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값 어디까지 오를까?

[월간 말_특집]치솟는 물가, 거꾸로 가는 정부 3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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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발표한 이후 경기도 안양 부근의 주유소를 들려보니 휘발유가 리터당 약 1,700원 정도로 여전히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연비가 12㎞/ℓ 정도인 1,600cc 휘발유 승용차를 이용하여 20㎞ 거리의 직장을 한 달에 20일을 출퇴근하고 200km 운행을 주말여가에 할애할 경우 이 운전자는 매달 1,000㎞를 운행하며 14만원 정도를 주유소에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88만원 세대’의 유래가 된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무려 임금의 10%이상이 교통비로 소진되는 것이다. 서민들에게 승용차 운행은 점점 사치로 느껴질 법하다.
2008년 첫 업무일인 1월 2일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 이하 WTI) 선물가격이 장 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100 달러 대를 돌파하였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WTI 가격은 2월 19일에 배럴 당 100.01 달러로 마감하면서 드디어 유가 100 달러 시대를 개막하였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상승 페달을 밟아나간 결과, 3월 13일 WTI 가격이 배럴 당 110달러에 마감하였으며,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원유의 가격기준이 되는 두바이 원유가격도 그 다음날 사상 처음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하였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뿐 만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적색경고등이 켜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산물가 상승으로 기업들은 마진이 감소하거나 판매가격을 올려야만 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가계는 소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어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반영되며 기업은 채산성 악화와 시장위축으로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이는 다시 가계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에게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생산을 늘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OPEC은 지난 3월 5일에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여러 논의 끝에 석유생산량을 동결하는데 합의하여 서방국가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와 함께 유가급등이 주요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유가와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들을 갖게 된다. 첫째,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원인이 무엇인가? 두 번째로 그렇다면 국제유가는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현재의 국제유가 수준이 우리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최근 신고유가의 원인

