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절망한 일본 은둔형 외톨이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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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 일본 사회는 연달아 일어난 이른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이들의 ‘무차별 살인’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 도쿄에서 한 20대 남성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죽이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살해 이유로 “이유 없이 누구라도 좋으니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진술해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이틀 후 오카야마 지역에선 18세 청소년이 30대 회사원을 전철이 달려오는 선로 안으로 의도적으로 밀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청소년 역시 살해 이유를 “교도소에 갈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죽이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두 살인 용의자들의 공통점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는 것. 두 사람은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사회 부적응자들’이었다. ‘히키코모리’는 한 사람 정도 들어가는 좁은 생활공간 속에 틀어박혀 사회에 나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문화의존증후군’이라고 하는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한다는 견해도 있다. 2005년 일본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사회에 포진한 히키코모리는 160만 명 이상이었다. 히키코모리이면서, 드물게 외출하는 ‘반(半)히키코모리’까지 포함하면 약 300만 명에 달했다. 방 안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히키코모리는 10%에 불과했으며 주로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방 안을 서성이거나, 술을 마시는 걸로 나타났다. 약 80% 이상이 남성으로 전문가들은 경쟁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남성들이 절망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히키코모리로 연결되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실제 행인들에게 칼을 휘둘렀던 20대 남성은 고등학교 시절 궁도부에서 서클 활동을 하며 전국대회를 나갈 만큼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졸업반이 되면서 학업에 의욕을 잃고 대학 진학마저 포기한 후 취직을 하려 했으나 취업도 잘 되지 않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지냈지만 패배감이 커지면서 집안에 틀어박혀 인터넷 게임에 빠졌고, 게임과 비슷한 형태로 칼을 휘두르는 살인까지 이르게 됐다. 30대 회사원을 선로 안으로 밀어 숨지게 한 18세 청소년 역시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스스로 돈을 벌어 대학에 가려했는데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절망감에 빠져 살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이토 타마키(齋藤環) 정신과 의사는 “젊은 층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는 가정의 대부분은 개인-가족-사회라는 세 개의 시스템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 접점을 회복시켜야 하지만 무조건 갑작스럽게 이들에게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즈오카(靜岡)대학의 마니와 명예교수도 “일상적으로 비디오 게임 등을 접해 온 젊은이들은 살인 장면에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을 ‘인형’ 혹은 ‘캐릭터’로서 상상하게 되면서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자료 사진
ⓒ 월간 말

히키코모리, 자본주의가 빚어낸 부산물

‘히키코모리’, 이들은 ‘사회 불안 장애’(Social Anxiety Disorder), 혹은 모든 일에 불안을 느끼는 ‘전반성 불안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으로 학교·회사에 있어서의 따돌림, 육체적 고통 등에서 벗어나고 싶어 친구나 연인이 생기는 것을 거부한다.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충고들을 간섭으로 여기고 초조함에 휩싸여 가족과의 관계마저 차단하기도 한다. 일본 현지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마음에 생긴 상처’(trauma)를 극복하지 못하는 형태로 규정하면서, “일본의 자본주의 사회에 압도되어 인생에 절망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를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방 안에 틀어박히는 것만이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 자기합리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4월 국립 도쿠시마대학(德島大學)의 교수들이 히키코모리의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총 331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히키코모리의 평균 연령은 30.1세였다. 성별로는 남성이 30.3세, 여성은 28.8세였으며 가장 나이가 어린 아이는 13세, 나이가 많은 사람은 52세였다.

또 히키코모리로 지낸 기간은 평균 8.9년이었으며 가장 오랜 기간을 보낸 사람의 경우 25년이었다. 과거 2002년 조사 때 평균연령이 26.6세, 2006년 29.6세였던 점을 볼 때 평균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히키코모리들이 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고 있던 것은 ‘경제적인 지원’(50%)이었는데 그 밖의 대답에는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 졌으면 좋겠다’, ‘사회 보장 제도를 확립해 주었으면 좋겠다’ 등도 있어 자신의 사후를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전국히키코모리부모들의모임’의 대표 오쿠야마 마사히사씨는 지난 3월 있었던 일련의 살인 사건에 대해 “본인과 부모들의 불안이 가정 파탄으로 연결되면서 존속 살해, 자살 등 최악의 상태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금처럼 이들을 방치해두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물론, 대만, 홍콩, 미국, 호주, 영국 등 많은 선진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에 의한 경쟁 격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차이나포토프레스>는 광둥성 광저우시에 있는 한 젊은이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에 빠져 학교에 있는 시간 이외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는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이 학생은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 때문에 집 주변에 어떠한 슈퍼마켓이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 학생은 “지난번 겨울방학에는 화장실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부모님이 퇴근하실 때까지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겨울 방학 중 한 발짝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중국 중산대학의 한 연구진에 따르면 4년 전에 이 같은 중국의 히키코모리가 홍콩에만 약 7천 명 이상이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쯤이면 1만 명에 가까울 것이라는 추측이다.

결국 이들은 핵가족화 된 가정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난 후, 세계화와 맞물린 빠르게 변화되어가는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날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을 느끼게 됐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시켜 ‘이상 세계’에 사는 것 같은 만족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히키코모리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대화를 통한 해결’만이 최소한의 대책이지만 세계화 물결 속에서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이 같은 현상을 쉽게 저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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