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수백만의 촛불대행진으로 떨쳐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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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 성난 민심이 폭발했다. ‘광우병 반대’, ‘이명박 탄핵’ 촛불이 노도와 같이 일어나 광화문 청계광장 일대를 뒤덮었다. 출범한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최대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성난 민심이 폭발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에 네티즌 70만이 넘게 참여하고, 국민적 비난 세례에 강타당한 이 대통령 미니홈피 방명록이 폐쇄되고 말았다. 네티즌만 들끓은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대로 폭락하고, 부정여론은 50%대를 치솟았다.

마침내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들이, 광우병 위험을 직감한 성난 청소년들이 모였고, 대학생, 청년, 노동자, 농민,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참여했다. 서울은 물론 저 멀리 천안, 수원 등 지방에서도 올라와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사실 집권 초기인 이명박 정부가 벌써부터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선 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 대통령은 온갖 비리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권좌에 올랐고,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까지 차지했다. 행정부, 입법부, 지방자지단체까지 절대 권력을 거머쥔 이 대통령이 어쩌다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야 말았을까.

돌이켜 보건데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환멸과 분노로 바뀐 것에서 기인한다. 미국에 맞서 아닌 것은 ‘NO'라고 말하겠다던 노무현 정부는 미국에 아무 말 못하고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하고, 평택의 드넓은 황새울 벌판을 내주고, 미군기지 확장비용과 주한미군 주둔비,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 등 국민 혈세를 펑펑 퍼주었다. 한미FTA 추진, 부동산 폭등, 중산층과 농민 몰락,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 양산 등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신자유주의를 밀어 붙였다. 헤아릴 수 없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여론이 이명박 정부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체와 허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한반도 대운하, 영어몰입교육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편중된 인사로 ‘강부자 정부’, ‘고소영 내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국민을 허탈감과 배신감에 빠지게 했고, 내각과 청와대의 인사파동을 일으켰다.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양극화 해소는커녕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재벌 우선 정책을 펼쳤고, 무너진 농촌에서 살길이 막막한 농민, 사글세 단칸방도 없는 무주택 서민대중, 등록금 1000만원시대를 맞은 대학생들에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물가와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민생은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성난 민심의 기폭제가 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들이 연이어 폭로되고 국민은 광우병 공포에 떨고 있지만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 놓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협상을 해 검역주권을 완전히 포기했다. 미국의 축산 농가를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축산 농가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이다. 섬기겠다던 국민은 섬기지 않고 미국만 섬기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숱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굴욕적인 협상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미FTA 비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을 예감했는지 군사정권을 방불케 하는 조치들을 취해오고 있다. 인수위시절부터 버젓이 언론인 사찰·감시 활동을 벌인 바 있으며, 국정원을 동원하여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수들을 찾아가 정치 사찰을 했다. 민주노동당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백골단을 부활시키고 검문에 불응하는 국민을 체포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인권유린을 자행한 군사독재시절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식품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걱정된다면 덜 먹으면 된다'는 어이없는 망발을 삼가고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특별법 제정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위기를 잠시 모면하기 위해 기만책을 쓰다가는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성난 민심이 폭발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금방 사그라들 촛불이 아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떨쳐나섰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은 물론 전국 각양각지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노도와 같이 일어나야 제2의 87년 6월 항쟁, 제2의 효순이 미선이 촛불시위처럼 될 수 있다. 촛불대행진으로 떨쳐 나서자. 미국 사람들 살리자고 우리나라 국민이 죽을 순 없지 않은가. 국민의 힘으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고 시름에 빠진 농민들의 생존권을 되찾는 역사적인 촛불대행진에 누구나 떨쳐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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