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불도저, 막을 방법이 없다
[월간말] 총선 이후 정국 전망
‘거대한 보수’의 탄생이라고 해야될까.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와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의 약진으로 막을 내렸다. 개헌저지선을 달라던 통합민주당의 바람은 81석에 그쳤다. 진보정당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그야말로 ‘범한나라당’ 세력이 국회를 점령한 꼴이다.
총선을 끝낸 정치권은 서둘러 정계개편을 둘러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친박계열 당선자들의 복당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도 손학규 대표 체제 이후 당권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판이다. 진보세력은 지난 17대 국회의원선거에 이어 또다시 원내진출에 성공했지만 의석수는 반토막났다.
낮은 투표율 때문이라고 탓을 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격이다. 현실에서 정국은 우향우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현안에 있어서 진보적 목소리는 설 자리가 극도로 좁아졌다는 우려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보수 불도저’는 밀어붙이는데 이를 막을 브레이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나라당 곱하기 한나라당 곱하기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은 지역구 131석에 비례대표 22석을 얻어 국회의석 절반을 조금 넘는 153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같은 숫자는 작년 연말 대통령 선거 직후 개헌선인 200석을 얻을 것이란 여유있는 전망이 나오던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의원 등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한나라당 내에 ‘친이’ 계열의 힘이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대표와 측근들은 기사회생했다. 친박연대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4석(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을 확보한 데다가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열 무소속 의원 상당수도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자유선진당도 충청권을 기반으로 무려 18석 확보에 성공했다. 2명만 더 영입하면 원내교섭단체 등록이 가능해지는 숫자다. 충청권 기반 지역정당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부를 만한 결과다.
반면, 통합민주당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수도권에서는 전패하다시피 했고, 호남지역에서 그나마 의석확보에 성공했다. 지역구에 출마했던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장관, 김근태 전 장관 등 지도급 인사들이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386세대를 비롯한 이른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낙마도 이어졌는데, 임종석, 정청래, 우상호 의원 등이 떨어졌다. 당내에서 개혁적인 색깔을 보였던 인사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그나마 천정배 전 장관이 생존하는 데 성공했으나 당내 입지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보다 더 오른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모 이동통신사 광고 카피를 빈다면 “한나라당 곱하기 자유선진당 곱하기 친박연대 곱하기 무소속은 한나라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렇게 계산하면 범한나라당 세력은 이미 과반의석을 훌쩍 넘어 개헌선을 확보했다. 한마디로, 보수세력이 국회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다.
진보진영의 성적표는 숫자로만 보면 초라하다. 민주노동당은 경남 사천과 창원을에서 강기갑, 권영길 의원이 당선되면서 5석을 확보했고,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가 지역구에서 당선되면서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진보신당은 의석확보에 실패했다.
역대 최악의 투표율인 46%에 따른 결과라지만 전반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것이다.
박명림 교수(연세대 정치학)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1987년 이후 진보와 보수가 이뤄 왔던 균형이 파괴되는 상황이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 균형이 깨지고 전반적으로 보수가 우위에 섰다”면서 “서울·경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부유층 지역에서 더는 진보개혁 세력이 당선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민주화 세력과 노동 세력의 몰락도 특징적이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거나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가졌던 사람들이 거의 낙선했다”고 평가했다.
