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님! 발권수수료 2% 인하해서 소비자에게 되돌려 준다굽쇼?

[월간 말_시사]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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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발권수수료’를 2% 인하했다.
발권수수료는 여행사가 항공사 대신 항공권 예약, 발권, 판매 등 제반 업무를 대행해주고 받는 비용. 지난 4월 1일 인하되기 전까지 책정된 수수료는 항공요금의 9%였다. 이 금액은 1969년 대한항공 창사 이래 40여 년 동안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여행사들은 일제히 ‘대기업의 횡포’라고 강력 반발했다.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결정해 ‘통보’한 것은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대한항공은 발권수수료 2% 인하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의 2%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행사에 지급되는 유통 비용을 절감해 이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려는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취재 결과 대한항공이 전면에 내세운 ‘소비자 혜택’은 터무니없는 ‘진실’로 드러났다. 여행사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국민의 환심을 얻으려는 ‘양면 술책’에 불과했다.
월간 『말』은 발권수수료 인하를 둘러싸고 대한항공과 여행사 간에 벌어진 ‘불협화음’의 실체와 여행사의 피와 살로 성장해온 대한항공의 비윤리적인 비즈니스를 낱낱이 고발한다.

고객에게 되돌려준다는 ‘2%’는 어디로 갔나

대한항공은 발권수수료를 인하하면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쉽게 얘기하면 여행사에게 줄 수수료를 대신해 소비자 항공권 요금을 내려주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에 발권수수료가 인하돼도 대한항공에 되돌아오는 이익은 없다”며 “실제로 항공권 요금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해 4월 1일 전후 항공요금을 비교해 본 결과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일등석)와 비즈니스 클래스(Business class-이등석) 요금만 1~2%정도 내렸을 뿐이다.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요금이 1~2%가 내렸다고 해서 타고, 안타고를 결정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비즈니스 클래스만 해도 이코노미 클래스 요금의 3배 이상. 국내 한 대기업의 경우, 회장과 사장만이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클래스도 부사장과 임원에게만 허용된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비싼 항공 요금 때문에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는 타지 못한다.
이코노미 클래스(Economy class-일반석) 요금은 변동이 없었다. ‘유류할증료’까지 올라 소비자들은 더 비싼 요금을 내고 있었으며, 패키지 항공권 같은 경우는 요금 자체가 더 올랐다.
여행사 관계자는 “단체 항공권은 환율이나 유류할증료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항공 단가 자체가 올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수수료 인하는 VIP고객들만을 위한 공략이었을까.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은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60일전, 45일전에 발권하면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항공권을 새롭게 만들어놓고 항공권 평균 요금을 내렸다고 생색을 냈다. 어렵고, 타이트한 조건의 항공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교묘하게 요금을 올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행사 관계자는 “사전 발권 조건이 붙은 항공권을 환불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면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한다”면서 “출장 가는 사람이 45일전에 일정을 잡는 경우도 드물고, 설사 예약을 하더라도 일정을 변경하지 않을 수가 없어, 이러한 조건의 항공권을 이용하는 고객은 매우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예약이 많은 항공권은 가격을 유지하고, 예약이 많지 않은 항공권은 가격을 내려 수수료에서 발생한 이윤을 독차지하려고 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기자는 항공권 요금 2% 인하에 대한 진실 공방을 매듭짓기 위해 대한항공에 증빙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증거로 남을 수 있는 텍스트 자료는 보내주지 않았고, 결국 전화로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이러한 공방이 있기 전 대한항공은 전화로 ‘항공요금을 내렸다’, 만나서는 ‘실제로 내렸다’를 반복해 여행사에서 재차, 삼차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여행사 카운터들은 “아무리 살펴봐도 항공 요금은 내리지 않았다”고 요금 현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겉으로는 ‘소비자에게 2%를 되돌려 주겠다’고 말하면서 슬그머니 뒷주머니를 차고 있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발권수수료가 인하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공문 한 장으로 시작된 발권수수료 인하 통보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전국에 있는 여행사에 한 장의 공문(公文)을 발송했다. 국제선 발권 수수료를 4월 1일부터 2% 인하하겠다는 ‘통보’였다. 여행사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대한항공은 여행사에 ‘협상’이나 ‘부탁’ 따위를 하지 않는다. 공문 발송은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다.
그 이후 대한항공은 수수료 인하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지난 3월 항공권 발권을 담당하고 있는 여행사 카운터들을 모아놓고 요금설명회를 개최하는 자리에서도 수수료 인하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며, 질문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여행사 영업을 담당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물어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는 소리만 되돌아왔다.
대부분 여행사들은 대한항공에서 별다른 얘기가 없자 수수료 인하정책이 수정됐거나 유예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안 같았으면 똑같은 공문을 ‘재강조’, ‘재강조’ 해서 보내왔던 대한항공이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너무나 조용했던 까닭이다.
4월 1일. 예정대로 국제선 발권 수수료가 2% 인하됐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여행사들이 이를 거역하면 2%에 관한 대금 결제와 함께 별도의 ‘핸들링 차지’(Handling Charge-대한항공이 정한 내용을 지키지 않을 때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를 건건마다 3만원씩 내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당일 오후가 돼서야 여행사들만이 접속할 수 있는 대한항공 대리점 지원 웹사이트(칼메이트, www.kalmate.co.kr)에 발권수수료 2% 인하 내용을 공지하고 별다른 설명 없이 입을 닦았다. 똑같은 내용의 공지가 일주일 후 이 웹사이트에 게재됐을 따름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이유는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여기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는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 과연 대한항공은 왜 국제선 발권 수수료 인하정책을 이토록 쉬쉬하면서 진행했던 것일까.

