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이별하자

김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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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승용차로 출퇴근 하던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일찌감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것과 갈아타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기름값은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하철 정액권을 이용하면 한 달 4만원으로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면 기름값으로 14만원정도 들어갔다. 물론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는 제외한 비용이다. 직장 내에서 카풀 할 사람들을 찾아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마저도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져 포기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동승자가 별도의 치료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지하철을 타기 시작한 것. 이런 김 씨가 최근 인터넷에서 알게 된 ‘자전거 출 퇴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해 나오는 배를 보면서 자전거 출퇴근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왠지 이것저것 불편하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하철을 타면서 길게 늘어진 출퇴근 차량이 왜 그렇게 답답해 보이는지,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김 씨는 그동안 자동차로 인한 편안함 때문에 문제점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집집마다 한 두 대씩은 있는 자동차, 이 자연스럽기만 해 보이는 현상도 꼼꼼히 되돌아보면 우리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댓가를 얼마나 톡톡히 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편리하고 아늑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이용해야 할까? ‘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고민이라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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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말


“승용차, 편하다고 계속 타야 하나?”

1960년대 이후 도로 위주 교통정책을 펼쳐온 우리나라는 여객의 자동차 수송량이 1인 기준 전체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로 인한 교통혼잡비용은 25조원에 달하고 이산화탄소배출량은 교통부문 배출량의 80%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등록대수만 작년 초반 이미 1천6백만대를 넘어섰고 그마저도 매년 빠른 증가추세다. 이 가운에 70%가 자가용 승용차이며 출퇴근 시간 80%가 이른바 ‘나 홀로’ 차량이다. 늘어나는 교통량은 교통체증과 배기가스 배출 증가로 환경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으며 물류비용도 증가해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교통량을 줄이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승용차 요일제와 10부제, 버스전용차선 등의 갖가지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승용차 함께 타기 ‘카풀’이 일찌감치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카풀에 대한 인식과 참여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도입초반 관(官)에서 주도하고 홍보가 부족했고 그에 반해 시민들의 참여가 미흡했다. 통합적인 전산시스템 구축과 보험혜택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 때문에 기름값에 부담을 느낀 직장인들이 다시 카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카풀사이트에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 카풀사이트 회원은 “혼자만 타고 다니는 것 보다 불편하지만 기름값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입했다.”고 말했다. 사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자체적으로 카풀을 구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카풀 경험자들은 기름값을 이끼는 것뿐만 아니라 차량 배기가스도 감소시켜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주민들의 요구가 커지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으로 나서기도 한다. 지자체들은 주차요금 등 편의제공 방법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동승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동승자에 대한 보험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지금은 개선되었지만 동승자가 합의서를 써주어야 하기 때문에 후유증 등을 이유로 추가 합의금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운전자는 인지해야 한다. 동승자도 운전자의 보험 가입여부를 따져 봐야 하고 필요하면 ‘교통사고 발생 시 자동차 보험으로 보상이 가능하며, 형사합의 필요시 조건 없이 해주겠다’는 동의서를 교환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깔끔하겠다.

“차가 너무 많아요”

차가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를 따져보자.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사망자 1명당 평균 비용으로 계산하면 4억여원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1초당 32만원이 교통사고로 인한 비용으로 날아가고 지역별로 경기와 서울이 1조원을 넘겨 차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06년 국민총생산(GDP)의 2%다. 또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비용 15조8,188억원의 61.1% 수준이다. 2007년 9월 전국을 강타한 태풍나리로 인한 피해액과 비교하면 60.7배나 된다. 종별로 보면 사망·부상으로 인한 인적피해가 약 3조8,886억원, 차량손해와 대물피해로 인한 물적 피해가 약 5조103억원,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보험사 및 경찰 등의 사회기관비용이 7,578억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보험사에서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교통사고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은 9조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에는 몇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교통소통이 복잡하고 자전거, 보행자를 위한 전용도로가 취약하다. 잦은 사고에는 운전자들의 신호무시도 크게 작용한다. 운전자들의 부주의가 사고에서 한 몫 차지하는 것이다. 차량 속도 20km/h 미만은 보행자에게 가벼운 타박상을 입히지만 30km/h가 넘어가면 중상에 이르고, 40km/h가 넘어가면 불구 또는 사망까지 이른다. 55km/h가 넘어서면 치명적인 사망으로 직결된다. 시동을 켜기전 기억하자.

