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때문에 난리가 난 지구
[월간말]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수급불안 원인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국제곡물가격과 원유,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들의 자원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국제 곡물가 상승과 각 나라의 곡물수급불안은 식량, 물, 에너지 부족의 위기가 전 지구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2004년 미 국방성(펜타곤)비밀 보고서 예측대로 현실화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수급보고서’발표를 통해서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넘기고 있어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 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6년 10월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옥수수, 귀리의 선물가격은 2005년 초와 비교해 각각 70%, 55%, 54% 급등했다. 2007년의 경우에도 10월 기준으로 옥수수, 밀, 콩 등의 곡물들이 작년 동월대비 35~68% 폭등 했다. 밀(소맥)의 경우 캔사스상품거래소(KCBOT)에서 9월 인도분이 지난 14일 현재 t당 29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8%, 8월과 비교해도 21%나 높은 것으로 지난 9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와 대두(콩) 가격도 마찬가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쌀, 옥수수, 밀 등 세계 곡물생산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해 유럽, 호주 등 주요 곡물생산국들의 작황이 부진하여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곡물재고율 또한 감소하고 있는데 2000~2001년 재고율이 30.4% 이었으나 2005~2006년부터 20% 이하로 감소하였고 2006~2007년에 16%, 2007~2008년에는 15.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브라질, 유럽 등의 바이오연료 생산정책이 식량으로 충당될 곡물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인해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얻어지는 바이오연료를 활용하는 정책추진으로 이들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거나 타 작물의 재배가 감소하는 등 전체 곡물가의 급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셋째, 곡물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농업부(USDA)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2008년 세계 곡물생산량은 20억 7,243만 톤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세계 곡물소비량은 20억 9,377만 톤으로 전망치를 밝히고 있어 2,143만 톤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BRICs(신흥경제국가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말함)국가들의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식량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제곡물시장의 수급불균형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째, 국제적 농업 기반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등 농업수출국들은 DDA 협상과 FTA 등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감축 및 철폐하도록 하고, 전면적인 개방화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영세농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농업구조의 해체를 가속화시켜 농업기반을 파괴해왔다. 이로 인해 제3세계의 수많은 농업수입국 및 소규모 농업국가들의 농업기반이 파괴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을 비롯한 상위 3개 나라의 농산물 수출량은 세계의 모든 농산물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대규모 곡물 생산은 미국·중국·EU·브라질·인도·러시아 등에 집중돼 있으며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고투입 농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곡물 생산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현상, 신흥경제성장국의 도시화 진행 등도 추가적인 국제적 농업기반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
식량위기의 현실화와 나타나는 영향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 최근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과거 주기성을 가지고 반복되던 식량 파동과는 다르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과거 식량 파동은 일시적인 기상 이변에 의해 공급이 갑자기 줄면서 발생했던 것으로 대략 6~7년을 주기로 나타났었다. 1972년 곡물 파동의 경우 주요 곡물 수출국이던 옛 소련이 대흉작에 따라 곡물 수입에 나서면서 시작됐으며 실제적으로 곡물생산량은 3% 감소했을 뿐인데도, 쌀과 밀의 국제가격이 각각 367%, 212% 오르는 등 4개 곡물가격이 100% 넘게 급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실제 곡물생산의 하락에도 원인이 있었지만 조금만 부족해도 큰 위기감을 주는 '식량'의 특성이 반영되었던 예라 볼 수 있다.
