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뒷마당’의 해방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를 잃었는가?
왜 카라카스 주재 미 대사관은 베네수엘라의 5개 주에 일련의 ‘위성영사관’을 개설했는가? 왜 미국 국방부는 볼리비아에서 비행기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파라과이령 차코의 마리스칼 에스티가리비아의 미 군용비행장을 재가동하려고 시도하는가? 1990년대 말 이래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미국의 위치는 흔들려왔다. 알래스카에서 불의 땅(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에 위치한 남미 최남단의 군도-역주)까지를 잇는 거대 시장, 아메리카자유무역지대(FTAA)는 완성되지 못했다. 그 대신 중도 혹은 급진 좌파 정부들이 탄생하고, 역동적인 베네수엘라-볼리비아-아르헨티나 연맹이 이루어졌으며, 남미은행이 IMF와 세계은행을 대신하게 되었고, 아메리카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볼리비아,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협력체), 카라카스(베네수엘라), 라파스(볼리비아), 키토(에콰도르) 등지에서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이 번지고 있다. 미국은 수많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테러와의 전쟁, 마약거래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시장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런 해방을 저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포린 폴리시> 지 편집장 모이즈 나임은 “라틴아메리카는 잃어버린 대륙”이라고 단언한다. 그보다는 덜 단정적이긴 하지만 <인터 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피터 하킴 역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잃어가고 있는 중인가?1)”라고 우려를 표시한다. 10년 전부터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었다.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거부는 그 자립의 정도에 있어서 다르기는 해도 중도 혹은 급진좌파 연합 정권을 탄생시켰다. 2002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쿠데타는 실패했고, 그 이후 인디오원주민운동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정권을 탄생시켰다. 모든 종류의 압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2) 그렇다면 좀 더 강력하게 개입해야 할 것인가? 이라크 원정 실패는 최소한 현재로서는 또 다른 전선에서의 직접적인 무력개입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신자유주의가 계속 거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 근간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1994년 말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아메리카 정상회담 당시 윌리엄 클린턴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아메리카자유무역지대(FTAA), 즉 알래스카부터 불의 땅까지를 잇는 거대 아메리카 시장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 상무장관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2005년에 3530억 달러를 남미와 카리브에 투자했고, 그 계열사들은 남미에서 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2006년 미국의 수출은 12.7%, 수입은 10.5% 증가했다.
FTAA가 실패했다는 사실만으로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정, 특히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발전된 상황이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시장이 가진 매력은 강력한 성공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우호적이었던 우루과이 경제부장관은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나라의 규모가 갖지 못한 힘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그는 남미공동시장(약칭 메르코수르Mercosur)과 갈등을 겪었고, 미국은 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중도좌파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라틴아메리카 엘리트들은 신자유주의의 공격에 쉽게 항복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FTA의 정치적 영역이 확대되었다. 2005년 3월 23일 텍사스의 와코에서 북아메리카 버전의 대륙통합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 북미 안보 및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SPP)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사이에 경제 및 안보 공동체를 확립했다. 법학자 기 마제가 보기에 “이 협정의 새로운 점은 경제무역 절차에 안보개념을 도입하고, 공급 정책에서 인정받는 민간분야와 기업체들의 권한을 제도화 한 것이다.3)”
국내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고 체결된 이 협정의 법률적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결국 “민간분야가 국내정치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제차원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기 마제는 말한다.
미국인 학자 크레이그 반 그라스텍은 이라크에서 의지의 동맹(Coalition of the willing)을 결성한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G204)을 탈퇴한 국가들 ─ 콜롬비아, 코레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의 에콰도르,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 이다. <엘 파이스>지는 2003년 2월에 있었던 조지 부시와 호세 마리아 아즈나 전 스페인 총리 사이의 대담 보고서5)를 게재했는데 이에 의하면, 당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군사개입을 망설이는 국가들에게 협박을 했다고 한다. “지금 미국의 안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라고스(칠레대통령)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상원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태도는 비준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더 광범위한 합의에 의한 지배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지하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칠레 의회가 국제형사재판소 개설 협정을 비준하고 이 재판소에서 미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기를 원치 않아 제재를 받게 될 처지에 있다. 군사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칠레는 얼마 전 구입한 F-16 전투기를 조종할 군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미 국방부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브라질, 페루,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볼리비아, 우루과이 역시 같은 이유로 군사훈련과 지원프로그램이 중단됐다.
