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도 잃고 구럭도 잃고
[월간 말_특집]현장에서 본 진보진영 총선 성적표:덕양갑
진보정치가 배출한 심상정, 노회찬 두 의원의 생환 여부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덕양갑과 노원병 지역구 선거는 아쉬운 패배로 결론이 났다. 또한 정당투표 역시 2.94%에 그친 진보신당은 원하지 않은 원외정당의 길을 걷게 됐다. 연간 6억 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을 제외하면 진보신당으로서는 총선참여의 뚜렷한 성과를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아직까지 총선에 대한 평가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진보신당이 본격적인 총선 평가에 들어가면 이후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신당의 노선에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그 이념성향에서 민주적 사회주의, 북유럽형 사민주의, 자유주의까지 다양한 구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수면위로 불거져있는 논쟁은 스타마케팅과 후보단일화에 대한 것이다.
심상정 후보가 출마했던 덕양갑에서는 영화배우 문소리 씨의 활동이 두드러졌고, 공공의적 ‘엄반장’ 역으로 유명한 탤런트 강신일과 권해효, 농구인 박찬숙, 임순례 감독 등도 심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연봉이 18억이었다는 강남의 스타강사 이범 씨는 ‘심상정 후보 당선시 무료강의’를 약속해,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노회찬 후보는 영화배우 박중훈, 하리수, 김부선 등 연예인들의 동원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방식의 선거운동은 진보신당 내부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주로 “명망가, 연예인 위주의 선거운동”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문제를 가렸다는 것과, 심상정 노회찬 후보가 진보신당의 이름을 알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었다. 그런데 스타마케팅만이 아니다. 심상정 후보의 선거운동이나 나아가 진보신당의 정치활동 전반에서 마케팅의 과잉 현상을 볼 수 있다.
정치에 있어서 마케팅 개념이 도입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에서의 상업적 마인드가 가장 발달해있는 미국에서는 1980년 레이건 집권 이후 정치마케팅이 본격화됐고, 한국에서도 정치마케팅은 이미 하나의 산업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17대 대선에서 여론조사자, 컨설턴트, 스핀닥터(홍보전문가, 선거전략가)들의 역할이 눈에 띠게 증가한 것은 정치마케팅의 성장을 반영한다.
정치 + 마케팅의 합성어인 정치마케팅이라는 개념은 마케팅의 원리를 도입한 선거운동방법 나아가 정치활동에 대한 이론이다. 마케팅이라는 게 시장에서의 최상의 상품제조와 판매를 위한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정치마케팅은 지역구(시장)에서 후보자(상품)를 유권자(소비자)에게 가장 잘 포장하기 위한 방법론인 셈이다. 또한 이를 위해 시장조사(여론조사, 정치의식조사)와 시장세분화(유권자 세분화), 신제품 개발(새로운 정책과 후보), 포지셔닝(이미지 메이킹), 광고(선거홍보) 등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진보정당운동의 경우에도 선거와 정치의 마케팅적 접근방법에 무관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실사구시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정치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이념이나 계급적 이해가 아닌 후보자의 상품성이나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정치마케팅의 목적이 더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좇는데 있기 때문에 대체로 유권자 정규분포상의 중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한 사회의 트렌드와 다른 방향성을 갖는 정치와는 대립되는 셈이다. 정치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후보자가 마케팅 조사 결과를 따르지 않는 것은 당선가능성을 낮추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마케팅의 과잉은, 선거운동에서 노선이나 가치가 사라지고 득표를 위해 평균적인 ‘표심’을 추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마케팅이란 선거라는 경쟁적인 시장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사로잡아 시장을 점유(지역구 획득)하는 것을 목표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이라는 강력한 테마, 후보단일화
덕양갑 선거에서는 심상정-한평석 간 후보단일화 협상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번졌다. 후보단일화는 더 많은 유권자를 확보할 수 있으면 보수 정당과의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발상에 기초했는데, 심 캠프에 감지된 선거막판의 지지율 상승도 후보단일화를 뿌리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덕양갑은 진보정치세력에게 꽤나 유리한 여론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고양시는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 지역을 석권하고 17대에는 일산(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할만큼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했다. 2000년 이후 각종 선거결과를 종합해 보더라도 2002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이라 불릴 만큼 개혁성향이 강하게 작용해왔다.
