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달성도 비관적이다”

[인터뷰] 김상조 한성대 교수

인터뷰=채희병 편집국장·정리=정웅재 기자·사진=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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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경제가 위기라는데 토를 다는 이는 없다. 다만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진단이 다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이다. 얼마 전 ‘MBC 100분토론’ <촛불 속 한국경제, 위기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과)는 “‘비용편익분석’ 관점에서 봤을 때 일방적으로 비용만을 상정해 혹세무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금융불안이란 대외적 요인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 판단 오류라는 대내적 요인이 겹치면서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 ‘3차 오일쇼크’ ‘제2의 IMF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반면 정부가 위기론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김상조 한성대 교수

=한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경제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언제나 기득권 세력 또는 정부였다. 이번 경제위기론은 정부가 너무 빨리 주도적으로 꺼냈다. 현실의 어려움을 대통령이 과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두 달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론을 꺼냈는데, 임기 초반 MB노믹스의 거창한 아젠다들은 많은데 너무 불리한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조성되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성급함이 위기론을 꺼낸 이유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미 위기가 과장이 아닌 실제적 어려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전 정부도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대란 등이 터지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었다. 그때 위기론을 꺼낸 것은 조중동과 재계였다. ‘1만달러의 덫’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장기침체’ 등의 주장을 꺼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부정발언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정부와 재계가 한 목소리로 위기론을 꺼내고 있는데 경제현실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지배세력이 갖고 있는 초조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말씀하신대로 경제위기가 과장이 아니다. 국민들은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금융불안의 직간접적 효과가 굉장히 크다. 금융시장이 세계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불안이 아시아에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불안이 가중되면 달러화 불신을 가져오니까 원유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유가급등 상황이 단기적으로 안정화될 것 같지 않다. 이것이 한국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세계금융시장 불안과 유가급등은 전 세계 공통의 환경인데, 우리 경제 상황이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 경제환경 악화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 판단 오류가 겹치면서 더욱 증폭된 것이다. 현재 경제의 어려움을 오일쇼크형 위기라고만 보기 어렵다. 국내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 판단의 오류까지 겹치면서 IMF 환란형 위기로 보는 것이 맞다.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 노동자 배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전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런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노선에 너무 경도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가 너무나 신자유주의적이다. 이것이 국민들의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임기전에 끌어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는 5년동안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정책기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만 한국경제 미래를 위해서 그나마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정책을 집행하는 스케쥴을 좀더 천천히 가게 만들고, 과정 하나하나마다 이해당사자와 사회적 대화를 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안이 아닌가 한다. 한편, 진보정권만 개혁과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정권의 역할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말로는 법과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일반 민주적인 과제에 충실하는 것, 법치주의, 이게 보수정권의 기본적인 과제다. 한 사회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유주의적 인프라가 있는데, 우리사회는 이것이 너무 부족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예컨대, 촛불소녀들이 신자유주의적 병폐를 알고 나온 것이 아니지 않나.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보인 터무니없는 권위주의적 태도에 반발해서 나온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5년간 보수정부로서의 역사적 소명을 다 하고자 한다면 본인 입으로 강조했던 법과 원칙, 일반민주주의 과제에 충실하고, 신자유주의적 과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서 실행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게 촛불집회의 뜻이다.

-촛불집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부는 촛불집회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관점에서 봤을때, 일방적으로 비용만을 상정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민영화를 일정대로 밀어붙이면 거기서 파생되는 비용이 있을 것이다. 반면, 이것이 뒤집어지면 국민경제가 얻는 이익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2학기에 통계학을 가르치는데 이런식의 주장이야말로 통계학이 혹세무민하고 곡학아세하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경영연구원에서 해외의 펀드매니저 23명을 설문조사해 오늘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촛불집회를 보고 투자 의향이 변했냐’고 물었더니, 전혀 변화가 없다는 답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회사의 매니저들에게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만약 촛불집회 때문에 투자 포지션을 바꾸는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한국을 모르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일을 발생시킨 이명박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경기하강을 보면 거시지표보다 서민체감경기가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른바 스테그플레이션의 초기단계다. 아직 임금근로자에게 충격이 오지는 않았지만, 바로 충격을 받는게 자영업자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인구의 32%가 자영업자다. 전 세계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이렇게 높은 나라가 없다. 미국, 영국 등은 10% 미만이고, 굉장히 높은 일본의 경우도 14∼15%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대부분은 음식업, 숙박업, 도소매업 등 생계유지형 자영업자다. 이분들은 보다 나은 일자리로 전직할 수 있는 직업훈련의 기회 자체가 없는 분들이다. 대부분 나이가 40∼50대다. 자영업자내 소득의 양극화가 임금근로자 양극화보다 훨씬 심하다. 경기침체가 오면 이들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다. 시청과 종로 주변의 상인들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송을 내겠다고 하는 게 타겟을 잘 못 잡은 것이긴 하지만 그 분들이 그렇게 절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 없애고 재벌위주의 성장을 하면 이것이 해결되냐.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자영업자까지 (성장의 혜택이)가려면 너무나 많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연결될 수도 없다. 재벌의 선도적 성장 전략이 트리클 다운(trickle-down, 대기업이나 부유층을 잘 살게 하면 넘쳐나는 부유함이 일반 서민에게도 골고루 나누어져 전체적인 경기 부양이 된다는 것 - 편집자주)되는 모델은 작동할 수 없는 낡은 모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노동자가 파업하면 노사관계 악화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정부는 책임을 전가한다.