소련의 해체는 미국의 민주주의 수사학에 상당한 신뢰감을 불어넣었다. 로널드 레이건처럼 진 커크패트릭이, 함부로 ‘인권’을 언급함으로써 ‘어쨌든 미국의 국익에 더 부합할 수 있는’ 비공산주의 독재정권들의 토대를 약화시켰다고 제임스 카터와 논쟁을 벌이던 때에 비하면 시대는 많이 변했다. 자유주의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세계화와 시장을 통해 강제된 규율이 ‘포퓰리즘’적 일탈의 위험을 제한할 것이라는 믿음이 받아들여졌다. 윌리엄 I. 로빈슨의 말처럼, 민주주의의 기치를 흔들며 더 광범위한 합의에 의한 지배 형태로 ‘사회적 통제를 보장하기 위해 시민사회에 침투’할 수 있다. 그 시민사회라는 것이 어쨌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의 그룹과 공동체로 분할되는 것인 이상, “미국전략가들은 권력의 실제 소재지는 시민사회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훌륭한 그람시주의자들이 되었다6)”
9·11 테러 이후 미주기구(OAS) 내에서는 점차 민주질서를 보호하려면 이 질서의 ‘변질’을 막기 위한 개입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2001년, 로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OAS가 민주헌장을 채택한 것은 이런 야심을 요약한 것이다. 무력행사까지 포함되는 민주주의의 보존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더 새로워진 것은 이제부터는 ‘인도주의적 내정간섭권’ 명목으로 일부 좌파도 이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카대륙 내에 새로운 힘 관계가 성립되면서 OAS의 역할은 더 복잡해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든 위협이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 파나마에서 열린 제 37회 OAS 총회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차베스 정부가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RCTV)의 사업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은 이유를 조사할 조사단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거부됐고, 미 국무장관은 홀로 회의장을 떠나야 했다.
전진배치된 국방부
다자간 관계에서 난관에 봉착한 미 행정부는 여러 NGO와 재단이 자신들의 뒤를 이어줄 것을 기대했다. 국제개발처(Usaid)가 특히 재정 지원에 있어 그 중심축이 됐다. 2001년 5월 8일 앤드류 나치오스 국제개발처장은 Usaid는 “외교관계가 불충분하거나 군사력 사용이 위험한 경우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Usaid가 여러 가지 발의에 대해 재정을 지원하고 ‘민주주의 건설자(democracy builder)’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존 매케인 후보가 소장으로 있는 국제 공화주의 연구소(IRI)는 국제개발처의 기금을 베네수엘라 야당 기관들과 정치프로그램에 배분하는 다섯 개 NGO 중의 하나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이 묵인했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가 무산된 이후, 미 국무성은 카라카스에 임시사무소를 개설했다. 그 목표 중의 하나는 ‘민주주의 절차에 시민참여를 장려’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정권전복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정국불안을 초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비폭력 저항’이 등장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 옹호’ 운동의 실제 목표가 무엇인지, 볼리비아 내 4개 주 ─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 타리지 ─ 를 장악하고 제헌의회의 업무를 저지하고 있는 우파 야당이 분리주의운동을 정치 도구화하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볼리비아 부통령은 이들을 ‘폭력적, 반민주적, 인종차별적, 분리주의 우파’라고 부른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정부가 그들의 전략적 자원 ─ 석유와 가스 ─ 을 다시 통제하게 된 것은(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경우 부분적으로 국영화했다) 미국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쿠바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경제봉쇄를 강화시키는 가운데 여러 가지 제안 ─ 이 제안 중 일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기밀로 유지되고 있다 ─ 을 수행할 임무를 맡고 있는 위원회에서는 카스트로 이후를 겨냥한 시나리오가 준비 중이다.
1998년 파나마에서 마이애미로 이전한 남부사령부(Southern Command, Southcom)는 라틴아메리카 내 중요 군사배치다. 남부사령부와 라틴아메리카 정부 사이의 접촉은 군인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민간대화자들은 배제된다. 남부사령부는 이 지역의 군사 일정을 국무성에 직접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다. 개발지원 또는 농업지원 사무소들이 제2열로 밀려났기 때문에 ─ 냉전시대에 비해 쌍방지원은 1/3로 줄었다 ─ 국방부가 남미대륙 지원프로그램의 중요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해외지원금보다 국방예산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덜 심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 이러한 이전은 숨겨진 의도가 있다 하겠다. 1997년~2007년 사이 미국은 73억 달러의 군·경 보조금을 라틴아메리카에 지원했다.7)
자기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힌 폭력국가
테러리즘에 대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국가안보회의(NSC)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수행하는 전쟁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전체적인 공격’이다. 이 불균형한 전쟁에서 적들은 다양하다. 이슬람주의자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개국 접경에 은신해있는 밀수입자들과 마약 암거래상들, 우선적으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급진 포퓰리스트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민족해방군(ELN), 유사군사조직들 같은 소위 ‘테러단체들’, 그리고 사회운동들이 그 적들이 된다.
