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후보단일화 가능할까
<월간말>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은 역사적 임무기 때문에 정책과 후보가 다르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
2002년 11월 10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은 19.5%인데 반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5.5%,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22.7%로 나타난 여론조사결과를 보고 후보단일화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후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여론조사 대결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해 2002년 11월 25일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
5년이 지난 2007년 10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옛 발언은 “이명박 후보를 이기는 것이 시대정신”이란 말로 다시 부활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 여의도 정가는 온통 후보단일화 전망으로 들끓고 있다. 5년 전과 다른 점이라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란 용어가 ‘범여권 후보단일화’란 말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반한나라당 진영 내에 다자구도가 형성된 것에도 기인한다.
현재 논의되는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를 진맥하려면 범여권 세력의 지난 10개월을 되돌아보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실 범여권후보단일화란 말은 반 한나라당 진영이 과거보다 세분화되었고, 이들의 단일정당화 시도가 실패함으로써 만들어진 용어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하자 김한길 의원 등 20명이 당을 뛰쳐나온 뒤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민주당을 만들었지만 통합민주당은 ‘통합’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쪼개지게 된다. 이어 김효석·이낙연 등 민주당 안의 일명 ‘대통합파’ 의원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일부 시민사회진영 인사와 손을 잡고 대통합민주신당 깃발을 들어올린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은 방랑하던 김한길 계열 의원들과 당을 해체한 열린우리당을 흡수하며 규모를 키운다. 열린우리당 + 일부 민주당 세력 + 손학규 전 경기지사 + 일부 시민사회진영으로 구성되어 ‘반 한나라당’만을 공통 이해관계로 하는 모호한 정치조직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세력에 휘둘리며 시골마을 사랑방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이를 갈며 대선을 통한 재기를 노리고, 참여정부와 친화력을 보여 온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범여권 후보단일화 풍선이 본격적으로 띄워지게 된다.
흥미로운 현상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도 ‘가치연정’이란 신조어를 사용하며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에 한발 들여놓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의 숨은 속내는 마지막에 살펴보자.
현재 주로 회자되는 범여권 후보단일화 대상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 3명으로 압축된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 장성민 전 의원 등도 반 한나라당이라는 큰 명제에 포함되나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에 의미있게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단일화의 필요조건
선거를 앞둔 정치세력의 연합은 몇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가능하다. 과거 노무현·정몽준 후보와 같이 지지율과 지지계층이 비슷해야 하고, 단일화 효과가 파괴적이어야 하고, 단일화의 목표 또한 뚜렷해야 한다.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를 이 같은 공식에 대입하면 이들의 후보단일화가 결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선 반 한나라당은 87년 민주화항쟁의 승리 이후 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역사를 거치며 이미 검증되고 필요성이 요구되어온 선거전술이다.
이번 대선이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도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 한나라당 정파들이 지금과 같이 각개전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호남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할 것이란 게 객관적 전망이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도 일회용 대선정당이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선거연합을 한 뒤 내년 총선에서 지분나누기를 하는 계산도 각 정파들은 하고 있을 것이다. 후보단일화 시기도 대통령 후보등록일인 11월 25일~26일 이전이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 한나라당 진영의 오랜 수장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보단일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도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을 향해 “대통합을 해야한다”→“대통합이 안 되면 후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단일화해야 한다”→“범여권 후보 문제는 국민 여론을 살펴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세 후보들도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타 후보에 비해 앞선 지지율과 기반으로 단일화 국면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경선기간 중 “후보가 되면 즉시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문 사장을 만나서 명실상부한 100퍼센트 대통합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도 정 후보는 단일화 내용을 두고 △차별없는 성장노선과 한반도 평화노선 등 노선중심의 대연합 △국민의사를 따르는 통합 △일체의 기득권 포기 등 3원칙을 제시했다. 이 중 ‘국민의사를 따르는 통합’은 여론조사나 투표 등의 후보단일화 방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동영 캠프의 노웅래 대변인은 “합당은 아니더라도 이명박 후보를 이기려면 당연히 단일화해야 한다”라며 “심지어는 민주노동당도 연정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마당이지 않냐”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의 단일화 행보는 빨라도 10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들과 치열한 경선을 치룬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우선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내부 준비기간에는 단일화 당사자인 민주당과 문국현 후보 진영을 자극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결을 벌이며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정동영 대세론’을 완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 측은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이인제,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의미있게 나와서 후보단일화가 흥행을 불러일으키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의 정청래 의원은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올라가서 이명박 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 중 단일화가 된다면 정동영 후보로 될 것이라 확신하는가’란 질문에 정 의원은 “그렇게 보고 있다. 대선은 명박 대 동영의 대결로 이어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구상하는 단일화 과정도 ‘최대한 늦게’로 그 시기는 11월 중순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중에는 단일화 시기로 11월 초를 점쳤으나 당선된 이후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진정한 개혁을 이룰 정당과 후보에게 단일후보의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며 “11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국민의 지지를 폭발시켜 민주당 중심의 단일후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호언했다. 이 후보는 반 한나라당 정파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향해서는 “잘 모르겠다. 화장지 만들던 회사 사장님 아닌가” “단일화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치적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당 대 당 통합은 반대하고 있어 후보단일화에 선거연합 수위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밋밋하던 대선 판도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은 후보단일화 승리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문 후보 측의 공식 입장은 “창조한국당 창당 이후 국민의 뜻에 따라 원칙과 가치에 맞는 정치연합을 추진해야 한다”이다. 문국현 캠프의 고원 공보팀장(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단일화하라는 국민적 요구와 압력이 작동할 것”이라며 “아직 우리는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문국현 후보의 비전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캠프는 수평적 단일화보다는 내심 수직적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경선 등의 복잡한 방법보다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타 후보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후보단일화 방법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들도 논의하며 단일화를 준비하고 있다.
