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전쟁도 대신한다

<월간말>민간군사기업은 무엇인가

임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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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

전쟁은 국가가 일으키는 것이지만 싸우는 것까지 국가가 할 필요는 없다. 돈만 주면 대신 총을 들고 나가 싸워주고, 그러다 죽어도 돈으로 보상해주면 되는 민간 전쟁용역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라크에서 미국의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USA' 직원들이 민간인을 무차별 사격해 현장에서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PMC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돈을 받고 병력을 제공하는 PMC의 역사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철저히 비밀리에 거래되어왔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 살상 등 문제를 일으켜도 일반인들은 그 실상을 알기 어려웠다.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이란 말 그대로 어느 한 국가에 속하지 않고 개인 소유의 군인들로 조직된 단체이다. 이들은 이념과 국익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며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군사 단체다.

현재 미국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수백 개 PMC가 활동 중이며 이들은 작게는 요인 경호 업무에서 시작해 크게는 병력과 화기를 갖추고 전투에도 참여한다. 이들의 활동 범위는 군수물자 수송, 군사훈련 지도 등 한 국가의 정규군 못지않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라크 민간인 무차별 살인 사건은 지난 9월 16일 미국대사관 직원이 탄 차량이 바그다드 서부 니수르 광장을 지나면서 발생했다. 미국 대사관 차량이 폭탄 공격을 받자 대사관 직원의 경호 업무를 맡고 있던 미국 PMC ‘블랙워터USA’ 요원들이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광장에 있던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격, 이라크 민간인 1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한 참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사건 다음 날인 9월 17일 블랙워터USA의 사업면허를 취소하고 이 업체를 추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틀 뒤인 19일 이라크 내무부의 압둘 카림 칼리프 대변인은 “블랙워터USA의 면허 취소를 원치 않는다”며 꼬리를 내렸다. 미국에 의해 세워진 것이나 다름없는 현 이라크 정부에 이번에도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돈만 주면 전쟁도 대신한다
  •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블랙워터\'의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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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PMC에 대해서는 이라크전 발발 이후 2003년 6월 미군 주도의 임시행정처(CPA) 훈령에 따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민간기업을 이라크 사법기관이 처벌할 수 없다’는 면책권이 부여되어 있는 상태다. 이는 이라크 정부가 구성된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어 사실상 PMC에 대해 이라크가 사법권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 PMC의 활동은 치외법권 하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자국민을 무차별 살해한 블랙워터 USA를 이라크 정부가 손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미국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블랙워터USA는 2005년부터 이라크에서 195건의 총격사건에 연루됐고 이중 84%는 업체 직원이 먼저 발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PMC는 60여 업체 10만여 명에 이른다. 이는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15만여 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로, 이 때문에 ‘PMC가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실질적 세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PMC의 성장사는 최근 미국의 전쟁사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1973년 미국이 징병제를 철폐하면서 탄생한 PMC는 1991년 PMC 인력 1만여 명이 걸프전에 참전하는 것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1994년 이후 현재까지 12개의 자국 PMC와 총 3,601건의 계약을 체결해왔고, 이들에게 지불된 대가는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

PMC가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은 냉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축이 이루어지면서 군 업무 능력이 떨어지게 됐고, 소규모 분쟁이 유행처럼 번진 반면 정부 기능의 아웃소싱 바람으로 군사업무를 PMC에 맡기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PMC가 정치 외교적 문제를 덜 일으키는 데다 의회와 여론의 감시를 받지 않아 국내 정치적 부담도 적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있어 각국 정부가 PMC 사업을 키우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에 주목을 받은 블랙워터는 미 해병대 출신 게리 잭슨이 1998년에 설립했다. 블랙워터는 그린베레(Green Beret), 레인저(Ranger), 델타포스(Delta Force), 네이비 실(Navy Seal) 등 대부분 미 특수부대 전역자들을 채용, 시가전과 테러 진압 등 미군 특수작전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PMC 중 블랙워터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고객의 입맞대로 맞춤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무의 위험도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액 연봉이 보장되는 곳이다.
연봉은 특수 임무의 경우 10만 달러에 이르며 정규군 복무 때보다 2~3배 높아 일당은 평균 400∼600달러(약 36만∼54만 원) 정도에 이른다. 제3세계의 특수부대 요원들에게도 PMC는 매력적인 직장으로 선호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블랙워터USA 측이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추종하던 전직 칠레 장교 1,000여 명을 모집해 이라크에 배치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돈만 주면 전쟁도 대신한다


사람의 생명을 대가로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PMC는 많은 도덕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라크의 경우 인종 전시장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국적의 전쟁회사 용병들이 전쟁 특수를 노리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국가에 의해 훈련된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윤리 의식도 상대적으로 낮아, 민간인 학살이나 전쟁 범죄를 저질러도 전시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제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용병회사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스(Executive Outcomes)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반정부군 혁명연합전선(RUF)을 진압한 과정은 거의 학살에 가까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PMC가 수행하는 작전은 사상자 통계도 정확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같은 PMC를 미국 정부가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이 전장에서 사망하더라도 공식적인 사망자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2천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부상당했다는 공식 통계가 나와 있지만, PMC 직원이 얼마나 희생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일반병들의 근무기피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확산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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