남미대륙은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비핵화지대이므로 남부사령부의 책임자들이 보기에 미국의 이익은 해외 세력에 의해서 위협받지 않는다. 남부사령부의 제임스 힐 전 사령관에 따르면 중요한 신생위협은 ‘민주주의 절차를 해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보다는 제한하는 급진 포퓰리즘’이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이 급진적 대중인기영합주의는 ‘민주적 개혁’이 실패하자 ‘심각한 욕구불만’을 악용해 ‘반미감정을 조장8)’함으로써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밴츠 J. 크래독 장군은 “반미 선동가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정국불안의 책임자라고 비난한다. 그는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역의 치안군대를 강화하고 남부사령부의 군사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힌 폭력국가들이 독재적 포퓰리즘 정권을 세우고 세계로부터 단절되는 로스트 홀이 되도록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연안국들을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9)”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국방부의 개입과 더불어, 미 군사전문가들의 존재와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민간 군사 기업가들과 비정부 차원의 민간관계자들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의회가 미군의 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하청업자들은 군사력이 대신할 수 없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민간 보안업체들은 의회의 동의 없이도 군사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경찰이 된 군대
한편, 바나나 관련 미국 다국적 기업 치키타 브랜즈(Chiquita Brands)는 자신의 플랜테이션 보호를 목적으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콜롬비아자위대(Autodefensas Unidas de Colombia, AUC)에 170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워싱턴 법정에서 2500만 달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바나나 경작지역에서 살해된 173명의 유가족 변호사들은 치키타를 공격했지만, 기업경영자들에 대한 수사를 면제하는 합의가 미국정부와 체결됐다. 콜롬비아 법무부장관은 “단 몇 백만 달러로 미국에서 처벌 받지 않는 상황을 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라틴아메리카 군대들은 또다시 국내 경찰 업무에 투입됐다. 200년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마약거래를 소탕하기 위해 미초아칸 주에 7천명의 군대를 보냈다. 군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도 투입됐다. ‘마라스’라고 불리는 중앙아메리카의 폭력조직과 대치하고, 멕시코 국경에서 밀입국자들을 통제한다. 공공치안의 군사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조직적 범죄가 증가하면서 보호요청이 늘어남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독재가 종식된 이래 군인들이 병영에 복귀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인권보호단체들은 바쁘다. ‘소요 도발자’들이 대부분 인디오들이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 소외된 실직자들이기 때문이다. 군대의 개입은 이런 사회적 부류의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고 오래된 ‘내부의 적’을 부활시켜, 비극적인 과거를 상기시키는 정치적 압력이라는 능력을 군부가 되찾게 해 줄 수 있다.10)
이런 맥락에서 2007년 부시 대통령은 마약 밀매와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멕시코플랜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1400억 달러에 이르는 추정예산은 군비(헬리콥터, 정보장비) 구매와 양국 합동훈련에 책정된 것이다. 멕시코가 여러 주에서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반 마약 투쟁이 군사화 하는 위험은 특히 눈에 띄는 것이다. 또한 중앙아메리카에서 ‘마약밀매와의 전쟁’을 확대하기 위해 5천만 달러의 추가예산이 책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의 반응은 불확실하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라틴아메리카 군대의 전통적 역할을 개혁하라고 권장해 왔다. 냉전시대 군사지원이 배타적 쌍방협력에 치중했다면 현재는 특히 지역 내 협력과 상호 작전성을 강조한다. 남부사령부는 새로운 위기가 닥쳤을 때 신속하게 반격할 수 있는 부대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 파나마에서 열린 제 37차 미주기구 총회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은 회원국들의 국내정치를 감독하고 민주원칙들을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 대륙의 안전위협에 대해 공동방어동맹을 결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을 미국의 베네수엘라 응징 전략으로 판단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고, 결국 제안은 거부됐다.11)
미국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미국은 현장에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들의 개입을 정당화할 동맹이 필요하다. 현재의 지역 균형을 고려하면 지역적으로 무력개입을 시행하는 것은 불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티의 예는 추종자들을 만들어 냈다. 윌리엄 레오그랜드는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대통령 사임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역할을 분석했다.12) 아리스티드가 사임을 강요당한 것은 예전 가톨릭 신부였던 그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실각을 확실하게 만든 것은 부시 행정부의 지원을 받은 군사조직인 아이티발전진보전선(FRAPH)의 옛 동지들이라는 것이다. ‘개입권’ 공작이 특히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사임을 강요당한 정황에 대해 이론이 분분한 때에 대륙의 일부 군대가 유엔아이티안정화군(Minustah)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13) 단테 카푸토 전 유엔총회의장은 아리스티드 실각에 CIA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14) 유엔아이티안정화군 같은 ‘안정화 임무군대’는 장차 본보기가 될 위험이 있다.