총선 결과에 대해 ‘보수가 승리했다’는 평가에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김형준 교수(명지대)는 “결과적으로 보수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보수 편향 사회로 회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유권자들의 이전 이념 성향은 진보와 보수가 강하고 중도가 약한 ‘쌍봉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도가 강화되는 이념적 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이번 선거에서는 중도가 보수를 선택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의석 따먹기’ 정계개편
일단, 정치권에서 정계개편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불안정한 상태의 과반의석을 ‘안정된’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고, 총선 기간 내내 ‘한나라당 복당’을 외쳤던 ‘친박연대’나 ‘친박무소속연대’ 당선자들의 복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공천탈락에 반발해 탈당하고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지만 ‘거대여당’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당장 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총선 직후인 4월 11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달성군에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친박무소속연대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열 당선자 24명과 만나 “당초 잘못된 공천이 원인이었고, 여러분들이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당에서 받아들여야 된다”고 즉각적인 복당 허용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일각에서) 당선된 분들을 한 사람씩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며 “선별적 복당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고 일괄 복당을 주장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 복당이 안 되면 친박연대와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며 “그 이후에 한나라당 복당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 직후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는 민심을 왜곡해선 안 된다”면서 “앞으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복당 문제는 지금으로선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당장 순수 무소속 4∼5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쉽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157석을 넘겨 전체 상임위를 장악하려고 꼼수를 썼다며 ‘공작정치’ ‘강압정치’라고 비판받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도 ‘당대당 합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4월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친이·친박’ 논란과 관련해 “다음부터 저는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이 아니며, 친박과 친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과거 친이였든, 친박이었든 한나라당은 이제 하나가 돼 국민이 기대하는 경제살리기를 이뤄야 한다”면서 “어떤 계보도 국민이 바라는 경제살리기 앞에는 힘을 쓸 수 없고 국민은 그러한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친이는 이제 없다. 친박은 있을지 몰라도”라고 말했다.
‘계보’를 무시하겠다는 이같은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강 대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박 전 대표의 커진 영향력을 견제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렇다하더라도 한나라당 지도부로서는 마냥 ‘복당반대’만을 외치기도 어렵다. 자칫하다간 친박계열 의원들이 따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나설 경우 국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이 별도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껄끄러운 일이다. 때문에 당분간 정치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과 함께 ‘의원 빼가기’ 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의 한나라당 입당이 제일 큰 관건이다. 입당 거부로 친박계가 나가면 한나라당의 정치주도가 어려워지니 입당은 될 것이다. 박근혜계가 똘똘 뭉치면 박 전 대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에서도 정체성 논쟁이 벌어질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과 충북, 제주, 강원 일부에서 의석확보에 성공했으나 수도권에서 참패 했다. 게다가 지도부급 인사들이 궤멸한데다가 손 대표는 이미 차기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차기 당권을 누가 쥐느냐를 놓고 내부에서 노선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김효석 원내대표는 13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총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당의 미래를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당권’이라는 큰 흐름 속에 묻히고 있다”며 대선과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없는 당권경쟁은 또 다른 패배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효석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과 똑같은 대참패를 당했다며 “전당대회가 당의 현대화를 시작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향우’ 막을 브레이크가 없다
어떠한 경우라도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가 극도로 보수화된다는 것에 있다. 이미 한나라당과 범한나라당 세력을 합하면 개헌선에 이르는 상황이고, 민주당도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데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사안별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턱없이 모자란 숫자싸움에서 밀리기 쉽상이다.
당장, 정부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라든가 금산분리 완화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에서 “정부는 과반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선진화하는 일에 전념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국회가 5월중 임시국회를 열어주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은 한미 FTA 비준안과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미성년자 피해방지처벌법(혜진.예슬법), 식품안전기본법, 군사시설 인근 개발법안, 낙후지역 개발촉진법, 특정 성폭력범죄자 전자팔찌 의무화법, 국립대학 국고회계 자율화법 등 30여개다.
17대 국회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이 5월임시국회를 받아들이거나 18대 국회로 넘어간다하더라도 여당과 야당의 공조는 결과적으로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FTA 비준문제만 하더라도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할 것 없이 찬성하고 있고, 민주당도 조건부 찬성당론을 갖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 내에서 반대입장을 뚜렷하게 내세웠던 의원들은 총선에서 떨어졌다. 3석의 창조한국당도 조건부 찬성입장이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이 정치·복지 문제에 있어서는 약간의 입장차가 있지만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거나 대세로 여기는 면에서는 일치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민주노동당만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5석에 불과하다. 막아낼 원내 동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민주노동당 일각에서 이른바 진보대연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성사여부도 불투명하다.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큰 데다 연합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연합을 하더라도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수세력은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 데 이를 막을 ‘브레이크’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난국’이다.
