마주한 노동부의 대응은 참으로 미온적이다. 노동부는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도를 개선하겠지만 폐지할 의사는 없으며, 비정규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특단의 대책은 없다고 답변한다. 어이가 없다.
노동부를 항의방문한 후 돌아오는 길, 여기저기서 비정규직 중대재해 공동대책위를 만들어 대응하자는 의견들이 쏟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한다. 비정규직 중대재해에 대한 울산지역의 대응방법을,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켜내기 위한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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