남부사령부는 수많은 설득수단을 가지고 있다. 미주기구 회원국들은 2001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협력안보’ 개념을 채택했다. 이 개념은 ‘군사절차의 투명성’을 장려한다.15) 그리고 대륙국방장관정례회담(DMA)은 상호 신뢰를 강화했다. 군사작전의 국제화와 합동해군훈련이 이루어지고, 라틴아메리카 군인 1700명(2005년도 수치)의 훈련을 미국이 담당하며, 무기판매로 결속을 만들어낸다.
좌파의 다양한 견해
미국은 이 지역에서 이런 유형의 장비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공급자이고, 미 국방부의 주도적 역할과 군사-산업 복합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무기판매 봉쇄조치의 공식적 철회를 통해 확인됐다. 철회 결정은 군비확장을 유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 F-16 전투기의 칠레 판매는 이 지역의 다른 군대들의 ‘현대화’를 부추길 수 있다.16) 브라질 국방장관은 브라질이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평화적이고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군비 강화를 위한 지출 예산을 50% 증액할 것이라고 공포했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좌파는 사회개혁을 제한하고 협상파트너관계를 유지하자는 측과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17)의 우선적 실행과 라틴아메리카 정치 통합을 지지하는 측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틸리오 A. 보론은 “오늘날의 제국주의는 30년 전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인정한다.18) 좌파의 정책은 미국 행정부가 국가자원의 재국영화나 자유무역협정 거부, 볼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 정부가 주장하는 정치적 독립을 용인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런 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네트 아벨 | 번역·김계영
1) <포린 어페어스>, 팜 코스트(플로리다), 2006년 1-2월.
2)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쿠바, 에콰도르, 니카라과,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매우 다른 정책들을 지향하는 좌파정권이 등장했다.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파나마, 페루(페루의 경우는 상당히 보수적인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의 사회민주당 정부 역시 이 부류로 간주된다.
3) 기 마제(Guy Mazet), 라틴아메리카자료연구소(Credal),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미메오 심포지엄, Ivry, 2007년 4월.
4) G20은 1999년 G8(독일,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영국, 러시아)과 신흥 경제국(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중국,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그리고 통합체로서의 유럽연합을 합해 놓은 것이다.
5) <엘 파이스El Pa뭩>, 마드리드, 2007년 9월 27일
6) 윌리엄 I. 로빈슨, 「민주주의인가 다두정치인가?」, 「NACLA 아메리카 리포트」, vol. 40, n° 1, 뉴욕, 2007년 1-2월.
7) 라틴아메리카 워싱턴사무소(Wola), 「라틴아메리카 미군프로그램 1997-2007」, 「레이더의 아래」, 국제정책센터, 라틴아메리카 작업그룹 교육기금, 2007년 3월.
8) 제임스 힐 장군, 하원군사위원회, 워싱턴, 2004년 3월 24일.
9) “하원군사위원회에서의 밴츠 크래독 장군의 정세진술”, 워싱턴, 2005년 3월 9일
10) 루치아 댐머(Lucia Dammert) & 존 베일리(John bailey), “라틴아메리카 공공보안의 군사화?” <포린 어페어스> 스페인어판, Palm Coast, 2007년 4-6월.
11) 윌리엄 레오그랜드(William LeoGrande), 「상상력 부족:조시 부시의 라틴아메리카 정책」, 「라틴아메리카 연구 저널」,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 영국, 2007년.
12) 같은 책.
13) 유엔아이티안정화군(Minustah) 사령관은 브라질이 맡고 있으며 사무총장은 칠레가 맡고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에콰도르로 구성돼 있다.
14) <르몽드>, 2004년 11월18일자.
15) 리샤르 나리슈(Richard Narich), 「라틴아메리카 안보 경향」과 크리스티나 로페스(Christina R뾭ez), 「미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정책」, 「국방과 집단 안보」, 파리, 2007년 11월 참조.
16) 미국은 칠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한 반면 베네수엘라 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종 전투기의 부품 공급은 거부했다.
17) 볼리비아,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18) 아틸리오 A. 보론(Atilio A. Boron), 「제국과 제국주의」, Harmattan, 파리, 2003년.