이같은 특성은 유권자들의 연령과도 일정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고양시는 유권자 중에서 30대와 20대가 가장 많은데다, 20∼30대구성비는 전국 평균보다 5% 이상 높고 50대 이상은 8% 이상 적은 젊은 도시다. 이 가운데 덕양갑은 서민층 밀집지역의 하나로 일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일산갑이나 일산을보다 한나라당의 당세가 더욱 약한 곳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태 직후에 실시된 지난 총선은 ‘탄핵역풍’이 지역구 선거에 강하게 작용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과 조희천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반면 정당투표에서는 열린우리당 38.7%, 한나라당 34.9%, 민주노동당 15.2%로 유권자의 30%이상이 분할투표 성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은 전국 평균 득표인 13%, 경기지역 13.5%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민주노동당 정경화 후보에 대한 지지 역시 6.4%로 탄핵역풍 속에서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음을 확인했다.
최근의 상황도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구 민주당 계열로 분류되는 지역관계자에 의하면, 덕양갑 지역의 통합민주당 지지층은 25% 정도(호남출신 유권자는 36%)였다. 여기에 기존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탈현상과 유시민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긴 이후 민주당 후보에 대한 낮은 인지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분열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력이 매우 약해져 있었다. 반면 반한나라당 정서는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남아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부동층으로 남아있던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 중반 심상정 후보와 한평석 후보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고양 덕양갑 지역은 진보진영에게 있어 수도권의 전략지역이었던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노무현 정부나 구 여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월간 『말』은 총선 당일 덕양구청 인근의 백양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출구조사 형식의 취재를 진행했고, 2004년 총선에서 유시민 후보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다수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소속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구 여권의 이탈표가 곧장 심상정 후보나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민주노동당 대신 진보신당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진보진영의 분열 역시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이렇게 보면 진보정치 주체의 오류가 덕양갑 선거의 결과로 나타난 셈인데, 심상정 후보측이 후보단일화를 선뜻 받아들인 것은 지지율을 조금만 더 높이면 당선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더해 상대편 후보의 의도에 대한 오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치마케팅의 관점에서 보자면 후보단일화는 주식시장의 인수합병에 해당한다. 한평석 후보측도 단일화 과정을 통해 한 후보를 전국적 인물로 부상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었는데, 후보단일화는 선거판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강력한 테마임이 분명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보수정당, 진보신당이 진보정당이라고 가정했을 때, 후보단일화는 단일화 결과에 따라서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보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한평석 후보의 제안이 사실은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후보사퇴를 위한 절차였다고 당원들을 설득했으나,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한평석 후보측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고양갑 선거과정을 총괄하고 있던 한평석 캠프의 박정구 사무장에 따르면 “인물면에서는 심상정이 앞서고 있지만 일단 단일화 합의가 되면 한평석 후보가 전국적으로 부각되고 민주당의 응집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덕양갑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데다 조직력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월등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는 양측이 설문 문항을 자기 쪽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밀고당기기가 계속됐고, 결국 단일화가 무산됐으나 어느 쪽도 후보사퇴는 하지 않았다.
‘표심’이 진보의 노선을 바꿨나?