과거의 식량 파동은 기상 이변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2006년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구조적인 요인들에 의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적 요소, 구조적인 국제 수급 불균형 문제, 세계 경제의 조정 국면(미국 중심의 일극화 탈피) 등 중장기적인 요소에 의한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곡물수출국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미 자국의 곡물과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밀 세계 3위 수출국인 러시아는 밀과 보리에 수출세를 확대 부과하여 자국 곡물의 수출을 억제하고 있고, 인도는 올 10월부터 쌀과 밀 수출금지,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올 7월부터 쌀 수출을 금지, 중국도 2008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밀, 쌀, 옥수수등 57개 곡물에 대해 5% ~ 25%의 수출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주요곡물 수출국들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결국 곡물 수출은 미국을 비롯한 몇 개 나라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 곡물 수출에서 시장가격 형성에 개입하거나 조작하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곡물시장을 쥐락펴락 하면서 식량이라는 무기를 휘두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식량위기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식량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국제곡물가격 폭등의 여파로 식량수급이 부족해지면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다. 옥수수가 원료이고 멕시코 사람들의 주식인 ‘또르띠야(Tortilla)’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일명 ‘또르띠야(Tortilla)시위’가 벌어졌는가 하면, 이탈리아 ‘파스타 파업’, 아프리카 몇 나라의 폭동, 이집트에서는 빵 배급을 기다리던 사람끼리 충돌해 7명이 사망했다는 사건 등이 있었다. 또한 아이티 같은 빈곤국에서는 먹을 것이 더욱 줄어들어 아이들이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와 같은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는 사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파산지경에 이른 축산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소의 경우 생산비중 사료비가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에는 사료비가 작년보다 30%이상 상승한 상황이다. 양돈과 양계농가는 이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데 사료비가 60%를 차지하고 있어 출하했을 때 한 마리당 최소 4-5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곡물을 원료로 하는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의 합성어) 현상이 나타나면서 소비자들 역시 부담을 안게 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2007년 2월 2.2%에서 2008년 2월 3.6%로 상승했고 다시 한 달 만인 3월에는 3.9%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곡물을 해외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의 상승과 수급불안이 계속되는 한 식료품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아직 높기 때문에 멕시코나 이탈리아, 아프리카, 아이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고 있지만 정부가 2004년 쌀협상에서 2010년이면 쌀을 관세화로 전면개방하기로 했고 쌀 이외의 자급률은 5%밖에 안 되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수급불안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한 마음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두 차례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72년 세계 식량파동 때 국제 쌀값이 367%가 상승하여 비싸게 수입한 예가 있고 1980년 냉해를 입었을 때 미국 카길사에서 쌀을 사오면서 세계 곡물가격의 3배나 주고도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쌀을 수입하겠다는 부당한 계약조건으로 쌀을 들여온 예가 있다.
정부대책의 문제점과 ‘식량주권’ 실현의 필요성
2006년 말 이후 급격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으로 인하여 중장기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면서 정부에서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대책마련에 노력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주요내용은 곡물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옥수수, 대두의 할당관세를 내리는 것과 중장기적으로는 곡물 수입선을 미국 ? 호주 ? 중국 중심에서 동남아 ? 남미지역 등으로 확대해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곡물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대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밀과 옥수수의 현행 관세율은 0.5% 밖에 되지 않아 무세화 한다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하며 수입선을 확대하는 것도 곡물수출국들이 자국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해외곡물생산기지 건설 역시 해당국의 곡물수출에 대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정부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곡물 생산과 수급에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업은 정부의 비교우위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개방화ㆍ시장화를 강요당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국제곡물가격 폭등과 영향을 통해 소위 국제경쟁력이 있는 부문에 집중하고 취약한 부문은 타국과의 교역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비교우위 이론은 최소한 농업부문에서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량위기의 시대엔 돈이 있어도 충분한 양의 곡물을 마음대로 살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자국의 식량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주요 곡물수출국들은 자국의 실리를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다국적기업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농업은 이제 국가의 책임 하에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을 통해서 회생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의 핵심이면서 식량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국내의 식량자급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일정정도의 자급력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국내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설정이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자료에 의하면 OECD 회원국들의 식량자급률(2003년 기준 통일)을 계산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25.3%로 29개국 중 26위로 나타났다.(곡물만의 자급률은 28%) 가까운 일본은 2005년 기준 41%이며 2010년까지 4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농민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법제화’ 요구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유야무야하고 있다.
