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권 잡으니 본색 드러난다”

[월간 말_인터뷰]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고진화 의원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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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올해 만우절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위원장:인명진)는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에 대해 제명결정을 내렸다.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타당 후보를 도왔다는 것이 구체적 제명 결정 사유였다. 공천 탈락에 이어 제명 결정 처분까지 당한 고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한마디로 만우절 제명입니다, 정치는 코메디라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이 고 의원의 항변이다.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이 내려진지 10일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진화 의원을 만났다. 그 사이 18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됐고, 결과는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 299석의 과반을 약간 넘는 153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끝났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공천 탈락과 제명 결정 처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에 앞서 총선에 대한 고 의원의 평가를 들어봤다. 고 의원은 “이번 총선은 정책 노선의 대결에 의존하지 않은 후진적 정치행태를 보인 선거”라며 “그 결과는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투표에 참여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걸로 인해서 지금 한나라당이 과반을 약간 넘는 의석을 형성했는데, 그러한 조건 속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들은 최선의 답을 찾으려고 했던 선거였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게 나타났던 총선입니다”라고 총평했다.
고 의원은 이번 총선의 특징을 정치개혁의 실패(공천파동, 지역구도의 부활), 그로 인한 정치적 무관심, 통합민주당의 대안부재 등 3가지로 분석했다. “이제까지 정치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정경유착 구조를 해체하는 것,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가장 문제되었던 지역구도의 타파와 정치의 투명화, 또 노선과 정책 경쟁을 중심으로 한 정치, 이런 것들이 정치개혁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들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 전체가 반성 없이 상황을 전개했다고 봅니다.” 고 의원이 정치개혁 후퇴의 예로 든 것이 바로 공천 파동과 지역구도의 부활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각 당의 공천 작업은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공천과정입니다. 전혀 원칙과 제도화된 틀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공천이었기 때문에 밀실공천, 계파공천, 형님공천, 오빠공천 별 이야기가 다 나온 겁니다”라며 공천 과정을 혹평했다. 또한 “새로운 인물로 많이 바뀌었지만 지역구도 타파가 3김 씨 이후 정치개혁의 중요한 화두였지만 결국 그 부분이 굉장히 강화된 형태로 나타났고 본질에 있어서 변함이 없는 등장이었습니다”라고 더 완강해진 신(新)지역구도를 맹렬히 비난했다.
이러한 정치개혁의 실패가 곧바로 국민들의 싸늘한 정치혐오증으로 발전했고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고 의원의 주장이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주문한 고 의원은 이러한 정치개혁 실패로 인한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정경유착 구조의 부활과 돈이 중심이 되는 정치, 정치 신인들이나 미래지향적인 컨텐츠를 가지고 정치를 리드해야 할 주체들이 기성의 기득권 정치에 휘둘릴 가능성을 굉장히 높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시절 90%의 지지도였던 한나라당이 총선 직전 40%에도 못 미치는 지지도로 떨어졌고 초기 200석에서 220석을 이야기하던 것에서 봤을 때 한나라당은 국민으로부터 말 그대로 옐로카드를 확실히 받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많은 이슈가 던져지고 실정이 펼쳐졌음에도 그것을 자기네 관점과 정책적 대안으로 국민들을 자기네 편으로 가져가지 못한 야당 역시도 근본적인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대안 부재와 비전 제시 부족 또한 문제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결국 정치 개혁의 과제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는 세력이 생존하고 앞으로 살아남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해 지속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지역주의는 계파공천을 통해 구체화됐다

이번 총선 전 각 당은 공천 잡음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고 의원은 “3김 이후 정치질서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하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총선 결과로 보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지역주의, 계파주도의 지역주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공천과정은 그것을 예비했던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한국사회에 펼쳐졌다는 것에 대해 저를 포함해 정치했던 분들이 아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해 공천과정이 결국 지역주의로 흐르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고 의원은 “국민의 민심과 거리가 있는 소수의 권력 주도자들이 나라를 망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봤지만 이러한 공천이 21세기에 나타날 수도 있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입니다”라며 “10년간 야당을 하면서 갑자기 권력을 잡은 것에 취해서 이 양반들이 아주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한 행위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고 말해 공천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실세 이방호 전 사무총장, 이재오 의원, 이상득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고 의원은 알다시피 지난 당내 대선 경선에 출마해 생명, 평화, 행복의 시대정신을 주장하며 당내 개혁세력의 존재를 곳곳에 알렸었다. 어떤 계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던 자신이 공천에서 탈락한 고 의원은 “개인적으로 그 사람들이 고진화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이나 시대변화에 대한 해석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할 수는 없습니다”라면서도 “차떼기 당에서부터 수구꼴통당이니 딴나라당, 전쟁불사당이니 하는 것들이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민심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지난한 과정이 있었는데, 이 과정의 성과로 정권을 잡고는 사감과 개인적 성취욕에 들떠서 이 모든 과정을 잊어버리고 권력을 독식해서 자신들의 개인적인 야망을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까?”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이런 와중에 고 의원은 두 번째 정치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바로 윤리위가 제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제명의 이유에 대해 4월 1일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당 이념과 위신을 훼손한 행위로 당 윤리위 규정 20조에 따라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고 의원은 이에 제명 결정에 앞서 3대 선결과제의 해명을 요구했다. “첫 번째, 모든 근본 원인은 공천 과정에 있으니 공천과정에서 윤리위가 지적했던 사안(윤리위가 부적절한 공천이라고 지목했던 12명의 인사)에 대해서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두 번째, 해당행위나 당헌당규를 어긴 것은 친박쪽이 훨씬 먼저 했고 또 그들은 그룹을 지어서 했는데 그에 대한 윤리위의 태도 표명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대운하 반대를 내세웠다는 건데 그렇다면 대운하에 대한 당의 태도가 없었는데 무슨 잣대로 당의 이념을 위반했다는 겁니까?”라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윤리위가 긴급 전체회의까지 열면서 본인을 제명한 이유에 대해 “당에서는 대운하의 거수기 국회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공천해놨는데 대운하 추진 사령관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가서 자꾸 유세하니까 자기들의 목적이 훼손될 가능성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또한 당시 친박연대나 친박 인사들이 계속해서 지지율이 올라가니까 당에서 그런 것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박근혜 대표는 힘이 있으니까 못하고 그것을 저한테 했다고 봅니다”라며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며 조직적인 정치보복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대운하 저지는 미래의 사활이 걸린 문제