진보신당 내에서 ‘심상정, 노회찬은 있지만 진보신당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득표 위주의 선거전략에 대한 비판의 맥락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구 후보들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당선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출마한 후보들이었지만,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진보정당의 노선과 가치를 알리기보다는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의 명망성에 기댄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후보들 중에는 명함에 ‘심상정 노회찬과 함께하는 000’라는 이름자를 파서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진보신당의 선거운동과 관련해서 마케팅의 과잉으로 인해 진보정당의 노선이나 계급성이 가려졌다고 볼 수도 있으나, 역으로 정치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이 노선 자체를 수정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진보신당의 노선을 집약적으로 드러내주는 ‘사회연대전략’의 발단은 어떻게 (당시 민주노동당의)지지율을 높일까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전해진다. 당내 명망가 중 한 명이 ‘정규직이 과감하게 자기 걸 포기하면 당이 상당히 지지를 획득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고, 당내 정책브레인들을 중심으로 대선전략 차원의 구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이라는 거창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 더 구체적으로는 득표를 위한 목적에서 입안이 시작된 것인데, 오건호나 장석준과 같은 정책브레인들은 이같은 맥락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충분히 진보적인 사업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행해지는 진보적 정치이다. 누가 이 사업을 주도하는 지, 누구와 누구가 이 사업을 통해 대화를 하고자 하는 지, 나는 당에서 정책을 담당하지만 이 사업의 본령은 정치에 있다고 본다.”(오건호. ‘노동운동의 사회연대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2006년 11월)
“(유럽국가들과의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분적인 성과라도 보여줬을 때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뭔가 실물적인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노동자들도 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워낙에 다급하다 보니까, 우리 역량을 최대한 짜내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다.” (장석준. 월간『말』 2007년 1월)
이러한 정황들은 고임금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지율에 대한 고민이 사회연대전략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곧 어떻게 소비자(지지층)를 확보할 것인가가 당의 노선과 정책에 반작용한 것이다.
‘민주노총당’ ‘친북당’ ‘데모당’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유권자 일반의 표심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탈 운동권정당’ 담론은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 여론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과 연동되는 현상 때문에 출발했다.
지지율 확보를 위한 내부정치
‘민주노총당’이라는 말은 사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사용하던 말이 아니다. 2004년까지는 보수정치권이나 언론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흡집내기 차원에서 간간히 민주노총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오히려 자주파 계열의 인사들이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도 민주노총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지층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정도였다. 민주노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당내의 평등파를 중심으로 집중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기아차노조 비리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으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면서다.
실제로 첫 원내진출이 있었던 2004년도에 17% 이상의 곡선을 그렸던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기아차비리,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파동을 겪으며 10%대로, 다시 8%대로 하락했다. 북핵과 일심회 사건 직후에도 역시 지지율이 1∼2% 정도 빠지며 하락을 거듭했다.
민주노총당과의 거리두기에 있어서 쟁점은 당의 사업영역을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로 확장한다는데 있지 않았다. 이는 창당 초기에 합의되었던 노농부문 할당문제나 배타적 지지철회 등 계급적 대중단체와 당을 연결하는 제도들을 해체하라는 요구로 나타났다. 이렇듯 민주노동당의 노선에 관련된 문제들이, 지지층을 어떻게 넓힐까하는 접근방식으로 인해 훼손된 것이다.
‘종북주의’ 논란은 좀 더 깊은 뿌리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울 것 없던 의제가 대선 전후 전면화된 것은 다분히 의도된 측면이 강하다. 보수언론에서조차 사용되지 않던 ‘종북주의’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목적은 분당을 위한 명분싸움에 있었다. 또한 향후 건설될 진보신당과 기존 민주노동당의 헤게모니 투쟁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고민이 논란의 과정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1월 중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당내에서 싸울 때는 어쨌든 당을 흔들만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만 다른 진보진영도 뭔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심상정 전 의원이 ‘종북주의’라는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일심회 사건 관련자에 대한 처리를 여론재판 형식으로 진행하려 한 점이나, 진보신당이 여전히 ‘종북주의’ ‘친북당’ 등의 레떼르 붙이기를 계속하는 것은 다분히 지배적인 담론지형에 편승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2월 3일의 당대회가 파행으로 끝나고 사후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심상정 비대위는 분당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당대회 전날까지 자민통 계열 일부와 구 노운협 계열 등 당내 소수정파들을 접촉해 일심회 안건에 대한 막후처리를 시도했다. 일심회 사건 역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일심회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을 통해 ‘친북당’ 담론에서 벗어나려했던 것이다.