‘식량주권’은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과 국가가 자연자원,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 생활의 전 과정에서 식량과 관련한 자기 결정권을 확립하고 행사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식량주권’은 농민들만의 정책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 대한 정책이다.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농지보전, 수자원보호, 종자보호, 자연환경 고려, 생산방식, 농가소득 보장, 먹을거리 안전성 확보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반의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역대 정권이 이러한 책임을 방기해왔으며 이명박 정권 역시 책임방기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을 더욱 노골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식량위기 시대에 한국농업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더욱 면밀한 검토 없이 조기비준을 거론하는가하면 이후 다른 나라와의 FTA를 연속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가 부족해서 해외농지개발까지 검토하는 와중에 거꾸로 농지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매출규모 1조원의 미국의 ‘썬키스트’ 같은 유통회사를 육성하고 매출규모 1,000억원의 지역기반형 농기업 육성을 통한 농업의 대 자본화, 기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먹을거리 안전성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5월부터 국제곡물가 상승에 따른 가공업체의 요구를 수용하여 수입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GMO옥수수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는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기업의 이익을 위한 곡물확보를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말도 못 꺼내게 하는 ‘식량주권’
국제곡물가의 폭등과 수급불안으로 빚어진 전반적인 물가상승과 세계적인 식량위기 위협에 대해서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기적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수입관세율 인하 내지는 특정농산물에 대한 물가 관리 같은 단기대책으로 당장의 문제마저도 잘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식량의 문제는 국가의 계획과, 자연의 힘, 농민의 노력,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해지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이며 필요할 때 당장 어떻게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그야말로 심각한 식량위기 시대를 눈앞에 두고 ‘식량주권’의 개념과 실현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단위에서 ‘식량주권’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우루과이, 에콰도르, 네팔, 말리 정부는 농업 정책에서 식량주권을 중심 정책으로 채택하거나 식량주권의 개념을 헌법에 반영하고 법제도적인 틀과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식량주권에 대해서 표현자체를 꺼려하고 있으며 아직 국민들 사이에 식량주권 개념에 대한 동의, 필요성, 실현방도 등이 충분히 공유되어 있지 못한 현실이다. ‘식량주권’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진영이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정립과 실현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조직,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새로운 농업생산방식과 농업관련 시스템 마련, 사회적 연대실현, 지역생산과 지역소비를 중심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 확립, 남북농업협력 등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국민합의의 농업, 즉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을 사회 대중운동화 하면서 ‘사회협약’ 내지는 ‘국민협약’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를 통해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견인해내야 한다.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국제곡물가격과 원유,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들의 자원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국제 곡물가 상승과 각 나라의 곡물수급불안은 식량, 물, 에너지 부족의 위기가 전 지구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2004년 미 국방성(펜타곤)비밀 보고서 예측대로 현실화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수급보고서’발표를 통해서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넘기고 있어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 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6년 10월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옥수수, 귀리의 선물가격은 2005년 초와 비교해 각각 70%, 55%, 54% 급등했다. 2007년의 경우에도 10월 기준으로 옥수수, 밀, 콩 등의 곡물들이 작년 동월대비 35~68% 폭등 했다. 밀(소맥)의 경우 캔사스상품거래소(KCBOT)에서 9월 인도분이 지난 14일 현재 t당 29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8%, 8월과 비교해도 21%나 높은 것으로 지난 9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와 대두(콩) 가격도 마찬가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쌀, 옥수수, 밀 등 세계 곡물생산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해 유럽, 호주 등 주요 곡물생산국들의 작황이 부진하여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곡물재고율 또한 감소하고 있는데 2000~2001년 재고율이 30.4% 이었으나 2005~2006년부터 20% 이하로 감소하였고 2006~2007년에 16%, 2007~2008년에는 15.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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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아이티 레스카예스 시의 시위대. 반 년 사이에 식품 값이 40% 이상으로 폭등하자 아이티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 UN평화유지군이 이에 대응차 발포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그 부대 장교를 살해하는 등 아이티의 식량 시위는 악화일로로 치달아 유혈참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
ⓒ 로이터뉴시스 |
둘째, 미국과 브라질, 유럽 등의 바이오연료 생산정책이 식량으로 충당될 곡물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인해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얻어지는 바이오연료를 활용하는 정책추진으로 이들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거나 타 작물의 재배가 감소하는 등 전체 곡물가의 급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셋째, 곡물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농업부(USDA)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2008년 세계 곡물생산량은 20억 7,243만 톤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세계 곡물소비량은 20억 9,377만 톤으로 전망치를 밝히고 있어 2,143만 톤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BRICs(신흥경제국가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말함)국가들의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식량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제곡물시장의 수급불균형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째, 국제적 농업 기반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등 농업수출국들은 DDA 협상과 FTA 등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감축 및 철폐하도록 하고, 전면적인 개방화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영세농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농업구조의 해체를 가속화시켜 농업기반을 파괴해왔다. 이로 인해 제3세계의 수많은 농업수입국 및 소규모 농업국가들의 농업기반이 파괴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을 비롯한 상위 3개 나라의 농산물 수출량은 세계의 모든 농산물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대규모 곡물 생산은 미국·중국·EU·브라질·인도·러시아 등에 집중돼 있으며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고투입 농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곡물 생산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현상, 신흥경제성장국의 도시화 진행 등도 추가적인 국제적 농업기반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
식량위기의 현실화와 나타나는 영향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 최근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과거 주기성을 가지고 반복되던 식량 파동과는 다르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과거 식량 파동은 일시적인 기상 이변에 의해 공급이 갑자기 줄면서 발생했던 것으로 대략 6~7년을 주기로 나타났었다. 1972년 곡물 파동의 경우 주요 곡물 수출국이던 옛 소련이 대흉작에 따라 곡물 수입에 나서면서 시작됐으며 실제적으로 곡물생산량은 3% 감소했을 뿐인데도, 쌀과 밀의 국제가격이 각각 367%, 212% 오르는 등 4개 곡물가격이 100% 넘게 급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실제 곡물생산의 하락에도 원인이 있었지만 조금만 부족해도 큰 위기감을 주는 '식량'의 특성이 반영되었던 예라 볼 수 있다.