후보단일화 방법
그렇다면 반 한나라당 정파들의 후보단일화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질까.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단계별로 진행되기 보다는 한 묶음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유행시킨 이른바 ‘원샷 단일화’다. 단일화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여론조사가 가장 유력시 되고 있으나,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실시한 모바일투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 대상이 세 명인 만큼 각자에게 유리한 방법을 두고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 단일화란 또 한 번의 경선이 세 후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국이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에 무게가 크게 실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외의 복병도 존재한다. 당장 이해찬 후보와 함께한 친노세력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해찬 후보는 “정치를 쪼잔하게 하지 않았다”며 경선패배를 깨끗하게 시인, 대통합민주신당원으로 대선을 치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친노세력이 문국현 지지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이 후보의 경선 선대위원장이었던 유시민 의원도 “당의 후보가 있는 데 어떻게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느냐”면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일부 의원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지만 친노세력 일각에서는 ‘역발상전략’이란 구상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반 한나라당 정파들이 후보단일화를 해도 노무현의 색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 심판, 정권교체’란 대선 프레임을 이미 선점한 상태여서 노무현 색채를 가지고선 절대 승리할 수 없다” 란 두 가지 명제에 긍정하면서 제기됐다.
한마디로 후보단일화를 해도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있고 대선 패배도 받아들인다는 것. 때문에 이런 역발상전략을 구상하는 이들은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문국현 후보를 도와 각개전을 치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가 대선에서 어느 정도 선전만 해도 내년 총선을 힘 있게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각종 의혹들로 인해 휘청거릴 경우 후보단일화는 더더욱 필요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범여권 후보단일화 구도에 ‘가치연정’이란 표현으로 한 발 담그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속내는 어디에 있을까.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가치연정’이란 말을 처음 들고 나온 것은 지난 10월 9일 경희대에서 열린 대학생 강연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권 후보는 “가치를 중심으로 세력을 모으고, 선거를 돌파하겠다”면서, 가치연정의 대상으로는 “누가 이 나라를 바꿀 올바른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범여권은 짐짓 환영하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정동영 후보는 “민주노동당과 두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막바지에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권 후보의 가치연정 발언은 대통합민주신당을 향한 것이 아니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을 향한 것이었다. 권영길 캠프의 문명학 정무특보는 “여권과는 한미FTA, 비정규직 법안, 파병, 국가보안법 등으로 인해 같이 할 수 없음이 이미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를 향한 민주노동당의 연정발언은 아직 그 실체가 없다. 문 특보는 “우리나 문국현 후보 둘 중에 한명이 집권을 하면 연대협력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나가자는 의미의 발언”이라고 가치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말을 던지는 쪽은 ‘너 괜찮은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알아가자’란 의미였지만, 이를 건너편에서 귀동냥한 대통합민주신당은 “연정하자”로 해석을 했다. 대통합신당의 곡해에 민주노동당도 발언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을 즐기는 자세를 취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랜드 투쟁에 함께하면 실체적 연합대상자다” “한미FTA,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과 연정을 할 수 있다”며 범여권과의 차별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즉 언론사에서 민주노동당을 범여권으로 포함시켜 후보단일화 기사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민주노동당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2002년 11월 10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은 19.5%인데 반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5.5%,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22.7%로 나타난 여론조사결과를 보고 후보단일화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후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여론조사 대결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해 2002년 11월 25일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
5년이 지난 2007년 10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옛 발언은 “이명박 후보를 이기는 것이 시대정신”이란 말로 다시 부활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 여의도 정가는 온통 후보단일화 전망으로 들끓고 있다. 5년 전과 다른 점이라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란 용어가 ‘범여권 후보단일화’란 말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반한나라당 진영 내에 다자구도가 형성된 것에도 기인한다.