‘도덕성’과 ‘유능함’은 진보정치에 유리한 기준인가?
그러나 표심을 기준으로 진보정당의 노선과 가치를 수정하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지율 등락만으로 진보정당의 발전 정도를 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원내 진출 초기의 신선한 이미지에 따른 지지율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 뿐 아니라, 계급성에 기반하지 않은 표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측면에서 보자면 ‘거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4년과 이번 대선 전의 시점을 비교했을때 민주노동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이전 선거에서 당호감 & 당지지 & 타후보지지)의 성격은 대체로 20∼30대 남여, 화이트칼라에 속한다. 이탈한 지지층이나 호감층(당호감 & 타당지지 & 타후보지지)의 대선후보 선택기준은 도덕성과 국정능력(유능함), 타후보 당선저지로 핵심지지층의 이유인 ‘이념/가치’와 차이를 드러낸다.(진보정치연구소 2월, 한편 “민주노총당 극복”은 바로 이 지지층이 요구하는 혁신과제이며 핵심지지층에서는 “지도자 육성” 등을 꼽고 있다.)
당장 이탈 지지층이나 호감층의 요구를 좇아 도덕성과 유능함을 중심으로 진보정치인의 기본상을 만들어가는 경우, 보수정당들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또한 이는 진보정당에 고유한 특성이 아니기 때문에 표심은 상황에 따라 좌우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물에 승부를 걸었던 진보신당의 총선전략은 실패했는데, 한나라당은 덕양갑과 노원병에 각각 ‘청년 손범규’ ‘7막 7장 홍정욱’이라는 더 젊고 신선한 인물로 승부를 걸었다.
덕양갑만 보자면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34세의 조선일보 기자출신인 조희천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신선한 이미지가 강점인 유시민 후보에 맞섰고, 이번 총선에서도 41세의 손범규 후보가 청년 손범규의 이미지를 내걸고 출마했다. 정치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에서 보수정당이 강점을 갖는 것도 당연하지만, 도덕성과 유능함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보는 시각 역시 진보정치에 유리한 구도는 아니다.
보수적 정치인이 더 부패했다는 인식은 한국정치사적인 특성일 뿐 오히려 도덕성에 대한 강조는 보수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다. 미국 만큼이나 정치인의 도덕성과 자질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나라도 없다. 오히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도덕성, 유능함을 중심으로 정치를 보는 보수정치의 프레임에 갇히는 게 아니라, 노·농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구축하고 유권자들 사이에 계급정치의 동의지반을 넓혀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정 후보가 출마했던 덕양갑에서는 영화배우 문소리 씨의 활동이 두드러졌고, 공공의적 ‘엄반장’ 역으로 유명한 탤런트 강신일과 권해효, 농구인 박찬숙, 임순례 감독 등도 심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연봉이 18억이었다는 강남의 스타강사 이범 씨는 ‘심상정 후보 당선시 무료강의’를 약속해,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노회찬 후보는 영화배우 박중훈, 하리수, 김부선 등 연예인들의 동원이 두드러졌다.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정치에 있어서 마케팅 개념이 도입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에서의 상업적 마인드가 가장 발달해있는 미국에서는 1980년 레이건 집권 이후 정치마케팅이 본격화됐고, 한국에서도 정치마케팅은 이미 하나의 산업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17대 대선에서 여론조사자, 컨설턴트, 스핀닥터(홍보전문가, 선거전략가)들의 역할이 눈에 띠게 증가한 것은 정치마케팅의 성장을 반영한다.