과거의 식량 파동은 기상 이변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2006년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구조적인 요인들에 의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적 요소, 구조적인 국제 수급 불균형 문제, 세계 경제의 조정 국면(미국 중심의 일극화 탈피) 등 중장기적인 요소에 의한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곡물수출국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미 자국의 곡물과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밀 세계 3위 수출국인 러시아는 밀과 보리에 수출세를 확대 부과하여 자국 곡물의 수출을 억제하고 있고, 인도는 올 10월부터 쌀과 밀 수출금지,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올 7월부터 쌀 수출을 금지, 중국도 2008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밀, 쌀, 옥수수등 57개 곡물에 대해 5% ~ 25%의 수출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주요곡물 수출국들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결국 곡물 수출은 미국을 비롯한 몇 개 나라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 곡물 수출에서 시장가격 형성에 개입하거나 조작하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곡물시장을 쥐락펴락 하면서 식량이라는 무기를 휘두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식량위기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식량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국제곡물가격 폭등의 여파로 식량수급이 부족해지면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다. 옥수수가 원료이고 멕시코 사람들의 주식인 ‘또르띠야(Tortilla)’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일명 ‘또르띠야(Tortilla)시위’가 벌어졌는가 하면, 이탈리아 ‘파스타 파업’, 아프리카 몇 나라의 폭동, 이집트에서는 빵 배급을 기다리던 사람끼리 충돌해 7명이 사망했다는 사건 등이 있었다. 또한 아이티 같은 빈곤국에서는 먹을 것이 더욱 줄어들어 아이들이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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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아르헨티나 괄레이과이추시 인근 고속도로를 점거한 농민들. 아르헨티나는 정부가 식량재고 확보를 위해 콩 수출의 관세를 대폭 올리자 매출이 준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다. |
ⓒ 로이터 뉴시스 |
우리나라의 경우 위와 같은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는 사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파산지경에 이른 축산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소의 경우 생산비중 사료비가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에는 사료비가 작년보다 30%이상 상승한 상황이다. 양돈과 양계농가는 이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데 사료비가 60%를 차지하고 있어 출하했을 때 한 마리당 최소 4-5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곡물을 원료로 하는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의 합성어) 현상이 나타나면서 소비자들 역시 부담을 안게 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2007년 2월 2.2%에서 2008년 2월 3.6%로 상승했고 다시 한 달 만인 3월에는 3.9%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곡물을 해외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의 상승과 수급불안이 계속되는 한 식료품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아직 높기 때문에 멕시코나 이탈리아, 아프리카, 아이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고 있지만 정부가 2004년 쌀협상에서 2010년이면 쌀을 관세화로 전면개방하기로 했고 쌀 이외의 자급률은 5%밖에 안 되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수급불안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한 마음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두 차례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72년 세계 식량파동 때 국제 쌀값이 367%가 상승하여 비싸게 수입한 예가 있고 1980년 냉해를 입었을 때 미국 카길사에서 쌀을 사오면서 세계 곡물가격의 3배나 주고도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쌀을 수입하겠다는 부당한 계약조건으로 쌀을 들여온 예가 있다.