4월 1일 제명 결정 불복 기자회견에서 고 의원은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대운하만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 의원은 왜 그렇게도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하려는 것일까?
“저는 저의 정치 가치를 생명, 평화, 행복이라는 3대 가치에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회의원 이전부터 나름대로 학습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해서 시대변화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가치입니다. 저는 이것을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특히 대운하라는 것은 그런 가치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왜곡된 시대정신을 반영한 정책입니다. 말 그대로 개발 편향적인, 일방향적인 효율성과 성장일변도,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철학을 가지고 전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양보한다면 제가 정치하는 근본이유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고 의원은 2013년경 전 세계적으로 환경 IMF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 환경 재앙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자원의 부족으로 유가와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지금 이명박 정부조차 자원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 의원의 예상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된다. 고 의원은 “소위 탄소경제 시대가 자원 순환형 경제로 변하지 않고는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린라운드 체제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라며 “근본적 산업질서 재편을 강요받고 그것을 능동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데 고진화의 정치생명이야 어느 자리에서건 저의 정치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면 되겠지만, 예고된 환경 IMF가 눈에 보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원순환형 경제체제 구축이나 국가 에너지 확보, CO₂배출권으로 야기되는 산업재편 등 수많은 과제들과 정반대의 길로 가는 정책에 대해 도대체 누가 책임지겠습니까?”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운하는 그런 면에서 단순히 대운하를 추진하느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미래의 사활이 걸린 정책결정이라고 봅니다”라며 대운하 저지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실패한 실험과 미래에 대한 희망

고 의원이 이렇게 당론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사학법 개정 문제,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 당론과 다른 의견을 내놓아 대표적 보수인사인 김용갑 의원에게 ‘당을 나가라’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 의원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이른바 386 운동권이다. 이런 그가 왜 한나라당을 택했을까?
고 의원은 그의 정치적 스승인 제정구, 최열, 김지하 씨 등을 거론하며 “이 사회가 성숙하고 선진화되어감에 따라서 대결지향적 정치구조를 극복하고 에너지를 한군데로 모아야 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고 의원은 “민주화의 시대가치라는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이제는 민주, 반민주의 구도를 넘는 어떤 정치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라고 이야기되는 룰의 정치 이런 것들이 형성될 때가 됐다고 판단했기에 공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라며 한나라당으로의 전향(?)을 결정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4년의 의정생활 끝에 고 의원은 정치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위 중도의 정치, 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지향했지만 넘어야 할 벽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간적 제약,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통합시켜내는 노력들에 저의 경험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을 보며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정권을 잡고 나니까 본색이 드러난다는 겁니다. 그 전에는 야당이래서 감추고, 국민들의 눈이 두려워 감추고, 또 시대변화를 무시할 수 없어서 숨겼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번 공천과 제명조치였습니다” 고 의원은 한계를 인정했고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시인했다.
그는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한나라당이 저를 내모는 식으로 한국사회 정치를 갈등과 긴장 또는 과거의 대결주의적 정치구조로 가져가려고 한다면 저도 거기에 대해서 태도를 분명히 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해 한나라당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언론에서 거론했듯이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이나 심상정, 노회찬 대표의 진보신당으로 옮기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짧게 대답했다. 대신 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747, 대운하가 시대정신이냐 고진화의 생명, 평화, 행복이 시대정신이냐는 것을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분명히 평가받고 싶습니다”라며 “경부운하저지 1천만 서명운동을 위한 국민연대를 만들기 위해 각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라는 직에서 내려와 작은 운동, 즉 커다란 정치영역이 아닌 작은 현장에서의 정치적 변화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정치인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교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 의원은 끝으로 “386세대는 17대 국회에서 경험도 많이 했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라며 자신을 비롯한 386세대의 몰락이 또 다른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성장해야죠. 그리고 우리 자신들도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했었는지 점점 깨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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