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이렇게 대처하세요

차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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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실수로 유방암 오인해 가슴 절제

김 모(42·여)씨는 2005년 7월 정기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유방에 팥알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그는 석 달 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유방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유방절제 수술을 하기로 했다. 김씨는 좀 더 확실한 진단을 받아보자는 생각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서울대병원 담당 의사도 유방암으로 진단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조직검사 결과와 진단서를 믿은 것이다. 김 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오른쪽 유방의 4분의 1을 잘라냈다. 수술 3주 뒤. 원래 유방암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서울대병원에 김씨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사진을 보낼 때 다른 암환자의 사진을 보낸 것이다. 병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유방을 잘라낸 김씨는 지난해 7월 두 대학병원의 학교법인과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08년 4월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연세대는 김씨의 유방 복원을 위한 수술비와 위자료 등으로 3,9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방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유방 재건 및 흉터 제거에 들어가는 수술비 1,450만원,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2,50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과실 책임만 인정하고 서울대에 대해서는 “서울대가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사고 대처하기
ⓒ 월간 말


의료사고 한해에 얼마나 발생하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주위에서 의료사고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한해에 발생하는 의료사고가 몇 건이지 통계조차도 없는 것이 실태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료사고를 어쩌다 운 없는 사람들만 당하는 남의 얘기로 여기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연간 의료사고가 50만건에서 100만건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대한감염관리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감염사고는 연간 30만 건이 발생하고, 이중 한해 1만5,000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강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중소병원이나 개인의원의 위생상태가 대형병원보다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병원감염 사망자수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대한재난응급의료협회 발표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은 환자 100명 중 12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 중 50%는 예방 가능한 사망”이라며 즉 응급실 환자 100명 중 6명은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2005년의 경우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약 1만~2만5천명으로 추정된다”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2,500명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6,500명~8,000명 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상담했던 의료사고 건수는 무려 8,000여 건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의료사고는 의료소비자가 병·의원에서 각종 검사와 진단, 치료·처치, 간호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다 예기치 않은 결과 즉 부정적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전적 의미이고 판례적 시각에 불과할 뿐 의료사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용어의 정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사고 소송시 승소율

그렇다면 환자가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의료사고 승소율은 얼마나 될까? 1989년부터 2003년까지의 국내 법원 민사 제1심 본안사건에서 전체 평균 인용율(승소율)이 72.7%, 합의사건 인용율이 64.7%인데 반해 의료소송사건의 평균 인용율은 60.4%이다.(인용건수=원고전부승소+원고일부승소+화해+조정+청구인낙건수). 2006년 서울중앙지법 의료전담 재판부 자료에 따르면 환자가 승소한 경우는 49%였다. 전체평균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계란으로 바위치기’ 소송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송기간

하지만 의료소송은 일반 소송사건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 전체사건의 평균 심리기간이 제1심 합의사건의 경우 6.6개월 정도 걸리는데 비해 의료소송의 경우 사망사고는 23.36개월, 장애사고는 29.30개월 정도 걸리고 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2003~2005년 2,106건의 의료사고 재판을 분석한 결과, 1심은 평균 2년7개월, 2심은 평균 3년10개월이나 걸렸다. 의료소송의 경우 사실조회, 진료기록부 감정, 신체 감정 등의 절차가 있어 일반 민사 사건에 비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전문변호사와 전담재판부가 사실 확정과 쟁점파악을 빨리해 소송기간이 점차 단축되고 있다.

소송비용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나 가족이 소송을 생각한다면 먼저 소송비용부터 고려해야 한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에 따르면 의료소송의 경우 보통 변호사 기본 선임료가 5백만원에서 1천만원선이며 승소했을 경우 배상액의 20%정도를 성공보수금으로 지불한다. 여기까지는 일반 민사소송의 수임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의료소송에는 법원에 내야하는 실비가 추가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지대, 송달료, 신체감정료, 진료기록감정료, 사실조회감정료, 번역비용 등이 들어가야 소송을 할 수가 있다. 인지대는 소송액이 1억원일 경우 50만원 정도이다. 송달료가 5~10만원, 신체감정료가 15~100만원, 진료기록감정료는 병원의 1과목당(예를 들면 소아과 등) 50~ 2백만원, 사실조회감정료가 과목당 15만원, 또 진료기록이 의학전문 영어로 쓰여 지기에 번역비용이 100장당 5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처럼 법원에 내는 실비만도 최소 2백만원에서 많게는 5백만원 정도 된다. 즉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2백~5백만원 정도라는 말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 의료사고 피해자가 울면서 전화를 해 ‘누가 나에게 소송비용이 이렇게 많이 들어간다고 미리 설명만 해줬다면 결코 소송까진 안갔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 피해자는 4년이 넘는 소송을 통해 승소를 했지만 법원으로부터 70만원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송비용은 이미 1천만원이나 들어간 뒤였다.