=보수진영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불과하다. 촛불집회와 같은 국민의 다이나믹스, 또는 민족주의적 성향, 또는 전투적 노사관계는 외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한국적 정서다. 어느 특정시기에 일어나는 촛불집회나 노사분규 때문에 경제가 추락한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바보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저한테 전화를 하는데 그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게 론스타 문제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줄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로 보고 있다. 론스타 문제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한국정부가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는 것 때문에 훨씬 더 한국을 불신하고, 한국에 투자를 망설인다. 촛불집회와 노사분규는 이미 알려진 상수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 목표를 6%에서 4.7%로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상승세 차단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이 제일 많이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전망인데, 4.7%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주 금통위 회의 후 한은총재가 하반기 물가전망을 5% 안팎으로 봤다. 단,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다. 이런 물가전망하에서 4.7% 경제성장 목표를 낸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공공요금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그럼 4.7% 달성은 어려워진다. 비관적으로 본다.
물론 부동산 경기 되살리는 방법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나라 망하는 길이다. 대통령이 성장률 목표치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는 신호를 시장에 확실히 보낼때만이 나머지 임기 3년동안 뭘 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안정을 얘기하지만 성장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는 결정적인 이유가 강만수 장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고 당선이 돼서 성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다. ‘솔직히 7% 성장 약속했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1∼2년동안 정말 실망스런 숫자를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면 이것 때문에 이명박 아웃이라고 소리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이명박 아웃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중기적으로는 시장의 규율을 강화하고 재벌의 지배남용을 막을 수 있는 투명한 시장규율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건전한 규율을 만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 높이려면 인적투자밖에 없다. 교육정책과 노동시장정책이 결부된 문제다.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적인 대책이다.
단기적인 정책에 대해 얘기하면, 정부가 단기정책으로 쓸 수 있는게 환율, 금리, 재정 3가지다. 환율정책은 외환보유고를 동원해서 1천원 수준에서 묶어두고 싶은 것 같다. 1천원 수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지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고, 환율을 1천원 밑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물가상승압력을 얼마나 묶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결국 금리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율정책은 너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막는 미세조정에 그쳐야지 정부가 추세를 되돌리는 환율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렇게 개방된 환경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재정정책인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균형재정의 신화에 빠져 있다. 재정은 매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재정구조가 가장 건전한 회원국이다. 경제가 이렇게 곤두박질치는데 재정을 동원해서 취약계층을 돕는 것은 기본이다. 스테그플레이션에 의해 직접적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을 타겟팅하는 보다 중장기적인 사회보장제도로 연결되는 재정확대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감세를 꺼내는 것은 넌센스다. 감세가 법인세와 소득세를 깎아주는 건데 미국과 영국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정리하면, 환율정책의 효과도 제한적이고 재정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하는 지출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막아주는 안전판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은 금리정책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당분간 안정기조로 확실하게 간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려면 강만수 장관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 인수위 시절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 근처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결같은 목소리가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올드보이를 기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강만수 장관은 올드보이의 대표주자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굉장히 순수하고 신념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체해야 하는 이유는 그는 지난 10년동안 세계경제, 한국경제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강 장관이 있는 한 시장은 정부가 지금 쇼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식의 경제안정정책을 가져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벌에 집중된 한미FTA 같은 급격한 개방정책에 목숨거는 방식보다는 시장의 책임과 규율을 강화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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