차가 많아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차량으로 인한 소음은 현대 도시의 가장 큰 문제꺼리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 도시의 소음 공해의 80%는 자동차로 인한 소음이다. 자동차 한 대가 80 데시벨의 소음을 내고 혼잡한 교차점에서는 90데시벨의 소음을 발생시킨다. 자동차 소음은 청각장애 뿐만 아니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유발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교통량을 줄이고 운전자가 도로 상황에 맞는 운전습관만 키운다면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소음을 절반으로 줄였다. 도시의 환경오염 주범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미세먼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료소비의 대부분이 운송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동차 등록대수가 수년 내로 2천만대가 될 전망이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하다. 불완전 연소, 특히 교통 혼잡이나 정체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CO)는 대기 중에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CO2)를 형성하는데 도로운행 차량에 의해 64%가 배출되고 있다. 이 밖에도 탄화수소(HC)와 납(Pb), 벤젠(Bezene)도 방출되고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네덜란드 Zuyd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오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0명의 실험자들을 깨끗한 공기로 채워진 방과 디젤엔진 배출가스로 가득한 방안에서 1시간 동안 있도록 해보니 그 결과 30분 후에 배출가스로 가득찬 방에 있던 사람의 뇌에서는 대뇌피질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에 변화를 나타내는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났다. 이 같은 반응은 방에서 나온 후에도 지속되어 충격을 준다.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문제 해결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카(Hybrid Car) 양산에 돌입했다. ‘하이브리드’는 원래 ‘혼성(混成)’을 의미하지만 자동차와 결합되면서 ‘각기 다른 동력기관을 혼합해 쓰는 차’를 뜻하게 됐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일본이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 일본 도요타는 이미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두 가지 구동 방식을 혼합해 사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도요타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 뿐만 아니라, 프리우스 등 저가 브랜드에도 하이브리드 기술 적용을 확대하는 실정이다. 도요타의 이 같은 기술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세계 판매율 1위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차들은 모두 휘발유를 쓰는 내연기관(엔진)과 전기로 구동되는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하이브리드카가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해결할 최종 목표점에 있지는 않다. 미래의 환경자동차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내 대표 브랜드인 현대, 기아차도 환경 자동차 기술개발에 일찌감치 뛰어 들어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다는 평가다. 1995년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차 ‘FGV-1’을 선보인 뒤로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 전기 차에 이어 2004년 선보인 클릭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50대를 환경부에 납품해 시범운행하고 있다. 2006년에는 기존 모델보다 연비가 44%나 높은(18.9㎞/ℓ)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69대를 경찰청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격하게 줄인 차세대 디젤엔진도 선보일 계획이며 수소 연료전지 차량 또한 오랜 시간 기술력을 쌓아왔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운전 습관만 조금 고친다면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관련 기관과 단체의 연구결과다. 시민단체들은 자동차의 대기오염 방출이 운전 형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고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몇가지 운전습관을 제안했다. 첫 번째로 완전히 시동된 엔진과 그렇지 않은 엔진과의 차이다. 아직 다 시동되지 않은 엔진은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방출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또 완전히 시동된 상태에서 시간당 80km의 속도에서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비한다. 그 이상의 경우 소비량이 증가하고 교통체증과 잦은 속도감속은 에너지를 20~40% 더 소비하게 만든다. 자동차에너지의 60%는 엔진의 가속과 감속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연한 운전습관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것. 우선 정지 상태에서는 엔진이 열을 받지 않도록 할 것과 출발 시에는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 이동 중에는 정지나 출발의 반복을 되도록 줄이는 것. 가속과 감속은 엔진 상태를 고려해서 운전할 것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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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말


자동차로 드는 비용, 편리함과 비교할 때

차도 많은데 그나마도 자주 바꾸는 것도 골칫거리. 우리나라의 신차 교체 시기는 선진국들에 비해 짧다는 지적이다. 상용차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새 자동차를 사면 평균 5년에서 6년 정도 만에 바꾸는 것으로 나타나다. 국산차의 성능이 향상되는 등 소비자의 신차 교체주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차 교체주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 이유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잦은 모델 교체가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자동차 교체주기는 제작사가 이끌어 간다”고 비판한다. 완성차업체들은 통상 4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모델을 생산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외관만 바꿔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외국에 비해 보증수리 기간이 짧다는 점도 작용한다. 미국 현지판매용 자동차의 보증수리 기간은 대체로 10년-10만마일(16만km)로 내수용의 2배에 이른다. 보증수리 기간이 길면 소비자도 자연히 신차 교체를 늦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아직까지 신차교체 주기에 대한 통계조차 내놓고 있지 않아 비난을 자처하는 실정이다. 물론 잦은 차량 교체의 비용은 온전히 시민들 몫이다. 이와는 별도로 자동차 때문에 들어가는 실제비용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인이 자동차로 인한 비용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새 차 구입 시 드는 비용과 보험료, 차량 유지비 및 연료비 등이 항상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인한 비용 산출의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그 비용을 노동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중산층 가정에서 새 차 1대를 구입한다면 평균 6개월 정도를 일해야 한다. 만약 2대를 보유하고 3년에 한번씩(미국은 차량 교체 시기가 우리나라에 비해 더 짧다) 3년 중 1년은 고스란히 자동차 구입비 마련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자동차로 인한 편안함과 안락함 때문에 지불해야하는 비용과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거나 무시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뉴스위크지는 최근 ‘지구를 살리기 위해 고치거나 적극 활용해야 하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하면서 그 중 7번째를 친환경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테라 모터스는 1리터로 98km를 달리는 친환경 자동차를 선보였다. 아프테라는 공기역학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차체는 가벼운 탄소 복합 소재로 만들어 무게가 일반 차량의 절반 정도인 635kg에 불과하다. 3만달러에 가까운 고가지만 이 회사는 벌써 1,300대의 예약을 받을 만큼 인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자동차가 우리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비용은 정확하고도 객관적으로 평가되거나 집계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왜? 때마다 생산되는 신차의 세련된 디자인과 추가된 편의 기능은 그토록 홍보되면서, 환경을 보존하고 가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은 그만큼에 미치지 못한 것일까? 이제는 차분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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