대한항공에 부과된 폭탄 벌금 3억 달러? 그리고...

지난해 7월 대한항공은 여객과 화물요금을 6년 동안 담합한 반독점공모 혐의로 벌금 3억 달러(2,700억원)를 맞았다. 앞으로도 민사소송이 계속 되고 있어 벌금과 합의금을 합쳐 모두 6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격 담합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화물회사와 소비자들과의 소송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이 지불해야할 금액이 어느 정도 될지는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가격담합은 경쟁사들끼리 가격을 조정하는 행위로, 주요 경제범죄 행위 중의 하나다. 이 같은 행위는 시장을 독점상태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가격 담합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회사들에게는 정책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내려왔다.
대한항공의 발권 서비스를 대행하는 여행사들
ⓒ 월간 말
대한항공은 가격담합에 의한 손실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상황에 몰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주가는 상반기 큰 폭의 실적부진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4월 15일 코스피시장에서 대한항공 주가는 전일보다 2.71% 떨어진 50,200원으로 마감해 올해 초보다 35% 이상 하락했다. 게다가 상반기 경기 둔화로 해외 여행객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대한항공이 손쉽게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대한항공이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여행사에게 쉬쉬해야 했던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란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기자야 말로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가격담합으로 인한 손실을 발권수수료 2% 인하로 대신하려는 게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발권수수료 2%를 인하해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항공 요금은 내리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격 담합으로 맞은 벌금 3억 달러도 회계처리를 했다”면서“발권수수료 인하와 가격담합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격담합과 수수료의 연관 관계에 대한 추측은 수수료 인하로 대한항공이 얻게 되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보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대한항공 수수료 인하로 한해 500억원 정도 이익

항공권 수수료가 2% 인하되면 항공사의 수입은 어느 정도 늘게 될까. 2006년 BSP로 발권된 항공권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그 액수가 1,000억원에 이른다. 매해 BSP(용어설명:박스참조) 발권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BSP 발권 항공권 총액은 약5조원. 이 가운데 항공사가 여행사에게 지불해야할 발권수수료를 9%로 계산하면 4,500억원, 7%로 계산하면 3,500억원이다. 수수료가 2% 인하되면 1,000억원(4,500억원(9%)-3,500억원(7%))의 수수료가 항공사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이 중에서 대한항공이 가져갈 몫은 어느 정도 될까.
전체 발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여행사들이 두 항공사의 티켓 10개 중 7개 이상을 대신 팔아주는 셈이다. 시장점유율은 대한항공이 50%, 아시아나항공이 20%. 나머지 30%는 외국 국적 항공사들의 몫이다. 발권수수료 2% 인하로 발생한 1,000억 중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을 50%(대한항공의 실제 비중은 41%)로 계산하면 한해 500억원이다. 이보다 비중이 작다손 치더라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가격담합에 대한 벌금 3억달러(2,700억원)를 5년에 걸쳐 갚아야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수수료 인하로 한해에 500억원 정도를 5년 동안 벌어들이면 별다른 손실 없이 그대로 엎어칠 수 있다.