1) 만타기지는 2009년에 계약시한이 만료된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포린 폴리시> 지 편집장 모이즈 나임은 “라틴아메리카는 잃어버린 대륙”이라고 단언한다. 그보다는 덜 단정적이긴 하지만 <인터 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피터 하킴 역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잃어가고 있는 중인가?1)”라고 우려를 표시한다. 10년 전부터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었다.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거부는 그 자립의 정도에 있어서 다르기는 해도 중도 혹은 급진좌파 연합 정권을 탄생시켰다. 2002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쿠데타는 실패했고, 그 이후 인디오원주민운동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정권을 탄생시켰다. 모든 종류의 압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2) 그렇다면 좀 더 강력하게 개입해야 할 것인가? 이라크 원정 실패는 최소한 현재로서는 또 다른 전선에서의 직접적인 무력개입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신자유주의가 계속 거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 근간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1994년 말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아메리카 정상회담 당시 윌리엄 클린턴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아메리카자유무역지대(FTAA), 즉 알래스카부터 불의 땅까지를 잇는 거대 아메리카 시장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 상무장관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2005년에 3530억 달러를 남미와 카리브에 투자했고, 그 계열사들은 남미에서 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2006년 미국의 수출은 12.7%, 수입은 10.5% 증가했다.
FTAA가 실패했다는 사실만으로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정, 특히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발전된 상황이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시장이 가진 매력은 강력한 성공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우호적이었던 우루과이 경제부장관은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나라의 규모가 갖지 못한 힘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그는 남미공동시장(약칭 메르코수르Mercosur)과 갈등을 겪었고, 미국은 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중도좌파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라틴아메리카 엘리트들은 신자유주의의 공격에 쉽게 항복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FTA의 정치적 영역이 확대되었다. 2005년 3월 23일 텍사스의 와코에서 북아메리카 버전의 대륙통합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 북미 안보 및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SPP)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사이에 경제 및 안보 공동체를 확립했다. 법학자 기 마제가 보기에 “이 협정의 새로운 점은 경제무역 절차에 안보개념을 도입하고, 공급 정책에서 인정받는 민간분야와 기업체들의 권한을 제도화 한 것이다.3)”
국내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고 체결된 이 협정의 법률적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결국 “민간분야가 국내정치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제차원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기 마제는 말한다.
미국인 학자 크레이그 반 그라스텍은 이라크에서 의지의 동맹(Coalition of the willing)을 결성한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G204)을 탈퇴한 국가들 ─ 콜롬비아, 코레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의 에콰도르,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 이다. <엘 파이스>지는 2003년 2월에 있었던 조지 부시와 호세 마리아 아즈나 전 스페인 총리 사이의 대담 보고서5)를 게재했는데 이에 의하면, 당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군사개입을 망설이는 국가들에게 협박을 했다고 한다. “지금 미국의 안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라고스(칠레대통령)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상원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태도는 비준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더 광범위한 합의에 의한 지배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지하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칠레 의회가 국제형사재판소 개설 협정을 비준하고 이 재판소에서 미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기를 원치 않아 제재를 받게 될 처지에 있다. 군사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칠레는 얼마 전 구입한 F-16 전투기를 조종할 군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미 국방부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브라질, 페루,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볼리비아, 우루과이 역시 같은 이유로 군사훈련과 지원프로그램이 중단됐다.
소련의 해체는 미국의 민주주의 수사학에 상당한 신뢰감을 불어넣었다. 로널드 레이건처럼 진 커크패트릭이, 함부로 ‘인권’을 언급함으로써 ‘어쨌든 미국의 국익에 더 부합할 수 있는’ 비공산주의 독재정권들의 토대를 약화시켰다고 제임스 카터와 논쟁을 벌이던 때에 비하면 시대는 많이 변했다. 자유주의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세계화와 시장을 통해 강제된 규율이 ‘포퓰리즘’적 일탈의 위험을 제한할 것이라는 믿음이 받아들여졌다. 윌리엄 I. 로빈슨의 말처럼, 민주주의의 기치를 흔들며 더 광범위한 합의에 의한 지배 형태로 ‘사회적 통제를 보장하기 위해 시민사회에 침투’할 수 있다. 그 시민사회라는 것이 어쨌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의 그룹과 공동체로 분할되는 것인 이상, “미국전략가들은 권력의 실제 소재지는 시민사회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훌륭한 그람시주의자들이 되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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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클라크 1994 |
ⓒ 르몽드 디플로마티끄 |
9·11 테러 이후 미주기구(OAS) 내에서는 점차 민주질서를 보호하려면 이 질서의 ‘변질’을 막기 위한 개입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2001년, 로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OAS가 민주헌장을 채택한 것은 이런 야심을 요약한 것이다. 무력행사까지 포함되는 민주주의의 보존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더 새로워진 것은 이제부터는 ‘인도주의적 내정간섭권’ 명목으로 일부 좌파도 이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카대륙 내에 새로운 힘 관계가 성립되면서 OAS의 역할은 더 복잡해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든 위협이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 파나마에서 열린 제 37회 OAS 총회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차베스 정부가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RCTV)의 사업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은 이유를 조사할 조사단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거부됐고, 미 국무장관은 홀로 회의장을 떠나야 했다.