현재 논의되는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를 진맥하려면 범여권 세력의 지난 10개월을 되돌아보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실 범여권후보단일화란 말은 반 한나라당 진영이 과거보다 세분화되었고, 이들의 단일정당화 시도가 실패함으로써 만들어진 용어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하자 김한길 의원 등 20명이 당을 뛰쳐나온 뒤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민주당을 만들었지만 통합민주당은 ‘통합’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쪼개지게 된다. 이어 김효석·이낙연 등 민주당 안의 일명 ‘대통합파’ 의원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일부 시민사회진영 인사와 손을 잡고 대통합민주신당 깃발을 들어올린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은 방랑하던 김한길 계열 의원들과 당을 해체한 열린우리당을 흡수하며 규모를 키운다. 열린우리당 + 일부 민주당 세력 + 손학규 전 경기지사 + 일부 시민사회진영으로 구성되어 ‘반 한나라당’만을 공통 이해관계로 하는 모호한 정치조직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세력에 휘둘리며 시골마을 사랑방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이를 갈며 대선을 통한 재기를 노리고, 참여정부와 친화력을 보여 온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범여권 후보단일화 풍선이 본격적으로 띄워지게 된다.
흥미로운 현상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도 ‘가치연정’이란 신조어를 사용하며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에 한발 들여놓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의 숨은 속내는 마지막에 살펴보자.
현재 주로 회자되는 범여권 후보단일화 대상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 3명으로 압축된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 장성민 전 의원 등도 반 한나라당이라는 큰 명제에 포함되나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에 의미있게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단일화의 필요조건
선거를 앞둔 정치세력의 연합은 몇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가능하다. 과거 노무현·정몽준 후보와 같이 지지율과 지지계층이 비슷해야 하고, 단일화 효과가 파괴적이어야 하고, 단일화의 목표 또한 뚜렷해야 한다.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를 이 같은 공식에 대입하면 이들의 후보단일화가 결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선 반 한나라당은 87년 민주화항쟁의 승리 이후 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역사를 거치며 이미 검증되고 필요성이 요구되어온 선거전술이다.
이번 대선이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도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 한나라당 정파들이 지금과 같이 각개전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호남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할 것이란 게 객관적 전망이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도 일회용 대선정당이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선거연합을 한 뒤 내년 총선에서 지분나누기를 하는 계산도 각 정파들은 하고 있을 것이다. 후보단일화 시기도 대통령 후보등록일인 11월 25일~26일 이전이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 한나라당 진영의 오랜 수장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보단일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도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을 향해 “대통합을 해야한다”→“대통합이 안 되면 후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단일화해야 한다”→“범여권 후보 문제는 국민 여론을 살펴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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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정동영 후보는 단일화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의 단일화 행보는 빠르면 10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월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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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들도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타 후보에 비해 앞선 지지율과 기반으로 단일화 국면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경선기간 중 “후보가 되면 즉시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문 사장을 만나서 명실상부한 100퍼센트 대통합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도 정 후보는 단일화 내용을 두고 △차별없는 성장노선과 한반도 평화노선 등 노선중심의 대연합 △국민의사를 따르는 통합 △일체의 기득권 포기 등 3원칙을 제시했다. 이 중 ‘국민의사를 따르는 통합’은 여론조사나 투표 등의 후보단일화 방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동영 캠프의 노웅래 대변인은 “합당은 아니더라도 이명박 후보를 이기려면 당연히 단일화해야 한다”라며 “심지어는 민주노동당도 연정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마당이지 않냐”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의 단일화 행보는 빨라도 10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들과 치열한 경선을 치룬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우선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내부 준비기간에는 단일화 당사자인 민주당과 문국현 후보 진영을 자극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결을 벌이며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정동영 대세론’을 완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 측은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이인제,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의미있게 나와서 후보단일화가 흥행을 불러일으키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의 정청래 의원은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더 올라가서 이명박 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 중 단일화가 된다면 정동영 후보로 될 것이라 확신하는가’란 질문에 정 의원은 “그렇게 보고 있다. 대선은 명박 대 동영의 대결로 이어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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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구상은 \'최대한 늦게\'다. ⓒ이인제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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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제 의원실 제공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구상하는 단일화 과정도 ‘최대한 늦게’로 그 시기는 11월 중순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중에는 단일화 시기로 11월 초를 점쳤으나 당선된 이후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진정한 개혁을 이룰 정당과 후보에게 단일후보의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며 “11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국민의 지지를 폭발시켜 민주당 중심의 단일후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호언했다. 