정치 + 마케팅의 합성어인 정치마케팅이라는 개념은 마케팅의 원리를 도입한 선거운동방법 나아가 정치활동에 대한 이론이다. 마케팅이라는 게 시장에서의 최상의 상품제조와 판매를 위한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정치마케팅은 지역구(시장)에서 후보자(상품)를 유권자(소비자)에게 가장 잘 포장하기 위한 방법론인 셈이다. 또한 이를 위해 시장조사(여론조사, 정치의식조사)와 시장세분화(유권자 세분화), 신제품 개발(새로운 정책과 후보), 포지셔닝(이미지 메이킹), 광고(선거홍보) 등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진보정당운동의 경우에도 선거와 정치의 마케팅적 접근방법에 무관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실사구시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정치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이념이나 계급적 이해가 아닌 후보자의 상품성이나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정치마케팅의 목적이 더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좇는데 있기 때문에 대체로 유권자 정규분포상의 중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한 사회의 트렌드와 다른 방향성을 갖는 정치와는 대립되는 셈이다. 정치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후보자가 마케팅 조사 결과를 따르지 않는 것은 당선가능성을 낮추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마케팅의 과잉은, 선거운동에서 노선이나 가치가 사라지고 득표를 위해 평균적인 ‘표심’을 추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마케팅이란 선거라는 경쟁적인 시장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사로잡아 시장을 점유(지역구 획득)하는 것을 목표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이라는 강력한 테마, 후보단일화
덕양갑 선거에서는 심상정-한평석 간 후보단일화 협상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번졌다. 후보단일화는 더 많은 유권자를 확보할 수 있으면 보수 정당과의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발상에 기초했는데, 심 캠프에 감지된 선거막판의 지지율 상승도 후보단일화를 뿌리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덕양갑은 진보정치세력에게 꽤나 유리한 여론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고양시는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 지역을 석권하고 17대에는 일산(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할만큼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했다. 2000년 이후 각종 선거결과를 종합해 보더라도 2002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이라 불릴 만큼 개혁성향이 강하게 작용해왔다.
이같은 특성은 유권자들의 연령과도 일정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고양시는 유권자 중에서 30대와 20대가 가장 많은데다, 20∼30대구성비는 전국 평균보다 5% 이상 높고 50대 이상은 8% 이상 적은 젊은 도시다. 이 가운데 덕양갑은 서민층 밀집지역의 하나로 일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일산갑이나 일산을보다 한나라당의 당세가 더욱 약한 곳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태 직후에 실시된 지난 총선은 ‘탄핵역풍’이 지역구 선거에 강하게 작용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과 조희천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반면 정당투표에서는 열린우리당 38.7%, 한나라당 34.9%, 민주노동당 15.2%로 유권자의 30%이상이 분할투표 성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은 전국 평균 득표인 13%, 경기지역 13.5%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민주노동당 정경화 후보에 대한 지지 역시 6.4%로 탄핵역풍 속에서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음을 확인했다.
최근의 상황도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구 민주당 계열로 분류되는 지역관계자에 의하면, 덕양갑 지역의 통합민주당 지지층은 25% 정도(호남출신 유권자는 36%)였다. 여기에 기존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탈현상과 유시민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긴 이후 민주당 후보에 대한 낮은 인지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분열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력이 매우 약해져 있었다. 반면 반한나라당 정서는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남아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부동층으로 남아있던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 중반 심상정 후보와 한평석 후보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고양 덕양갑 지역은 진보진영에게 있어 수도권의 전략지역이었던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노무현 정부나 구 여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월간 『말』은 총선 당일 덕양구청 인근의 백양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출구조사 형식의 취재를 진행했고, 2004년 총선에서 유시민 후보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다수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소속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구 여권의 이탈표가 곧장 심상정 후보나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민주노동당 대신 진보신당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진보진영의 분열 역시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이렇게 보면 진보정치 주체의 오류가 덕양갑 선거의 결과로 나타난 셈인데, 심상정 후보측이 후보단일화를 선뜻 받아들인 것은 지지율을 조금만 더 높이면 당선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더해 상대편 후보의 의도에 대한 오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치마케팅의 관점에서 보자면 후보단일화는 주식시장의 인수합병에 해당한다. 한평석 후보측도 단일화 과정을 통해 한 후보를 전국적 인물로 부상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었는데, 후보단일화는 선거판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강력한 테마임이 분명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보수정당, 진보신당이 진보정당이라고 가정했을 때, 후보단일화는 단일화 결과에 따라서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보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한평석 후보의 제안이 사실은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후보사퇴를 위한 절차였다고 당원들을 설득했으나,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한평석 후보측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고양갑 선거과정을 총괄하고 있던 한평석 캠프의 박정구 사무장에 따르면 “인물면에서는 심상정이 앞서고 있지만 일단 단일화 합의가 되면 한평석 후보가 전국적으로 부각되고 민주당의 응집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덕양갑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데다 조직력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월등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는 양측이 설문 문항을 자기 쪽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밀고당기기가 계속됐고, 결국 단일화가 무산됐으나 어느 쪽도 후보사퇴는 하지 않았다.