전진배치된 국방부
다자간 관계에서 난관에 봉착한 미 행정부는 여러 NGO와 재단이 자신들의 뒤를 이어줄 것을 기대했다. 국제개발처(Usaid)가 특히 재정 지원에 있어 그 중심축이 됐다. 2001년 5월 8일 앤드류 나치오스 국제개발처장은 Usaid는 “외교관계가 불충분하거나 군사력 사용이 위험한 경우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Usaid가 여러 가지 발의에 대해 재정을 지원하고 ‘민주주의 건설자(democracy builder)’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존 매케인 후보가 소장으로 있는 국제 공화주의 연구소(IRI)는 국제개발처의 기금을 베네수엘라 야당 기관들과 정치프로그램에 배분하는 다섯 개 NGO 중의 하나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이 묵인했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가 무산된 이후, 미 국무성은 카라카스에 임시사무소를 개설했다. 그 목표 중의 하나는 ‘민주주의 절차에 시민참여를 장려’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정권전복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정국불안을 초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비폭력 저항’이 등장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 옹호’ 운동의 실제 목표가 무엇인지, 볼리비아 내 4개 주 ─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 타리지 ─ 를 장악하고 제헌의회의 업무를 저지하고 있는 우파 야당이 분리주의운동을 정치 도구화하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볼리비아 부통령은 이들을 ‘폭력적, 반민주적, 인종차별적, 분리주의 우파’라고 부른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정부가 그들의 전략적 자원 ─ 석유와 가스 ─ 을 다시 통제하게 된 것은(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경우 부분적으로 국영화했다) 미국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쿠바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경제봉쇄를 강화시키는 가운데 여러 가지 제안 ─ 이 제안 중 일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기밀로 유지되고 있다 ─ 을 수행할 임무를 맡고 있는 위원회에서는 카스트로 이후를 겨냥한 시나리오가 준비 중이다.
1998년 파나마에서 마이애미로 이전한 남부사령부(Southern Command, Southcom)는 라틴아메리카 내 중요 군사배치다. 남부사령부와 라틴아메리카 정부 사이의 접촉은 군인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민간대화자들은 배제된다. 남부사령부는 이 지역의 군사 일정을 국무성에 직접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다. 개발지원 또는 농업지원 사무소들이 제2열로 밀려났기 때문에 ─ 냉전시대에 비해 쌍방지원은 1/3로 줄었다 ─ 국방부가 남미대륙 지원프로그램의 중요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해외지원금보다 국방예산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덜 심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 이러한 이전은 숨겨진 의도가 있다 하겠다. 1997년~2007년 사이 미국은 73억 달러의 군·경 보조금을 라틴아메리카에 지원했다.7)
자기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힌 폭력국가
테러리즘에 대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국가안보회의(NSC)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수행하는 전쟁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전체적인 공격’이다. 이 불균형한 전쟁에서 적들은 다양하다. 이슬람주의자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개국 접경에 은신해있는 밀수입자들과 마약 암거래상들, 우선적으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급진 포퓰리스트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민족해방군(ELN), 유사군사조직들 같은 소위 ‘테러단체들’, 그리고 사회운동들이 그 적들이 된다.
