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의 침습
[데스크 칼럼]
촛불 시위로 촉발된 이명박 정부의 위기는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개편만 놓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 가족의 측근과 교수들이 주축을 이뤘던 1기에 비해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뉴라이트 인사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관료와 정치인들이 진출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고려대를 나오지 않고, 영남 출신이 아니며, 재산이 남들에 비해 많지 않은 ‘이명박 편’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꾸준히 공직에 있었던 탓에 부도덕한 축재나 구설수를 꺼릴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청와대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자연스럽다.
특이한 것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진출이다. 정인철, 홍진표씨 등이 그들인데, 연배나 경력으로 보아 수석 자리를 맡기는 어려웠을 이들이 ‘수석 없는’ 비서관 자리에 임명된 것은 이채롭다. ‘물이 스며들어 젖는[浸濕]’ 식으로 요직에 진출한 셈이다.
이 정부 초기만 해도 뉴라이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에 의해 따돌려졌다. 어찌되었건 과거 행적이 수상하다는 것이요, 굳이 사람이 넘치는 데 흠 있는 사람을 쓸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신지호씨 이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운동권’ 경력은 흠이지 자랑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이 대대적으로 번지면서 상황은 좀 바뀌었다. 우선 정치를 좀 아는 젊은 사람이 필요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잠재적 정치엘리트들의 절대 다수는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지금 40대 중후반이 되면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면 이른바 ‘386’을 빼놓으면 거의 없다. ‘386’의 다수가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향 386’으로 이루어진 뉴라이트만 남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뉴라이트 기용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전향 386’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선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한국판 ‘네오콘’이 되는 경우다. 사실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는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우선 이들은 모두 ‘망명자’다. 신지호, 정인철, 홍진표씨 등의 화려한 전향경력이야 더 거론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링크리스톨, 진 커크패트릭, 다니엘 벨 등 네오콘들도 극좌에서 전향한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쫏겨난 사람들은 특유의 공격성과 보상심리, 그리고 새로운 정착지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 마련이다. 네오콘, 특히 유대인 출신 네오콘이 이라크 전쟁의 배후 조종자였던 것처럼 한국의 뉴라이트는 진보운동이나 북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꾸준히 기득권을 지키고 있었던 보수 인사들이 이들 ‘전향자’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견제를 계속한다면 이런 ‘망명자 정서’는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네오콘과 뉴라이트가 모두 근본적으로 대중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물론 네오콘은 미국의 보수주의 전통 위에 서 있으므로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뉴라이트는 스스로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포퓰리즘을 경멸해 왔다. 뉴라이트는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찬성표를 던지자 이는 포퓰리즘에 굴복한 것이라면서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이 최근의 촛불시위에 대해 어떤 입장일 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책상물림’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인사들 중에는 전쟁을 실제 치러본 사람이 적었다.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뉴라이트도 그렇다. 이번에 청와대에 들어간 인사들의 실제의 정책경험이 남들보다 더 있거나, 시민사회쪽 네트워크가 더 넓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이들은 자신의 이념에 기초해 일관성있게 사회경제문제를 다뤄왔는데, 이런 ‘비실용적’ 일관성이 현실과 충돌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부시 행정부를 하이재킹(hijacking)한 네오콘이 결국 실각하는 데는 5년 이상이 걸렸다. 그 사이 미국은 이라크의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갔고, 부시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정권이었던 레이건 전 대통령에 비해 형편없는 평가속에서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미국의 보수정권과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되는 뉴라이트의 침습을 보면서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의 불행한 결합을 떠올리는 것은 기우만은 아닐 것같다.
(덧붙임) 이번 호를 끝으로 저는 데스크의 자리에서 내려올 예정입니다. 『말』이 어려웠던 시기에 부족한 솜씨로 ‘책상’을 맡아 이럭저럭 22년의 전통을 지켜냈다는 것이 송구하지만 저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안이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편집진이 더 나은 월간『말』로 찾아뵐 것을 믿으면서 그 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이한 것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진출이다. 정인철, 홍진표씨 등이 그들인데, 연배나 경력으로 보아 수석 자리를 맡기는 어려웠을 이들이 ‘수석 없는’ 비서관 자리에 임명된 것은 이채롭다. ‘물이 스며들어 젖는[浸濕]’ 식으로 요직에 진출한 셈이다.
이 정부 초기만 해도 뉴라이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에 의해 따돌려졌다. 어찌되었건 과거 행적이 수상하다는 것이요, 굳이 사람이 넘치는 데 흠 있는 사람을 쓸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신지호씨 이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운동권’ 경력은 흠이지 자랑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이 대대적으로 번지면서 상황은 좀 바뀌었다. 우선 정치를 좀 아는 젊은 사람이 필요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잠재적 정치엘리트들의 절대 다수는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지금 40대 중후반이 되면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면 이른바 ‘386’을 빼놓으면 거의 없다. ‘386’의 다수가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향 386’으로 이루어진 뉴라이트만 남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뉴라이트 기용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전향 386’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선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한국판 ‘네오콘’이 되는 경우다. 사실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는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우선 이들은 모두 ‘망명자’다. 신지호, 정인철, 홍진표씨 등의 화려한 전향경력이야 더 거론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링크리스톨, 진 커크패트릭, 다니엘 벨 등 네오콘들도 극좌에서 전향한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쫏겨난 사람들은 특유의 공격성과 보상심리, 그리고 새로운 정착지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 마련이다. 네오콘, 특히 유대인 출신 네오콘이 이라크 전쟁의 배후 조종자였던 것처럼 한국의 뉴라이트는 진보운동이나 북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꾸준히 기득권을 지키고 있었던 보수 인사들이 이들 ‘전향자’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견제를 계속한다면 이런 ‘망명자 정서’는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네오콘과 뉴라이트가 모두 근본적으로 대중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물론 네오콘은 미국의 보수주의 전통 위에 서 있으므로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뉴라이트는 스스로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포퓰리즘을 경멸해 왔다. 뉴라이트는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찬성표를 던지자 이는 포퓰리즘에 굴복한 것이라면서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이 최근의 촛불시위에 대해 어떤 입장일 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책상물림’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인사들 중에는 전쟁을 실제 치러본 사람이 적었다.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뉴라이트도 그렇다. 이번에 청와대에 들어간 인사들의 실제의 정책경험이 남들보다 더 있거나, 시민사회쪽 네트워크가 더 넓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이들은 자신의 이념에 기초해 일관성있게 사회경제문제를 다뤄왔는데, 이런 ‘비실용적’ 일관성이 현실과 충돌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부시 행정부를 하이재킹(hijacking)한 네오콘이 결국 실각하는 데는 5년 이상이 걸렸다. 그 사이 미국은 이라크의 수렁속으로 빠져들어갔고, 부시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정권이었던 레이건 전 대통령에 비해 형편없는 평가속에서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미국의 보수정권과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되는 뉴라이트의 침습을 보면서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의 불행한 결합을 떠올리는 것은 기우만은 아닐 것같다.
(덧붙임) 이번 호를 끝으로 저는 데스크의 자리에서 내려올 예정입니다. 『말』이 어려웠던 시기에 부족한 솜씨로 ‘책상’을 맡아 이럭저럭 22년의 전통을 지켜냈다는 것이 송구하지만 저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안이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편집진이 더 나은 월간『말』로 찾아뵐 것을 믿으면서 그 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7-01 17:52:42
- 최종편집: 2008-07-01 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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