이 후보는 반 한나라당 정파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향해서는 “잘 모르겠다. 화장지 만들던 회사 사장님 아닌가” “단일화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치적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당 대 당 통합은 반대하고 있어 후보단일화에 선거연합 수위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밋밋하던 대선 판도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은 후보단일화 승리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문 후보 측의 공식 입장은 “창조한국당 창당 이후 국민의 뜻에 따라 원칙과 가치에 맞는 정치연합을 추진해야 한다”이다. 문국현 캠프의 고원 공보팀장(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단일화하라는 국민적 요구와 압력이 작동할 것”이라며 “아직 우리는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문국현 후보의 비전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캠프는 수평적 단일화보다는 내심 수직적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경선 등의 복잡한 방법보다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타 후보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후보단일화 방법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들도 논의하며 단일화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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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우선 비전과 가치관을 알리며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월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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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방법
그렇다면 반 한나라당 정파들의 후보단일화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질까.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단계별로 진행되기 보다는 한 묶음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유행시킨 이른바 ‘원샷 단일화’다. 단일화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여론조사가 가장 유력시 되고 있으나,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실시한 모바일투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 대상이 세 명인 만큼 각자에게 유리한 방법을 두고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 단일화란 또 한 번의 경선이 세 후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국이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에 무게가 크게 실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외의 복병도 존재한다. 당장 이해찬 후보와 함께한 친노세력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해찬 후보는 “정치를 쪼잔하게 하지 않았다”며 경선패배를 깨끗하게 시인, 대통합민주신당원으로 대선을 치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친노세력이 문국현 지지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이 후보의 경선 선대위원장이었던 유시민 의원도 “당의 후보가 있는 데 어떻게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느냐”면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일부 의원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지만 친노세력 일각에서는 ‘역발상전략’이란 구상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반 한나라당 정파들이 후보단일화를 해도 노무현의 색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 심판, 정권교체’란 대선 프레임을 이미 선점한 상태여서 노무현 색채를 가지고선 절대 승리할 수 없다” 란 두 가지 명제에 긍정하면서 제기됐다.
한마디로 후보단일화를 해도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있고 대선 패배도 받아들인다는 것. 때문에 이런 역발상전략을 구상하는 이들은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문국현 후보를 도와 각개전을 치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가 대선에서 어느 정도 선전만 해도 내년 총선을 힘 있게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각종 의혹들로 인해 휘청거릴 경우 후보단일화는 더더욱 필요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범여권 후보단일화 구도에 ‘가치연정’이란 표현으로 한 발 담그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속내는 어디에 있을까.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가치연정’이란 말을 처음 들고 나온 것은 지난 10월 9일 경희대에서 열린 대학생 강연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권 후보는 “가치를 중심으로 세력을 모으고, 선거를 돌파하겠다”면서, 가치연정의 대상으로는 “누가 이 나라를 바꿀 올바른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범여권은 짐짓 환영하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정동영 후보는 “민주노동당과 두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막바지에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권 후보의 가치연정 발언은 대통합민주신당을 향한 것이 아니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을 향한 것이었다. 권영길 캠프의 문명학 정무특보는 “여권과는 한미FTA, 비정규직 법안, 파병, 국가보안법 등으로 인해 같이 할 수 없음이 이미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를 향한 민주노동당의 연정발언은 아직 그 실체가 없다. 문 특보는 “우리나 문국현 후보 둘 중에 한명이 집권을 하면 연대협력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나가자는 의미의 발언”이라고 가치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말을 던지는 쪽은 ‘너 괜찮은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알아가자’란 의미였지만, 이를 건너편에서 귀동냥한 대통합민주신당은 “연정하자”로 해석을 했다. 대통합신당의 곡해에 민주노동당도 발언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을 즐기는 자세를 취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랜드 투쟁에 함께하면 실체적 연합대상자다” “한미FTA,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과 연정을 할 수 있다”며 범여권과의 차별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즉 언론사에서 민주노동당을 범여권으로 포함시켜 후보단일화 기사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민주노동당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7-10-26 10:33:38
- 최종편집: 2007-10-31 09: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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