남미대륙은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비핵화지대이므로 남부사령부의 책임자들이 보기에 미국의 이익은 해외 세력에 의해서 위협받지 않는다. 남부사령부의 제임스 힐 전 사령관에 따르면 중요한 신생위협은 ‘민주주의 절차를 해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보다는 제한하는 급진 포퓰리즘’이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이 급진적 대중인기영합주의는 ‘민주적 개혁’이 실패하자 ‘심각한 욕구불만’을 악용해 ‘반미감정을 조장8)’함으로써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밴츠 J. 크래독 장군은 “반미 선동가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정국불안의 책임자라고 비난한다. 그는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역의 치안군대를 강화하고 남부사령부의 군사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힌 폭력국가들이 독재적 포퓰리즘 정권을 세우고 세계로부터 단절되는 로스트 홀이 되도록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연안국들을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9)”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국방부의 개입과 더불어, 미 군사전문가들의 존재와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민간 군사 기업가들과 비정부 차원의 민간관계자들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의회가 미군의 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하청업자들은 군사력이 대신할 수 없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민간 보안업체들은 의회의 동의 없이도 군사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경찰이 된 군대
한편, 바나나 관련 미국 다국적 기업 치키타 브랜즈(Chiquita Brands)는 자신의 플랜테이션 보호를 목적으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콜롬비아자위대(Autodefensas Unidas de Colombia, AUC)에 170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워싱턴 법정에서 2500만 달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바나나 경작지역에서 살해된 173명의 유가족 변호사들은 치키타를 공격했지만, 기업경영자들에 대한 수사를 면제하는 합의가 미국정부와 체결됐다. 콜롬비아 법무부장관은 “단 몇 백만 달러로 미국에서 처벌 받지 않는 상황을 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라틴아메리카 군대들은 또다시 국내 경찰 업무에 투입됐다. 200년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마약거래를 소탕하기 위해 미초아칸 주에 7천명의 군대를 보냈다. 군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도 투입됐다. ‘마라스’라고 불리는 중앙아메리카의 폭력조직과 대치하고, 멕시코 국경에서 밀입국자들을 통제한다. 공공치안의 군사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조직적 범죄가 증가하면서 보호요청이 늘어남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독재가 종식된 이래 군인들이 병영에 복귀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인권보호단체들은 바쁘다. ‘소요 도발자’들이 대부분 인디오들이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 소외된 실직자들이기 때문이다. 군대의 개입은 이런 사회적 부류의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고 오래된 ‘내부의 적’을 부활시켜, 비극적인 과거를 상기시키는 정치적 압력이라는 능력을 군부가 되찾게 해 줄 수 있다.10)
이런 맥락에서 2007년 부시 대통령은 마약 밀매와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멕시코플랜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1400억 달러에 이르는 추정예산은 군비(헬리콥터, 정보장비) 구매와 양국 합동훈련에 책정된 것이다. 멕시코가 여러 주에서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반 마약 투쟁이 군사화 하는 위험은 특히 눈에 띄는 것이다. 또한 중앙아메리카에서 ‘마약밀매와의 전쟁’을 확대하기 위해 5천만 달러의 추가예산이 책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의 반응은 불확실하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라틴아메리카 군대의 전통적 역할을 개혁하라고 권장해 왔다. 냉전시대 군사지원이 배타적 쌍방협력에 치중했다면 현재는 특히 지역 내 협력과 상호 작전성을 강조한다. 남부사령부는 새로운 위기가 닥쳤을 때 신속하게 반격할 수 있는 부대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 파나마에서 열린 제 37차 미주기구 총회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은 회원국들의 국내정치를 감독하고 민주원칙들을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 대륙의 안전위협에 대해 공동방어동맹을 결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을 미국의 베네수엘라 응징 전략으로 판단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고, 결국 제안은 거부됐다.11)
미국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미국은 현장에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들의 개입을 정당화할 동맹이 필요하다. 현재의 지역 균형을 고려하면 지역적으로 무력개입을 시행하는 것은 불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티의 예는 추종자들을 만들어 냈다. 윌리엄 레오그랜드는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대통령 사임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역할을 분석했다.12) 아리스티드가 사임을 강요당한 것은 예전 가톨릭 신부였던 그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실각을 확실하게 만든 것은 부시 행정부의 지원을 받은 군사조직인 아이티발전진보전선(FRAPH)의 옛 동지들이라는 것이다. ‘개입권’ 공작이 특히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사임을 강요당한 정황에 대해 이론이 분분한 때에 대륙의 일부 군대가 유엔아이티안정화군(Minustah)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13) 단테 카푸토 전 유엔총회의장은 아리스티드 실각에 CIA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14) 유엔아이티안정화군 같은 ‘안정화 임무군대’는 장차 본보기가 될 위험이 있다.
남부사령부는 수많은 설득수단을 가지고 있다. 미주기구 회원국들은 2001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협력안보’ 개념을 채택했다. 이 개념은 ‘군사절차의 투명성’을 장려한다.15) 그리고 대륙국방장관정례회담(DMA)은 상호 신뢰를 강화했다. 군사작전의 국제화와 합동해군훈련이 이루어지고, 라틴아메리카 군인 1700명(2005년도 수치)의 훈련을 미국이 담당하며, 무기판매로 결속을 만들어낸다.
