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떨어지는 외산 총싸움 게임은 가라~

[월간 말] 피시방을 점령한 한국 온라인 FPS의 명품 ‘서든어택’

윤보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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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든어택(SUDDEN ATTACK)은 ‘게임하이’가 개발하고 게임포털사이트 ‘넷마블’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FPS(First Person Shooter) 게임이다. 단 한 주를 제외한 110주동안 국내 FPS 게임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서든어택은 출시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서든어택은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아바, 크로스파이어, 울프팀 등 다양한 FPS 게임이 뒤를 이었지만, 서든어택의 명성을 꺾지는 못했다.
서든어택의 저력은 단지 점유율로만 회자되지 않는다. 회원 수만 헤아려도 1,400만 명이 넘는다.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남성이라면 서든어택을 모르는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국민맵이라 일컬어지는 웨어하우스맵의 성공이 보여주듯,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국민’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바로 오늘날 서든어택의 위상이다. 특히, 서든어택의 유저(USER)들은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달리 10대에서 40대까지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서든어택이 등장 초기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고른 연령대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아니다. 초기에 서든 어택은 10대와 20대 초반에서 격렬한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든어택의 재미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산돼, 유저의 분포가 고른 양상으로 확대됐다. 서든어택이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의 인트로 이미지
ⓒ 화면캡쳐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는 CJ인터넷의 퍼블리싱 사업부 김선호 과장은 “한국적 정서”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서든어택을 서비스 한 지 횟수로 3년이 넘었습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든어택은 많은 유저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한국인의 정서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조작이 수월하고,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FPS 게임 시장은 대부분 해외 게임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카르마가 최초의 국산 온라인 FPS 게임이었고, 그 후 그것을 스폐셜포스가 이어 받았습니다. 서든 어택은 이들 게임에서는 없었던 난입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난입시스템은 게임에 접속한 뒤 가능한 빨리 온라인 전투에 참여하며, 적과 조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신 타격감과 밸런스 등에 초점을 맞추어 사실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1인칭 슈팅 게임인 만큼, 유저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은 높이고 방식은 간편하게, 그리고 음향 등 사실적인 배경을 제공한 것입니다.”
난입 시스템은 서든 어택 이후 FPS 게임의 일반적인 방식이 됐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것이 ‘게임을 게임답게 해주는 측면’이라고 본다. 현실에서 사람은 대체가 불가능하지만, 게임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의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유저들은 단지 게임을 즐기고 싶어할 뿐, 현실을 경험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난입 시스템은 이같은 유저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한 사람이 게임 밖으로 퇴장할 때 그를 대신해서 다른 유저가 곧바로 진입이 가능해 접속과 동시에 게임을 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서든어택의 성공을 가져온 또 하나의 요인은 게임 개발의 전략을 ‘유저의 눈높이’에서 시작한다는 원칙이다. 단순해 보이나 알고보면 복잡한 부분이다. 유저들의 욕구를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든어택의 개발사인 게임하이의 마케팅 담당본부의 임옥섭 본부장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유저들은 ‘현실성’ 혹은 ‘사실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보다는 자신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게임하이는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최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 전반의 구성과 업데이트를 유저의 관점에서 구현했다.

