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갑게 건드려 줄 수 있는 시원함이 아쉽다

[리뷰] 극단 '현장' 7조각 테트리스

박범준 객원기자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글자 크기

따갑게 건드려 줄 수 있는 시원함이 아쉽다
“지금 당신은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라고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관객에게 묻던, 극단 현장의 ‘7조각 테트리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작품과 떼어 놓고 나와 관계 지어 생각한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대상이 사람이 되었던 아니면 ‘삶’과 같은 사람이 아닌 추상적인 대상이 되었던, “지금 당신은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라는 물음은 스스로 뒤를 되돌아보고 삶과 사람에 대한 열정을 가지도록 만드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7조각 테트리스’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이며 7개의 이야기들이 ‘사랑’과 ‘열정’이라는 주제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연결되어 있는가라고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노동자들의 현실을 소재로 과연 사랑과 열정이라는 메시지 자체가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7개의 이야기들이 은철과 미영부부를 중심으로 가정과 직장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전개된다고 할지라도 각 시놉시스들은 각각의 조각들에서 주제와 연관지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만남, 결단, 틈, 첫사랑... 으로 이어지는 조각들의 시놉시스에서 보여지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힘겨움과 절망의 연속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들의 삶 속에는 이미 사랑과 애환, 열정의 여러 다른 이름들이 녹아 있다. 7조각에서 보여지는 각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애환은 여러 노동자들의 군상의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삶 속에는 사랑과 열정이 이미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하자, 열정을 갖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시 삶으로 돌아가 고뇌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마치 노동자들이 사랑과 열정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현실이 더욱 고달픈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설령 노동자들이 사랑과 열정을 그들의 삶의 공간인 가정과 작업장에서 잃어버렸다면 왜 그러한 것이며, 무엇 때문인가 라는 질문이 도리어 노동현실과 한국 사회에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등장인물들은,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겪게 되는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랑과 열정은 우리가 삶을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덕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노동의 현실과 아픔을 가장 앞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극단 ‘현장’에서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너무 빗겨서 바라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이러한 우려 중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장 내 갈등이 노-노 갈등의 연장에서 그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앞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그들만의 갈등으로만 비춰 버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노 갈등의 문제가 사랑과 열정을 삶에서 다시 찾는 것으로만 온전히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짚어 내지 않더라도 노-노 갈등의 문제를 노동자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온 것과 같이 이야기하는 구조는 자칫 ‘7조각 테트리스’를 보는 관람객들에게 노동 문제에 대해 편향된 생각과 관점을 심어줄 수 있다.

누구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이 인정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일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 이전에 사실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어디까지를 사실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현실적 문제가 열정과 사랑의 결여가 문제이거나, 또는 문제의 해결 방안이 사랑과 열정의 회복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면 노동현실 문제해결 자체는 온전히 노동자들의 것만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던가.

수많은 극단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문제인 소재와 스토리, 사회적 지원의 결여에 앞서 극단 스스로 현실을 본질적으로 바라보고 따갑게 건드려 줄 수 있는 시원함과 통쾌함이 아쉽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 이윤 획득과 해외 진출만을 주목적으로 하는 단체들과는 다르게 ‘현장’과 같은 극단만이 가능한 것이다.

‘7조각 테트리스’를 통해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런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현실을 극단 ‘현장’이 더욱 끌어안기를 바란다.

컨텐트 링크

민중의소리를 후원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컨텐트 링크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