총선을 끝낸 정치권은 서둘러 정계개편을 둘러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친박계열 당선자들의 복당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도 손학규 대표 체제 이후 당권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판이다. 진보세력은 지난 17대 국회의원선거에 이어 또다시 원내진출에 성공했지만 의석수는 반토막났다.
낮은 투표율 때문이라고 탓을 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격이다. 현실에서 정국은 우향우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현안에 있어서 진보적 목소리는 설 자리가 극도로 좁아졌다는 우려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보수 불도저’는 밀어붙이는데 이를 막을 브레이크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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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선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 월간말 |
한나라당 곱하기 한나라당 곱하기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은 지역구 131석에 비례대표 22석을 얻어 국회의석 절반을 조금 넘는 153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같은 숫자는 작년 연말 대통령 선거 직후 개헌선인 200석을 얻을 것이란 여유있는 전망이 나오던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의원 등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한나라당 내에 ‘친이’ 계열의 힘이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대표와 측근들은 기사회생했다. 친박연대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4석(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을 확보한 데다가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열 무소속 의원 상당수도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자유선진당도 충청권을 기반으로 무려 18석 확보에 성공했다. 2명만 더 영입하면 원내교섭단체 등록이 가능해지는 숫자다. 충청권 기반 지역정당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부를 만한 결과다.
반면, 통합민주당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수도권에서는 전패하다시피 했고, 호남지역에서 그나마 의석확보에 성공했다. 지역구에 출마했던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장관, 김근태 전 장관 등 지도급 인사들이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386세대를 비롯한 이른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낙마도 이어졌는데, 임종석, 정청래, 우상호 의원 등이 떨어졌다. 당내에서 개혁적인 색깔을 보였던 인사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그나마 천정배 전 장관이 생존하는 데 성공했으나 당내 입지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보다 더 오른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모 이동통신사 광고 카피를 빈다면 “한나라당 곱하기 자유선진당 곱하기 친박연대 곱하기 무소속은 한나라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렇게 계산하면 범한나라당 세력은 이미 과반의석을 훌쩍 넘어 개헌선을 확보했다. 한마디로, 보수세력이 국회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다.
진보진영의 성적표는 숫자로만 보면 초라하다. 민주노동당은 경남 사천과 창원을에서 강기갑, 권영길 의원이 당선되면서 5석을 확보했고,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가 지역구에서 당선되면서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진보신당은 의석확보에 실패했다.
역대 최악의 투표율인 46%에 따른 결과라지만 전반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것이다.
박명림 교수(연세대 정치학)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1987년 이후 진보와 보수가 이뤄 왔던 균형이 파괴되는 상황이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 균형이 깨지고 전반적으로 보수가 우위에 섰다”면서 “서울·경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부유층 지역에서 더는 진보개혁 세력이 당선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민주화 세력과 노동 세력의 몰락도 특징적이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거나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가졌던 사람들이 거의 낙선했다”고 평가했다.
총선 결과에 대해 ‘보수가 승리했다’는 평가에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김형준 교수(명지대)는 “결과적으로 보수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보수 편향 사회로 회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유권자들의 이전 이념 성향은 진보와 보수가 강하고 중도가 약한 ‘쌍봉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도가 강화되는 이념적 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이번 선거에서는 중도가 보수를 선택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의석 따먹기’ 정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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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타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통합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 |
ⓒ 월간말 |
한나라당으로서는 공천탈락에 반발해 탈당하고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지만 ‘거대여당’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당장 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총선 직후인 4월 11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달성군에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친박무소속연대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열 당선자 24명과 만나 “당초 잘못된 공천이 원인이었고, 여러분들이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당에서 받아들여야 된다”고 즉각적인 복당 허용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일각에서) 당선된 분들을 한 사람씩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며 “선별적 복당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고 일괄 복당을 주장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 복당이 안 되면 친박연대와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며 “그 이후에 한나라당 복당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 직후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는 민심을 왜곡해선 안 된다”면서 “앞으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복당 문제는 지금으로선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당장 순수 무소속 4∼5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쉽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157석을 넘겨 전체 상임위를 장악하려고 꼼수를 썼다며 ‘공작정치’ ‘강압정치’라고 비판받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도 ‘당대당 합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4월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친이·친박’ 논란과 관련해 “다음부터 저는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이 아니며, 친박과 친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과거 친이였든, 친박이었든 한나라당은 이제 하나가 돼 국민이 기대하는 경제살리기를 이뤄야 한다”면서 “어떤 계보도 국민이 바라는 경제살리기 앞에는 힘을 쓸 수 없고 국민은 그러한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친이는 이제 없다. 친박은 있을지 몰라도”라고 말했다.