2006년 중반 국제유가 상승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석유수요 급증과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갈등에 따른 중동지역의 석유공급 차질 우려로 수급 불안감이 작용한데 따른 것이었다. 이후 국제유가는 세계 원유재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과 동시에 하반기 이상고온 현상으로 난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약세로 돌아서 2007년 1월에는 WTI와 북해산 Brent 가격이 각각 50달러 수준으로, 두바이 원유가격도 49.06달러까지 하락하였다. 한편, OPEC은 2006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총회에서 2006년 11월과 2007년 2월 시행을 목표로 총 170만b/d 감산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감산결정에 대한 효과는 이상고온 현상이 끝나고 1월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겨울철 막바지 한파와 맞물려 유가 상승세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2007년에도 이란의 핵개발, 나이지리아 내 정정불안, 터키와 쿠르드족 충돌 등의 지정학적 요인이 공급 불안요소로 부각되었고, 중국, 중동 등의 신흥경제국들의 석유수요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 OPEC 산유국들의 생산부진으로 원유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에 이르러 2007년 전반에 걸쳐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WTI와 Brent 원유가격은 2007년에 연초대비 연말 가격이 배럴 당 40달러 가까이 급등하였으며 두바이 원유가격도 배럴 당 32달러 정도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유가 급등세는 올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속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2007년 하반기부터의 유가 급등이 이전과 비교해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 전반기에 걸쳐 세계 원유재고 감소, 지정학적 불안, 자원개발의 비용 증가, 정제가동률 부진 등의 수급과 관련한 펀더멘탈 요인과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2007년 하반기부터 유가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추가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문제가 미국 달러화 약세였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제 원유가격이 가치유지를 위해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던 부분이 달러화 약세로 환리스크 회피를 위한 국제 투기자금이 석유시장에 유입되어 유가 상승폭이 확대되었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 정부는 OPEC의 감산정책을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돌리며 원유시장의 거품발생 가능성을 부정해 왔다. 이에 반해 OPEC은 지정학적 불안과 달러화 약세, 그리고 투기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팽창을 유가 급등 원인으로 주장하는 한편 원유공급은 충분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9월 OPEC 총회에서 50만b/d 증산이 결정되어 11월부터 이를 반영해왔으나 실제적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세계 원유 공급은 수요를 밑돌았으며 유가도 연말까지 상승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유가수준은 수급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는 일부 분석도 설득력을 가졌으며 미국과 유럽의 OPEC에 대한 추가 증산 압력도 더욱 거세게 표면화 되었다.
그런데 2007년 연말부터 현재까지 유가추세는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다소 특이한 면이 관측되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월 세계 석유공급이 수요를 상회하기 시작하여 세계 원유재고와 석유제품재고가 전월대비 각각 2,370만 배럴과 560만 배럴 증가하였다. OPEC 원유생산도 지난해 4/4분기부터 증가세가 뚜렷이 관측되고 있어 2008년 1/4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100만b/d 이상 증산될 것이 예측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고유가와 미국의 경기침체 현실화 상황 하에서 세계 석유수요도 예상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고공비행 중인 국제유가는 다소 의아스럽다. 따라서 석유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유가가 국제 유동성의 과잉 유입으로 인해 수급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팽창이란 것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석유시장에 유동성이 이토록 집중되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발단은 세계 저금리 추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본격적인 뇌관의 작동은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선진국들의 저금리 추세로 2000년대에 국제 유동성과 금융시장이 크게 팽창하였다. 미국도 2001년 경기침체 이후 모처럼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던 시기이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Loan)이 부실로 판명되면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었고,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미국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각종 파생상품들을 양산하여 해외 유동성까지 흡수하였으나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판명으로 투자된 유동성이 이탈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점차 확산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수차례 단행하였고 이는 고스란히 달러화 약세로 이어졌다. 따라서 미국 부동산시장 관련 투자에서 이탈한 자금과 미국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에서 환매된 달러 자금들이 달러화 약세라는 조건에서 택한 곳이 석유시장을 포함한 국제 상품시장이라는 것이란 의견에 전문가들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뿐만이 아니라 국제 금값을 포함한 농산물 및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것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 혹은 하락 가능성이 있느냐가 우리의 큰 관심사다. 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한다는 측면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다양하다. 이는 현재 우리가 놓인 국제 경제적 환경 변화가 심하다는 의미이다. 화석연료의 고갈 가능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 및 규제 강화 등의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발 세계 경제 위축과 미국 경기침체 회복 가능성, 국제 유동성의 상품시장 이탈 시기, 신규 자원개발 및 대체 에너지기술 개발 성과 등의 사안들이 국제유가와 관련하여 우리 앞에 놓인 변수들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8년에 두바이 유가가 1/4분기에 평균 91.74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 반면 2/4분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4/4분기에는 평균 81.41 달러까지 낮아져 연간 평균가격은 86.20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전망의 기본전제는 국제 금융시장 여건에 따른 투기자본 이동을 배제하고 수급 여건만을 고려 한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세계 석유수요가 87.1백만b/d로 2007년 대비 140만b/d 증가한 상황에서 비OPEC 석유공급이 2007년 대비 80만b/d 증가하는 것을 가정하였다. 이는 현재까지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 높은 경우를 전제로 전망한 기준안이다.

유가상승의 파급효과와 대응방안

앞서 언급했듯이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경제활동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현재 미국 경기침체 진입에 따른 세계 경제 악화로 최악의 경우 경기불황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는 세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약 0.197% Point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올해 두바이 평균가격이 고유가 시나리오처럼 99.47 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우리나라 2008년 경제성장률은 4.0%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갑작스런 물가상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및 개인들의 자구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도시가스 보편화와 발전연료 다양화 및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러한 취지에서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들이다. 최근에는 집단에너지 보급 확대,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및 보급 정책이 앞선 정책의 연장선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및 제도 정비, 국민들의 에너지절약을 위한 홍보 및 정보제공 등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우리의 경제활동이 석유의존 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자원개발을 강화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석유를 수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현재와 같이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적 혼란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는 이러한 맥락의 단기적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에 대해 단기적으로 유류소비와 관련한 추가적 세제지원을 통해 이들이 경제활동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여 이러한 시기에 경제기반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비상시 소득재분배 방안을 마련하여 물가상승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의 최소한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도 미래 안정적인 국가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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