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노간지를 아십니까?
[월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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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손녀를 태우고 봉하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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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홈페이지
가장 큰 일과는 방문객과의 만남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들어가야 있는 한적한 마을.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갈 엄두를 쉽게 낼 수 없는 이 조그만 마을에 주민보다 더 많은 인파들이 자가용, 관광버스 등을 타고 몰려들고 있다.
총선 다음날인 4월 10일, 휴일도 아닌데다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짖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평일인데다가 비까지 오니 방문객이 별로 없겠지’라는 기자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광주에서 온 이숙연(65) 씨는 “평소 노 대통령의 팬이었다”라며 “대문을 두드려 얼굴을 꼭 보고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새만금에서 온 이순례(70) 씨도 “임기를 잘 마치고 고향에 계신다고 해서 만나러 왔다”라고 말했다. 호남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한 무리의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경북 영덕에서 온 신원수(72) 씨는 “임기중에 좋아했던 안 했던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했던 양반이니 좋아해야지 않겠냐”라며 “실물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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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사저 주변에 모여든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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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말 전문수 기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각지에서 찾아온 인파들이 사저 앞에 모여들었다. 어느새 100여 명을 훌쩍 넘겼다. 사저 안쪽을 애타게 응시하던 이들은 한 마디씩 했다.
“아니 계속 기다려야 하는겨 어쩐겨.”
“하나 둘 셋 삼창을 해야 나온당게.”
“꽃 단장 안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겨.”
이들은 사저 안쪽 자그마한 인기척에도 술렁였다. 잠시 뒤 애타게 기다리던 노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대열에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제 알겠습니다. 왜 여러분들 말씀을 못 알아들을까. 제 귀가 나빠서인가 했는데 여러분이 동시에 다른 말씀을 하시니 하나도 못 알아 듣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말문을 열자, 대열에서 “광주에서 왔습니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안에서 여러분 소리를 듣고 가늘고 높은 소리가 많아서 아이들이 왔는가 했는데 아이들은 없네요. 와서 듣고보니 여기 모이신 여성분들의 목소리가 꾀꼬리 소리 같습니다.” 특유의 입담으로 말을 이어가자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하루에도 수 차례 씩 방문객들이 부르면 나와 그들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주말에는 열 차례 이상 나오기도 한단다. 정치 얘기는 가급적 자제한다고 하는데, 이날은 총선 다음날이어서 그런지 정치를 화두로 삼았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가 쪼개졌던데 동네별로 모이면 호남은 밀립니다. 경상도 사나이 노무현이랑 손잡아서 됐지. 동네별로 가르면 호남은 소수인기라. 내가 보따리 싸들고 호남으로 가면 호남은 백년 지는기라. 이번에 부산경남에서 (통합민주당이) 표를 많이 받았던데 호남도 하나, 둘 내주세요. 떼거리도 많도 않으면서 전라도 전라도 해요. 동네 대항이 아니면 선거에서 모두 즐거울 수 있어요. 이거 정치 강연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방문객들은 운 좋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봤다는 흡족감으로 얼굴에 웃음을 띄고 발길을 돌렸고, 노 전 대통령은 인근 식당에서 몇 몇 주민들과 점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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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마을에 찾아온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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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말 전문수 기자
노 전 대통령은 5시에 기상해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방문객을 맞는데 보낸다. 또 인근 하천 복원, 김해 특산물인 장군차 차밭 조성 등 농촌 마을 가꾸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www.knowhow.or.kr)’을 열고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웹2.0을 기반으로 ‘시민주권마당’을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고향 마을로 돌아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분명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또 대통령 재임 시절 가벼운 언행 등으로 인해 점수를 깍아 먹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한 블로거는 “대통령답지 못한 간지로 망한 사람이 대통렵답지 않은 간지로 다시 부활하는 이 사태는 어쨌든 흥미롭다”라고 진단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당신처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서 정말 ‘시민’으로 돌아간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세월이 좀 더 지난다면 그때는 당신 같은 이가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을 그런 때가 이 나라에도 올까요? 아마 오겠지요”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찾아가기만 하면 대통령까지 지낸 정치인을 지척에서 볼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함이 더해져 ‘노간지’ 열풍은 불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4-22 16:24:09
- 최종편집: 2008-04-29 17: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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