발권수수료 인하, 시기에 문제 있다

대한항공이 발권수수료 인하의 배경으로 주장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세론’이다. 해외지역의 경우 대부분 발권수수료가 없으며, 있는 경우에도 1~5% 정도라는 것. 현재 한국시장에서도 미주, 구주계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UA), 노스웨스트항공(NW), 아메리칸항공(AA), 에어프랑스(AF), 네덜란드항공(KL), 루프트한자(LH), 에미레이트항공(EK)) 등 국제 항공사들은 이미 7%로 운영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 항공사들이 발권수수료를 받지 않은 것은 대신에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를 받기 때문”이라면서 “시스템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대한항공과 여행사들의 이야기지 소신 없이 외국 항공사를 따를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제로 커미션을 적용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의 항공권은 여행사가 예약을 받을 때는 수수료가 없지만 고객이 발권하고, 예약을 변경 할 때마다 건 건마다 ‘서비스 차지’를 받는다. 때문에 별도로 발권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여행사가 운영될 수 있다.
사실 대한한공의 발권수수료 인하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전부터 수수료 인하 문제가 계속 제기됐지만 IMF나 9.11 테러, 사스 등 외부문제로 인한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속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행사들이 가격 할인 도구로 수수료를 이용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여행시장의 왜곡과 수수료 관행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으며, 향후 ‘제로 커미션’도 제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사들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십분 동감했다. 하지만 여행시장 왜곡 문제와 발권수수료 2% 인하는 아무런 상관없다고 갸우뚱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발권수수료 2% 인하는 여행업계를 더 힘들 게 하는 것이지 제살 깎기 경쟁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면서 “가격 담합에 대한 패널티를 우리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더욱 의문이 생긴다”고 의견을 밝혔다.

쓰러져가는 중소여행사, 반발하지 못하는 대형여행사

발권수수료 9%에서 7% 인하 시 연간 손실액
ⓒ 민중의소리
중소여행사에 때 아닌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닥칠 조짐이다.
발권 수수료 2%가 인하되면 항공권 1억원 당 손실액은 200만원. 베테랑 카운터의 한 달 월급이다. 미주나 유럽 지역은 상품 가격이 높아 한 번에 몇천만원 가량의 여행사 손실이 발생된다. 한 달에 항공권 40~50억원을 판매하는 중견 여행사의 경우 한 해 영업 손실액이 수십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때문에 중소여행사들은 적자를 매우기 위해 카운터 직원을 해고해야할 처지에 놓였으며, 소리 소문도 없이 망하는 여행사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ATA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된 여행사는 1만1천여개. 이번 수수료 인하로 타격을 받는 여행사는 5천여 개이며, 이 가운데 90%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기업이나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상용여행사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전체 수입 중에 발권수수료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실제 이들 업체들의 영업 손실액은 한해 1백억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의 분위기는 비교적 잠잠하다. ‘인센티브(Incentive)’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대형 여행사들에게 ‘성과급’을 주면서 관리해왔다. 일정액 이상의 항공권을 판매하면 ‘추가 수수료’나 ‘추가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때문에 여행사들은 비록 수수료가 인하됐지만 ‘인센티브’라도 받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악재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반면 여행상품과 항공권을 동시에 파는 대형 홀세일(도매)여행사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중간수수료(2%)만 받고 소매여행사에 상품을 팔아왔기 때문에 발권수수료에 관계없이 손해 볼 것이 없다.
중소규모의 온라인 여행사들도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이들 업체들은 고객들을 싼 가격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전부터 싼 수수료로 항공권을 판매해 왔다.

여행사들의 의미 있는 행보, 어디까지 갈까?

지난 2월 여행사들은 주요 일간지에 ‘발권수수료 2% 인하를 철회해 달라’는 호소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은 항공사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단체발권 7%, 개인발권 9% 3년간 유지’라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3월 25일 여행사 관계자 500여명은 세종로 열린마당에 모여 한바탕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항공사들이 비즈니스 파트너인 여행사와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통보한 것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라고 극렬 비난했다.
이날 정우식 한국일반여행업협회장은 “항공사의 발권 수수료 인하는 여행업체 경영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고, 여행업 종사자 2만2,000여 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면서 “항공업계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이며, 상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4월 1일 발권수수료는 인하됐고, 여행사들의 반발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당장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다 국내 여행업 구조상 항공사에 대항하기도 어렵고, 뚜렷한 해법도 없기 때문이다.
여행업계는 수수료 인하에 대한 손실부분을 보존하기 위해 여행상품의 가격 조정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도 항공권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도 당장 5월부터 수수료를 인하한다.
여행업계는 향후 항공사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행보를 정할 방침이다.