‘계보’를 무시하겠다는 이같은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강 대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박 전 대표의 커진 영향력을 견제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렇다하더라도 한나라당 지도부로서는 마냥 ‘복당반대’만을 외치기도 어렵다. 자칫하다간 친박계열 의원들이 따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나설 경우 국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이 별도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껄끄러운 일이다. 때문에 당분간 정치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과 함께 ‘의원 빼가기’ 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의 한나라당 입당이 제일 큰 관건이다. 입당 거부로 친박계가 나가면 한나라당의 정치주도가 어려워지니 입당은 될 것이다. 박근혜계가 똘똘 뭉치면 박 전 대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에서도 정체성 논쟁이 벌어질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과 충북, 제주, 강원 일부에서 의석확보에 성공했으나 수도권에서 참패 했다. 게다가 지도부급 인사들이 궤멸한데다가 손 대표는 이미 차기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차기 당권을 누가 쥐느냐를 놓고 내부에서 노선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김효석 원내대표는 13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총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당의 미래를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당권’이라는 큰 흐름 속에 묻히고 있다”며 대선과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없는 당권경쟁은 또 다른 패배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효석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과 똑같은 대참패를 당했다며 “전당대회가 당의 현대화를 시작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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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선전했다. |
ⓒ 월간말 |
‘우향우’ 막을 브레이크가 없다
어떠한 경우라도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가 극도로 보수화된다는 것에 있다. 이미 한나라당과 범한나라당 세력을 합하면 개헌선에 이르는 상황이고, 민주당도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데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사안별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턱없이 모자란 숫자싸움에서 밀리기 쉽상이다.
당장, 정부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라든가 금산분리 완화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에서 “정부는 과반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선진화하는 일에 전념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국회가 5월중 임시국회를 열어주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은 한미 FTA 비준안과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미성년자 피해방지처벌법(혜진.예슬법), 식품안전기본법, 군사시설 인근 개발법안, 낙후지역 개발촉진법, 특정 성폭력범죄자 전자팔찌 의무화법, 국립대학 국고회계 자율화법 등 30여개다.
17대 국회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이 5월임시국회를 받아들이거나 18대 국회로 넘어간다하더라도 여당과 야당의 공조는 결과적으로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FTA 비준문제만 하더라도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할 것 없이 찬성하고 있고, 민주당도 조건부 찬성당론을 갖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 내에서 반대입장을 뚜렷하게 내세웠던 의원들은 총선에서 떨어졌다. 3석의 창조한국당도 조건부 찬성입장이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이 정치·복지 문제에 있어서는 약간의 입장차가 있지만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거나 대세로 여기는 면에서는 일치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민주노동당만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5석에 불과하다. 막아낼 원내 동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민주노동당 일각에서 이른바 진보대연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성사여부도 불투명하다.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큰 데다 연합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연합을 하더라도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수세력은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 데 이를 막을 ‘브레이크’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난국’이다.
기사입력 : 2008-04-22 16:45:48
최종편집 : 2008-04-28 10:20:29
최종편집 : 2008-04-28 10:20:29
ⓒ월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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