의료사고 관련 대표적 단체

의료사고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의료사고가족연합회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의료사고가족연합회(이하 의가연)는 지난 91년 8월에 만들어진 이후 한해 1천~1천5백여건의 의료사고 사건을 접수받고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18년째 의가연을 끌어오고 있는 이진열 회장 역시 의료사고 피해 가족이다. 1987년 당시 7살이던 이 씨의 아들은 심한 구토증세로 인근의 병원에서 신경성 위장염 치료를 받아왔다. 병원에 다녀오면 괜찮다가도 하루만 지나면 다시 구토를 해 일주일에 2~3번씩 1년이 넘게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씨가 지방 출장을 다녀온 어느 날 저녁 아들이 극심한 구토증세를 보이자 이씨는 서울대병원 소아병동 응급실을 찾았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에서는 아들이 위장장애가 아닌 신경외과적 문제가 있다며 뇌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진료결과 뇌에서 혹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13시간의 뇌수술을 마쳤지만 의사는 2~3개월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3년간의 투병생활을 통해 생명은 건졌지만 이씨의 아들은 후유증으로 시각장애인 2급 판정을 받고 거의 앞을 못보고 있다. “초기에 발견해 수술했다면...” 이씨는 진단을 제대로 않고 1년 넘게 위장염 치료만 하며 허송세월하게 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90년 2월 서울 민사법원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의료사고 피해자 750여명이 모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데 뜻을 모아 91년 8월에 의가연을 출범했다. 의가연은 18년간의 활동을 통해 의료사고와 관련한 승소 판례를 많이 만들고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진열 회장 역시 의료사고시 소송에는 고개를 저었다. “합의를 통해 일을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지 소송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이진열 회장은 “의료사고로 의심될 때는 억울한 마음에 병원에서 싸움도 하고 오기로 소송을 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료기록부, 필름 등 진료기록 확보”라고 말했다. 얼마나 신속히 정확한 진료기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환자측이 주도권을 쥐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고, 소송의 승패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병원측의 과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손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병원들이 의료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있어 자신의 실수가 인정되면 보험처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진료기록확보

의가연의 이진열 회장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가족협의회,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 의료사고 관련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진료기록 확보이다. 진료기록부를 일찍 확보할수록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환자측에서도 빨리 상황파악을 할 수 있으며,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 객관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어 두고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의료인에게 의무기록의 작성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또 의료법 제21조는 ‘환자와 그 가족이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 사본 교부 등 그 내용확인을 요구할 때에는 환자의 치료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해 환자측이 진료기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2007년 5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2,600건의 상담을 토대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의무기록의 열람 및 사본 교부권 인지도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4.2%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41.1%는 병원이 의무기록 교부거부 등 협조를 안해줘서(31.5%), 제때에 복사를 해주지 않아서(42.4%) 의무기록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진료기록이 확보되면 이를 토대로 의료사고 여부를 분석한 뒤 환자측은 병원측과 합의를 보거나 조정을 받고, 또는 법률구조공단 등에 피해구조신청을 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환자측이 손해배상을 포기하거나 소송을 걸 수 밖에 없다. 의료사고 관련 단체들은 “이런 모든 단계를 잘 알고 접근해야지 억울하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가는 제2의 피해를 보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2의 피해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료소송의 특수성상 정보는 병원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과실입증은 환자가 해야 돼 제2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기간이 길어져 이에 따른 고통이 가중되고, 소송에서 이긴다는 것도 담보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소송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것이 제2의 피해이다. 강 사무총장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승소가능성과 소송실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4년간의 소송을 통해 1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70만원만 인정받는다면 소송을 않는 것이 백배 낫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오른쪽 무릎이 아픈데 왼쪽 무릎 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병원에 3억원 정도 요구하면 될 것이라는 변호사의 말만 믿고 3억을 받으려면 5억 정도는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해 병원에 손해배상액으로 5억원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황당한 요구에 병원측은 소송을 걸든지 알아서하라며 법원에 공탁금을 걸었고 결국 이 사건은 합의도 못보고 공탁금 1~2백만원에 끝나고 말았다. 소송이 결코 좋은 방법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건들이다.

의료사고 대처하기
ⓒ 월간 말


의료사고시 대처방안

의료사고가족연합회는 의료사고시 대처방안으로 △현장을 보전하고 사진촬영 및 증거를 확보할 것 △사고 발생 후 반드시 해당 의사를 만나 사고원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가급적 여럿이 함께 가서 사고경위를 냉정하게 듣고 녹취나 메모할 것 △진료기록과 방사선 사진 등의 사본을 확보할 것 △사고 병원에서 농성을 자제할 것(오히려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할 수 있음) △사망사건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 부검을 요구할 것 △부상사고의 경우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것(사고병원 의사와 학연 등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며 진료기록, X-레이 필름 등 진료자료를 최대한 받아서 갈 것) △의료사고 관련 단체와의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것 등을 조언하고 있다.

환자의 권리와 관련 법 제정

1990년 제정된 ‘환자의 권리헌장’은 환자의 권리로 △자기의 생명의 주인으로서 의료행위의 목적, 방법, 내용 및 그 결과를 충분히 알 권리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기타 진료에 관한 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권리 △의료사고로 인한 진료상의 악결과에 대해 그 원인과 피해보상을 요구할 권리 등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권리헌장’이 환자의 권리와 피해보상을 보장해주지 못하기에 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사고 관련 법률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몇 개의 법안 중 의미를 갖는 법안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의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환자측이 아닌 의료인에게 지우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의료사고 자체의 특성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이 자신의 행위에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도록 한 것이다. 이 법률이 제정된다면 의료인은 환자에 대한 진료와 처치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고, 사고 발생시 환자가 정보부족 때문에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여 법 제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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