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정국의 서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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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반대' 촛불시위가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공안정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딱 두 달 반 만이다.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세력은 '광우병 괴담'을 운운하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어이없는 근거를 내세운 색깔공세까지 곁들이고 있다. 청와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 중이다. 경찰과 검찰은 '광우병 괴담'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문자 발신자를 추적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촛불시위 참가 학생을 '색출'하기 위해 장학사와 교사가 이미 시위현장에 떴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회의가 열렸다.

병 걸린 소를 팔아먹고 광우병 공포를 일으킨 장본인 미국 정부까지 거들었다. 미 농무부가 해명에 나섰고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까지 나서서 ‘문자메시지 불신론’을 들먹였다. 마침내 이명박 정부의 국무총리가 나섰다. 한승수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불법집회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군사정권시절에 지긋지긋하게 목격한 장면이다. 이쯤 되면 공안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에 몰린 군사정권의 국무총리들이 TV에 나와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허위사실 유포', '법과 원칙', '엄정 대처'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국민을 협박했던 군사독재정권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다.

인터넷의 편리성, 익명성을 이용해 어느 한 개인이나 특정세력을 근거 없이 모함하고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인터넷을 통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촛불문화제 참여를 호소하는 활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국민의 의사 표시이며,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대미굴욕협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정당한 국민의 권리이다.

만약 인터넷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국민이 제기하고 비판하지 않았다면 과연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지금처럼 걱정이나 했겠는가. 검역주권을 포기한 굴욕적인 협상에 대해 제기하지 않았다면 허울 좋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한 정부가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돌아보기나 했겠는가.

광우병과 정부를 반대하는 문자메시지, 인터넷 활동, 촛불문화제 참여 호소 등을 한다고 해서 국민을 처벌하고 단속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유언비어 날조 유포죄’는 이미 20여 년 전에 폐지되었다. 광우병을 반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허위사실 유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촛불문화제 참여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당사자는 바로 이명박 정부 자신이다. 광우병 우려뿐만이 아니다. 체포 전담반 부활, 테이저건 사용, 시위 예상자 사전 검거, 참가자 즉결 심판 강화, 경찰의 면책권 보장 등의 조치를 발표하고,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한 정치사찰을 감행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또 집시법 개악을 시도하고, 국정원의 간첩·보안사범 수사 강화, 기무사 대통령 대면보고 부활 등도 군사독재정권이 구사한 공포정치 수단이다. 이명박 정부의 구시대적 발상을 보면서 우려를 금치 못하겠다.

경경 대응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 정당성 없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공안정국을 조성했지만 정상적으로 정권을 유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위기를 탈출하고 싶다면 공안정국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철회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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