‘표심’이 진보의 노선을 바꿨나?
진보신당 내에서 ‘심상정, 노회찬은 있지만 진보신당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득표 위주의 선거전략에 대한 비판의 맥락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구 후보들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당선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출마한 후보들이었지만,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진보정당의 노선과 가치를 알리기보다는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의 명망성에 기댄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후보들 중에는 명함에 ‘심상정 노회찬과 함께하는 000’라는 이름자를 파서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진보신당의 선거운동과 관련해서 마케팅의 과잉으로 인해 진보정당의 노선이나 계급성이 가려졌다고 볼 수도 있으나, 역으로 정치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이 노선 자체를 수정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진보신당의 노선을 집약적으로 드러내주는 ‘사회연대전략’의 발단은 어떻게 (당시 민주노동당의)지지율을 높일까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전해진다. 당내 명망가 중 한 명이 ‘정규직이 과감하게 자기 걸 포기하면 당이 상당히 지지를 획득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고, 당내 정책브레인들을 중심으로 대선전략 차원의 구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이라는 거창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 더 구체적으로는 득표를 위한 목적에서 입안이 시작된 것인데, 오건호나 장석준과 같은 정책브레인들은 이같은 맥락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충분히 진보적인 사업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행해지는 진보적 정치이다. 누가 이 사업을 주도하는 지, 누구와 누구가 이 사업을 통해 대화를 하고자 하는 지, 나는 당에서 정책을 담당하지만 이 사업의 본령은 정치에 있다고 본다.”(오건호. ‘노동운동의 사회연대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2006년 11월)
“(유럽국가들과의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분적인 성과라도 보여줬을 때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뭔가 실물적인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노동자들도 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워낙에 다급하다 보니까, 우리 역량을 최대한 짜내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다.” (장석준. 월간『말』 2007년 1월)
이러한 정황들은 고임금 귀족 노동자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지율에 대한 고민이 사회연대전략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곧 어떻게 소비자(지지층)를 확보할 것인가가 당의 노선과 정책에 반작용한 것이다.
‘민주노총당’ ‘친북당’ ‘데모당’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유권자 일반의 표심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탈 운동권정당’ 담론은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 여론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과 연동되는 현상 때문에 출발했다.
지지율 확보를 위한 내부정치
‘민주노총당’이라는 말은 사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사용하던 말이 아니다. 2004년까지는 보수정치권이나 언론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흡집내기 차원에서 간간히 민주노총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오히려 자주파 계열의 인사들이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도 민주노총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지층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정도였다. 민주노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당내의 평등파를 중심으로 집중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기아차노조 비리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으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면서다.
실제로 첫 원내진출이 있었던 2004년도에 17% 이상의 곡선을 그렸던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기아차비리,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파동을 겪으며 10%대로, 다시 8%대로 하락했다. 북핵과 일심회 사건 직후에도 역시 지지율이 1∼2% 정도 빠지며 하락을 거듭했다.
민주노총당과의 거리두기에 있어서 쟁점은 당의 사업영역을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로 확장한다는데 있지 않았다. 이는 창당 초기에 합의되었던 노농부문 할당문제나 배타적 지지철회 등 계급적 대중단체와 당을 연결하는 제도들을 해체하라는 요구로 나타났다. 이렇듯 민주노동당의 노선에 관련된 문제들이, 지지층을 어떻게 넓힐까하는 접근방식으로 인해 훼손된 것이다.