여행사에 과도한 ‘벌금’ 부과하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의 횡포는 비단 수수료 인하뿐만 아니다. 대한항공은 원활한 정산처리를 이유로 여행사에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로 2006년 4월 1일부터 ‘ADM/ACM’ 발생에 대해 별도의 ‘어드민 피’(Administration Fee)를 부과하겠다고 여행사에 ‘통보’했다.(93페이지 아래표 참조)‘어드민 피’는 항공사가 여행사에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 대한항공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다른 항공사들도 비슷한 형태의 ‘어드민 피’ 제도를 따라서 시행했다. 국내 1등 국적항공사가 먼저 칼자루를 쥐고 ‘나를 따르라’ 외치자 다른 국내외 항공사들이 ‘얼씨구나’ 하고 따라가는 형국이다.
‘어드민 피’에 대해 한가지 예를 들면 여행사가 30만원짜리 항공권을 학생할인으로 25만원에 발권하면서 항공사에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공사는 여행사에 5만원을 대신 내도록 한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러한 업무과실에 대한 책임은 여행사가 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ADM)에서 대한항공 직원이 정산업무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별도 ‘어드민 피’ 3만원을 여행사에게 부과시킨다. 한번 잘못 하면 총 8만원을 내게 되는 것이다. 30만원에 대한 발권수수료(7%)는 2만1천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구제해준다. 이 과정(ACM)에서는 별도 ‘어드민 피’가 부과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전산 착오 및 오류가 발생하면 여행사가 고의로 항목을 누락시킨 것으로 간주하고 10만원의 ‘어드민 피’를 부과한다. 더 웃긴 것은 이러한 정책에 원칙 없이 오락가락한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은 대형여행사들이 항의하면 가끔씩 ‘어드민 피’를 삭감해줘 중소여행사들을 ‘벙찌게’ 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전자티켓 시대다. 예약번호만 알고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종이 항공권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웬만한 정산업무도 대부분 전산으로 잡아낼 수 있어 ‘어드민 피’ 부과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일이 서류를 확인해야 하는 사안은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자사의 항공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너무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서 “과연 벌금 부과만이 ACM과 ADM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인지 의문스럽다”고 토로했다.

대한항공, 예약시스템과 인터넷에서도 돈 벌어

대한항공은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아주 싼 가격의 항공권을 직판한다. 소비자들에게 이 상품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도 여행사들은 권한이 없다. 오직 이 항공권은 대한항공만이 팔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 이용 고객들에게 저렴한 상품을 제공해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고, 고객을 홈페이지로 유도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면서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도 당사와 같은 인터넷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DM, ACM A/F 시행안내, 2006년 3월


여행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권리 운운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직접 장사를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대한항공이 대리점과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대한항공만이 팔 수 있는 항공권이 따로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간 『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정위에 상담을 요청했다. 항공사가 대리점 수수료를 빼고 자사의 항공권을 직판하는 것이 시장 질서를 깨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행사들은 항공사의 예약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많다.
대한항공은 일명 ‘토파즈’라고 불리는 예약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여행사들이 항공권을 발권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하며, 월 사용료도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예약시스템 간의 호환도 되지 않아 여행사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을 예약하려면 2개의 예약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여행사들은 국내 여행사들의 수가 많아 항공사의 수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자사의 예약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해 제3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는 “대기업인 항공사가 중소업체인 여행사를 수탈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폭력의 고리’ 끊어낼 수 없나

과연 발권수수료 2%를 둘러싼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갈등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
중소여행사들이 강력하게 뭉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항공사의 폭력에서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가 협의를 통해 비즈니스를 처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는 ‘공생관계’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의 관계다. 그래서 중소여행사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크다.
월간 『말』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주시하고 시장질서에 반하는 항공사들의 비즈니스를 감시할 예정이다. 위와 같은 일들이 대한항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까닭이다.

용어 설명

BSP란?
BSP는 항공사와 여행사간의 대금 결제를 은행이 대신해주는 공동결제방식(Billing Settlement Plan)을 말한다. 항공사와 여행사간의 이뤄지는 항공권 판매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정산은행을 두고 일괄적으로 거래를 관할하고 있다. 여행사가 항공권을 판매하고 발권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는 IATA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일정액을 담보로 걸어놓아야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다.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양은 담보액에 따라 결정된다.

ADM/ACM이란?
ADM(Air Debit Memo)은 항공사에서 지정한 요금보다 여행사에서 싸게 발권해 항공요금이 적게 입금되었을 때 그 차액을 여행사측에 입금시킬 것을 청구하는 신청이다.
ACM(Air Credit Memo)은 여행사에서 발권 시 실수로 해당요금보다 비싸게 발권해 해당금액보다 많은 금액이 항공사에 입금됐을 때 하는 차액반환청구 신청이다.

  • 정정합니다
  • 대한항공은 ADM, ACM 관련해 이중으로 '어드민 피'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여행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이번 취재 대상이 아니었던 다른 여행사에 확인을 요청한 결과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할 당시 어드민 피가 이중으로 부과돼 항의를 한 뒤부터 이중부과는 없어졌다고 합니다.
ⓒ월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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