정부대책의 문제점과 ‘식량주권’ 실현의 필요성
2006년 말 이후 급격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으로 인하여 중장기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면서 정부에서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대책마련에 노력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주요내용은 곡물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옥수수, 대두의 할당관세를 내리는 것과 중장기적으로는 곡물 수입선을 미국 ? 호주 ? 중국 중심에서 동남아 ? 남미지역 등으로 확대해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곡물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대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밀과 옥수수의 현행 관세율은 0.5% 밖에 되지 않아 무세화 한다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하며 수입선을 확대하는 것도 곡물수출국들이 자국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해외곡물생산기지 건설 역시 해당국의 곡물수출에 대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정부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곡물 생산과 수급에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업은 정부의 비교우위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개방화ㆍ시장화를 강요당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국제곡물가격 폭등과 영향을 통해 소위 국제경쟁력이 있는 부문에 집중하고 취약한 부문은 타국과의 교역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비교우위 이론은 최소한 농업부문에서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량위기의 시대엔 돈이 있어도 충분한 양의 곡물을 마음대로 살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자국의 식량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주요 곡물수출국들은 자국의 실리를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다국적기업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농업은 이제 국가의 책임 하에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을 통해서 회생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의 핵심이면서 식량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국내의 식량자급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일정정도의 자급력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국내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설정이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자료에 의하면 OECD 회원국들의 식량자급률(2003년 기준 통일)을 계산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25.3%로 29개국 중 26위로 나타났다.(곡물만의 자급률은 28%) 가까운 일본은 2005년 기준 41%이며 2010년까지 4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농민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법제화’ 요구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유야무야하고 있다.
‘식량주권’은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과 국가가 자연자원,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 생활의 전 과정에서 식량과 관련한 자기 결정권을 확립하고 행사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식량주권’은 농민들만의 정책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 대한 정책이다.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농지보전, 수자원보호, 종자보호, 자연환경 고려, 생산방식, 농가소득 보장, 먹을거리 안전성 확보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반의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역대 정권이 이러한 책임을 방기해왔으며 이명박 정권 역시 책임방기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을 더욱 노골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식량위기 시대에 한국농업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더욱 면밀한 검토 없이 조기비준을 거론하는가하면 이후 다른 나라와의 FTA를 연속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가 부족해서 해외농지개발까지 검토하는 와중에 거꾸로 농지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매출규모 1조원의 미국의 ‘썬키스트’ 같은 유통회사를 육성하고 매출규모 1,000억원의 지역기반형 농기업 육성을 통한 농업의 대 자본화, 기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먹을거리 안전성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5월부터 국제곡물가 상승에 따른 가공업체의 요구를 수용하여 수입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GMO옥수수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는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기업의 이익을 위한 곡물확보를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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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철을 맞아 농민들이 모판을 이앙기에 싣고 있다. |
ⓒ 월간말 |
말도 못 꺼내게 하는 ‘식량주권’
국제곡물가의 폭등과 수급불안으로 빚어진 전반적인 물가상승과 세계적인 식량위기 위협에 대해서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기적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수입관세율 인하 내지는 특정농산물에 대한 물가 관리 같은 단기대책으로 당장의 문제마저도 잘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식량의 문제는 국가의 계획과, 자연의 힘, 농민의 노력,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해지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이며 필요할 때 당장 어떻게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그야말로 심각한 식량위기 시대를 눈앞에 두고 ‘식량주권’의 개념과 실현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단위에서 ‘식량주권’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우루과이, 에콰도르, 네팔, 말리 정부는 농업 정책에서 식량주권을 중심 정책으로 채택하거나 식량주권의 개념을 헌법에 반영하고 법제도적인 틀과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식량주권에 대해서 표현자체를 꺼려하고 있으며 아직 국민들 사이에 식량주권 개념에 대한 동의, 필요성, 실현방도 등이 충분히 공유되어 있지 못한 현실이다. ‘식량주권’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진영이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정립과 실현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조직,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새로운 농업생산방식과 농업관련 시스템 마련, 사회적 연대실현, 지역생산과 지역소비를 중심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 확립, 남북농업협력 등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국민합의의 농업, 즉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을 사회 대중운동화 하면서 ‘사회협약’ 내지는 ‘국민협약’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를 통해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견인해내야 한다.
기사입력 : 2008-04-29 10:18:08
최종편집 : 2008-04-29 10:18:53
최종편집 : 2008-04-29 10:18:53
ⓒ월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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