‘종북주의’ 논란은 좀 더 깊은 뿌리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울 것 없던 의제가 대선 전후 전면화된 것은 다분히 의도된 측면이 강하다. 보수언론에서조차 사용되지 않던 ‘종북주의’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목적은 분당을 위한 명분싸움에 있었다. 또한 향후 건설될 진보신당과 기존 민주노동당의 헤게모니 투쟁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고민이 논란의 과정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1월 중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당내에서 싸울 때는 어쨌든 당을 흔들만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만 다른 진보진영도 뭔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심상정 전 의원이 ‘종북주의’라는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일심회 사건 관련자에 대한 처리를 여론재판 형식으로 진행하려 한 점이나, 진보신당이 여전히 ‘종북주의’ ‘친북당’ 등의 레떼르 붙이기를 계속하는 것은 다분히 지배적인 담론지형에 편승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2월 3일의 당대회가 파행으로 끝나고 사후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심상정 비대위는 분당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당대회 전날까지 자민통 계열 일부와 구 노운협 계열 등 당내 소수정파들을 접촉해 일심회 안건에 대한 막후처리를 시도했다. 일심회 사건 역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일심회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을 통해 ‘친북당’ 담론에서 벗어나려했던 것이다.
‘도덕성’과 ‘유능함’은 진보정치에 유리한 기준인가?
그러나 표심을 기준으로 진보정당의 노선과 가치를 수정하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지율 등락만으로 진보정당의 발전 정도를 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원내 진출 초기의 신선한 이미지에 따른 지지율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 뿐 아니라, 계급성에 기반하지 않은 표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측면에서 보자면 ‘거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4년과 이번 대선 전의 시점을 비교했을때 민주노동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이전 선거에서 당호감 & 당지지 & 타후보지지)의 성격은 대체로 20∼30대 남여, 화이트칼라에 속한다. 이탈한 지지층이나 호감층(당호감 & 타당지지 & 타후보지지)의 대선후보 선택기준은 도덕성과 국정능력(유능함), 타후보 당선저지로 핵심지지층의 이유인 ‘이념/가치’와 차이를 드러낸다.(진보정치연구소 2월, 한편 “민주노총당 극복”은 바로 이 지지층이 요구하는 혁신과제이며 핵심지지층에서는 “지도자 육성” 등을 꼽고 있다.)
당장 이탈 지지층이나 호감층의 요구를 좇아 도덕성과 유능함을 중심으로 진보정치인의 기본상을 만들어가는 경우, 보수정당들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또한 이는 진보정당에 고유한 특성이 아니기 때문에 표심은 상황에 따라 좌우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물에 승부를 걸었던 진보신당의 총선전략은 실패했는데, 한나라당은 덕양갑과 노원병에 각각 ‘청년 손범규’ ‘7막 7장 홍정욱’이라는 더 젊고 신선한 인물로 승부를 걸었다.
덕양갑만 보자면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34세의 조선일보 기자출신인 조희천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신선한 이미지가 강점인 유시민 후보에 맞섰고, 이번 총선에서도 41세의 손범규 후보가 청년 손범규의 이미지를 내걸고 출마했다. 정치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에서 보수정당이 강점을 갖는 것도 당연하지만, 도덕성과 유능함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보는 시각 역시 진보정치에 유리한 구도는 아니다.
보수적 정치인이 더 부패했다는 인식은 한국정치사적인 특성일 뿐 오히려 도덕성에 대한 강조는 보수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다. 미국 만큼이나 정치인의 도덕성과 자질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나라도 없다. 오히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도덕성, 유능함을 중심으로 정치를 보는 보수정치의 프레임에 갇히는 게 아니라, 노·농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구축하고 유권자들 사이에 계급정치의 동의지반을 넓혀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사입력 : 2008-04-26 20:56:28
최종편집 : 2008-04-28 10:09:32
최종편집 : 2008-04-28 1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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