일단 서든어택은 무료 게임이다. 일정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일부 서비스에 유료 상품을 끼워 넣어 팔기는 하지만,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게임 진행을 위한 조건은 아니다.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아도 별다른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껴야 한다면, 결코 게임을 즐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유저들이 FPS 게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한 무기 사용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무기들을 접속할 수 있도록 모든 무기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맵의 구현에 있어서도 유저들의 욕구를 담아낸 맵들을 만드는 거침없는 실험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칼전맵은 기존의 FPS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서비스이다. 주무기인 총과 폭탄 대신 보조무기인 칼만 가지고 싸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유저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다뤄지던 게임방식이다. 기존의 FPS 게임에서는 일종의 ‘장난’처럼 다루어졌던 이 방식에 대해 특별히 맵을 준비해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신 특정무기에 제한을 가함으로서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는 시도는 종종 구현되어 왔다. 하지만, 서든어택은 과감히 칼전을 맵으로 구현했고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키보드 조작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을 위해 동작은 가급적 쉽게 구성이 됐다. 또한, 게임 진행 중에도 옵션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유저는 게임 도중에도 키조작, 음향 조작, 환경 설정 등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다.
게임하이는 이 같은 간편성을 토대로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한편, 전투에 사실성과 박진감을 부여해 게임을 즐기는 백미를 더했다. 폭발음과 비명, 혈흔과 같은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일면 폭력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연령에 따른 버전을 제공해 미성년자의 경우 보여지는 이미지가 다르게 나오도록 설정했다. 이 외에도 계급 향상과 포인트 제공 방식을 통해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 성장이라는 부수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든어택의 성공은 “한국적 FPS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개발자들의 신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서든어택을 만들었던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대체로 FPS 게임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경우”라는 것이 임옥섭 본부장의 설명이다.
“우리가 서든어택을 시작할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미 시장을 점령한 스페셜 포스라는 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FPS 게임 만들면 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섰죠. 또한 당시만 해도 FPS는 매니아들만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키보드 조작감이라든지, 게임을 하다가 어지럽다고 느낀다든지 하는 것들 때문에 FPS를 꺼려하는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서든어택의 개발자들은 게임시장에서의 경쟁상대를 인식하기보다는 기존의 시각을 탈피해 유저들의 관점에서 유저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잘하는 매니아 층보다는 잘 못하는 일반 유저들을 중심에 놓고 사고했습니다. 출시 후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유저들의 반응을 지켜보았죠. 유저 한명 한명이 우리가 만든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오늘과 같은 성공은 아무도 예상 못했습니다. 당시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꿈을 조금씩 모았고, 그것이 실현됐고,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뻐했으니까요.”
서든어택의 시선은 국내가 아닌 국외로 향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해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파이가 커져야하는 온라인 게임 산업의 숙명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서든어택은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 진출한데 이어 동남아 5개국에도 수출고를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의 유저들이 서든어택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다. 월드워크래프트, 헬게이트, 반지의 제왕 등 외산 문화로 구비된 온라인 게임들과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CJ 인터넷 퍼블리싱 사업부는 국제적인 페스티벌 등을 정기적으로 추진해 국제 무대에서 유저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FPS 게임은 1인칭 슈팅게임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게임이다. 최근 온라인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국제 시장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 온라인 게임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월드워크래프트는 지난해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선진국은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컨텐츠를 상품화해 게임 시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컨텐츠를 게임으로 연결시키는 기획력이 약한 국내 게임 문화의 현실은 개발자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총기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일으킨 피의자가 “스페셜포스나 서든어택을 즐겼다”는 식의 보도가 잇따르는 것은 이들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악의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게임하이의 임옥섭 마케팅 본부장은 조심스럽게 언론의 접근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의미는 어디서 파생됐을까요? 사실 게임 때문에 범죄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범죄 피의자들의 범죄 동기를 분석해보면, 거기에는 게임보다 중요한 사회적인 요인이나 환경 등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서든어택의 회원이 1,4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게임은 이미 놀이 문화입니다. 특정 게임을 범죄의 동기로 연결시키려는 무리한 추정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습니다.”
개발자들은 게임을 자식이라고 부른다. 밤낮을 설쳐가며 적게는 2년, 많게는 6년을 한 게임을 만드는데 투자한다. 이런 그들에게 진정으로 가혹한 것은 게임에 대한 일반인의 그릇된 편견이나 선입견이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탈선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편견은 유저나 개발자 모두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임 본부장은 “게임에 대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는 과거 오락실 문화로 통용되던 음습한 환경, 담배연기, 불량스러운 어른들의 놀이터 이미지가 뒤따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 또한 산고의 고통이 뒤따른다”면서 “우수한 기술과 두뇌가 결집되어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는 CJ 인터넷은 최근 강원도 인제군과 함께 모의 전투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인제군 측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이 대회는 국내에서는 게임이 현실로 무대를 옮겨간 최초의 대회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FPS 게임과 관련 서바이벌 게임은 있었지만, 인제군과 함께 하는 ‘인제 배틀필드 2008-서든어택 얼라이브’에서는 게임에서 사용되는 전투맵 자체가 구현될 뿐만 아니라 게임과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컨텐츠가 게임으로 개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컨텐츠가 게임으로 활성화되는 문화가 발달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조건에서 되려 게임이 현실로 무대를 옮겨가니 유저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미를 추가하는 셈이고,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스스로 고무될만한 사건이다.
서든어택의 시나리오를 보면, 석유를 노린 강대국의 침략동맹과 민간인 학살을 막기 위해 명령을 위반한 특수부대원들이 전투를 벌이는 설정이 나온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전이었던 당시에 게임 개발자들이 생각해 낸 시나리오였다. 유저들 중에는 이런 시나리오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이라는 것이 개발자들의 견해다. 그래서 이라크 전쟁이 터진 뒤 서든어택의 시나리오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는 후일담이다.
ⓒ월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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