좌파의 다양한 견해
미국은 이 지역에서 이런 유형의 장비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공급자이고, 미 국방부의 주도적 역할과 군사-산업 복합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무기판매 봉쇄조치의 공식적 철회를 통해 확인됐다. 철회 결정은 군비확장을 유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 F-16 전투기의 칠레 판매는 이 지역의 다른 군대들의 ‘현대화’를 부추길 수 있다.16) 브라질 국방장관은 브라질이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평화적이고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군비 강화를 위한 지출 예산을 50% 증액할 것이라고 공포했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좌파는 사회개혁을 제한하고 협상파트너관계를 유지하자는 측과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17)의 우선적 실행과 라틴아메리카 정치 통합을 지지하는 측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틸리오 A. 보론은 “오늘날의 제국주의는 30년 전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인정한다.18) 좌파의 정책은 미국 행정부가 국가자원의 재국영화나 자유무역협정 거부, 볼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 정부가 주장하는 정치적 독립을 용인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런 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네트 아벨 | 번역·김계영
1) <포린 어페어스>, 팜 코스트(플로리다), 2006년 1-2월.
2)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쿠바, 에콰도르, 니카라과,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매우 다른 정책들을 지향하는 좌파정권이 등장했다.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파나마, 페루(페루의 경우는 상당히 보수적인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의 사회민주당 정부 역시 이 부류로 간주된다.
3) 기 마제(Guy Mazet), 라틴아메리카자료연구소(Credal),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미메오 심포지엄, Ivry, 2007년 4월.
4) G20은 1999년 G8(독일,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영국, 러시아)과 신흥 경제국(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중국,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그리고 통합체로서의 유럽연합을 합해 놓은 것이다.
5) <엘 파이스El Pa뭩>, 마드리드, 2007년 9월 27일
6) 윌리엄 I. 로빈슨, 「민주주의인가 다두정치인가?」, 「NACLA 아메리카 리포트」, vol. 40, n° 1, 뉴욕, 2007년 1-2월.
7) 라틴아메리카 워싱턴사무소(Wola), 「라틴아메리카 미군프로그램 1997-2007」, 「레이더의 아래」, 국제정책센터, 라틴아메리카 작업그룹 교육기금, 2007년 3월.
8) 제임스 힐 장군, 하원군사위원회, 워싱턴, 2004년 3월 24일.
9) “하원군사위원회에서의 밴츠 크래독 장군의 정세진술”, 워싱턴, 2005년 3월 9일
10) 루치아 댐머(Lucia Dammert) & 존 베일리(John bailey), “라틴아메리카 공공보안의 군사화?” <포린 어페어스> 스페인어판, Palm Coast, 2007년 4-6월.
11) 윌리엄 레오그랜드(William LeoGrande), 「상상력 부족:조시 부시의 라틴아메리카 정책」, 「라틴아메리카 연구 저널」,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 영국, 2007년.
12) 같은 책.
13) 유엔아이티안정화군(Minustah) 사령관은 브라질이 맡고 있으며 사무총장은 칠레가 맡고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에콰도르로 구성돼 있다.
14) <르몽드>, 2004년 11월18일자.
15) 리샤르 나리슈(Richard Narich), 「라틴아메리카 안보 경향」과 크리스티나 로페스(Christina R뾭ez), 「미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정책」, 「국방과 집단 안보」, 파리, 2007년 11월 참조.
16) 미국은 칠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한 반면 베네수엘라 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종 전투기의 부품 공급은 거부했다.
17) 볼리비아,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18) 아틸리오 A. 보론(Atilio A. Boron), 「제국과 제국주의」, Harmattan, 파리, 2003년.
- 새로운 유형의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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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대륙 내 미군배치는 변화했다. 파나마 기지와 푸에르토리코 기지가 폐쇄된 이후 온두라스 기지와 관타나모 기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군사 근거지인 전진작전지역(Forward Operating Locations, FOL) ─ 이후 안보협력대상지역(Cooperative Security Locations, CSL)으로 이름을 바꿨다 ─ 이 10년 기한으로 설치됐다. 이들은 에콰도르의 만타1)와 네덜란드 령 앤틸리스 제도(아루바 섬과 쿠라사오 섬), 살바도르에 배치됐다. 사용함에 따라 CSL은 예전 기지들보다 불편함이 더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 또는 이동 레이더망을 통해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 더 유연한 기지들이 등장했다. 선진작전거점(Forward Operating Site)은 더 적은 인력의 전초기지 같은 것이다. 이 모델은 특히 콜롬비아와 페루에 우선적으로 배치됐지만 다른 곳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백악관은 파라과이의 차코에 군사기지 설치를 협상 중이다.
1) 만타기지는 2009년에 계약시한이 만료된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기사입력 : 2008-03-19 18:48:21
최종편집 : 2008-03-20 08:59:24
최종편집 : 2008-03-20 08:59:24
ⓒ르몽드 디플로마티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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