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사춘기, '나는 누구인가'
[월간 말_국제]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내년이면 60주년을 맞이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벌써 불혹의 나이와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 이순의 나이로 접어든 것이다. 60주년을 앞둔 2008년 한해는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있어서 뜻 깊은 한 해 임에 틀림없다.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지난 2008년 4월 2일에서 4일까지 열린 북대서양 정상회담의 규모가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회담을 가장 이견이 불거진 회담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 만큼 첨예한 생각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 회담이었던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퇴임을 앞둔 미국과 러시아의 두 정상들이 펼친 외교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들 두 정상의 외교활동은 세계 안보 체제에 있어서 임기 동안 이루어질 마지막 행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두 정상의 주요 관심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체제) 확대 동의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문제,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추가 및 재건 사업 협력 요청 등이었다. 두 정상들은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정식 회담 일정이 끝난 이후 6일 러시아 흑해 휴양지인 소치에서 다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동유럽 국가 지역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MD) 기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폴란드에 요격용 미사일 10기를 배치하고 체코에는 추적 레이더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서유럽 정상들이 대부분 동의를 보여주었고, 체코의 경우 자국에 레이더 추적 부지를 건설하도록 승인해 주었다. 관심은 러시아의 태도이다.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MD 시스템 확대를 꺼려하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에 MD를 허락한다는 것은 러시아의 앞마당에 경쟁자의 무기가 들어서는 것을 허락하는 꼴이다. 이 문제를 놓고 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상들은 찬성하는 기미이다. 이들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계획에 손을 들어 준 것은 확산되고 있는 탄도 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폴란드와 체코에 기지를 둔 MD 시스템은 앞으로 주변 동유럽 지역의 안보를 지켜줄 기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싸여있다. 러시아와 미국 두 정상이 MD 계획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게 된다면 이는 양국 간 최대의 난제가 해결되고 앞으로 다양한 국제 현안에 있어서도 두 국가 간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창끝 겨누는 미국, 방패 올리는 러시아
또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에 대한 사안이 민감하다. 동유럽 국가들이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환영해 온 미국은 이들 두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들의 가입을 반대함으로써 이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흥미로운 것은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흔쾌히 동의하였다는 점이다. 왜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하는 것일까?
또 다른 주요 관심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추가 및 재건 사업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였다는 사실이다. 지금껏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데 있어서 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의부대와 다산부대의 파병 이후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과 지난 번 전 국민을 염려시켰던 23명의 민간인 인질 사건 이후 전투 병력의 파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듯하다. 따라서 재건 사업을 위한 협력 부문에서의 협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국내 언론들은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나 명성에 걸 맞는 행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전투병력 파병만이 해답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 경찰의 교육훈련을 위해 우리나라 경찰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에서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재건사업을 위한 협력과 경찰 파견은 우리나라 헌법상 국회의 사전동의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1949년생이다.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받아들이면서 동유럽으로의 확대를 꾀해 왔다. 2004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과 발트 연안 국가들의 가입이 체결됨으로써 현재 26개국으로 늘어났다. 2008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의 가입이 승인됨으로써 이제 28개국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집단안보 협력체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2008년 현재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발칸반도 국가들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은 세계 안보체제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이에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가입이 승인되었다는 것은 쾌거임에 틀림없다. 향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는 몇 번의 논의를 거쳐 2009년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이순을 맞는 해에 공식적으로 가입이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반대로 가입이 무산되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의사결정방식은 26개국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리스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마케도니아의 가입은 앞으로도 소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스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가명을 둘러싼 오랜 갈등에서 기인한 듯하다.
마케도니아는 정식명칭이 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이며, 남부 유럽 발칸반도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북쪽으로는 유고슬라비아와, 동쪽으로는 불가리아와, 남쪽으로는 그리스와, 그리고 서쪽으로는 알바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구(舊)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구성했던 여섯 개 공화국 중 하나였다가, 1989년 동유럽의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국가이다.
그리스와 계속되는 국가명을 둘러싼 갈등은 역사적으로 중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케도니아 문제’로 일컬어지는 이 영토 분쟁은 협의로는 발칸전쟁(1912∼1913)을 통하여 표면화된 분쟁이기도 하다. 마케도니아는 14세기 이후 투르크령이 되었다가 19세기 초에 이르러 투르크제국이 쇠퇴하면서 발칸제국의 민족적 자각과 열강의 동방정책이 결부된 복잡한 국제 대립의 무대가 되었었다. '대불가리아주의'를 내건 불가리아는 발칸전쟁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하여 마케도니아를 집어삼키고자 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파리강화조약(1947)에 따라 그리스와 옛 유고슬라비아가 그 대부분을 분할 영유하였었다.
유고슬라비아 해체의 후유증
이러한 역사적 고리가 1991년 독립과 동시에 끊어지는가 하였으나 아직까지 그리스와 국명 문제로 다툼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1995년부터 외교적으로는 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 공화국(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약칭 FYROM)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리스로부터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 가입을 신청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역시 가입이 무산되었다. 러시아의 반대 입장도 있었지만 서유럽 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러시아의 편에 손을 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러시아 신임 대통령 당선자인 메드베데프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국가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들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문제를 두고 메드베데프는 도발로 간주하고 있을 정도로 강경노선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는 경고와 그루지야 내 친러 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을 지지할 것이라는 등 강경노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정상들은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의 반대에 대해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왜 서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가입문제를 경시하는 것일까? 우선 서유럽 정상들은 이들 두 후보국가들의 문제가 다른 중대 현안들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구 소련권 국가가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하고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3개국들이 이미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을 했고, 2004년에는 발트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7개국이 추가로 가입을 완료했다. 이미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옛 이데올로기적 이웃 국가들의 탈출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가 이제 '화가 난' 것일까?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2004년 '오렌지 혁명'과 '장미혁명' 등 색깔혁명을 통해 친 러시아 정권을 몰아낸 국가들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서구식 민주주의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지식이 일천한 필자로서는 확연한 대답을 제공하기 어렵다. 그 대신 최소한 이들 두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문제에 대해 미국이 적극 찬성하는 의도는 간파할 수 있을 듯하다. 옛 소련 영토에 민주주의라기보다 자유주의의 확산을 꾀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들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이 누구보다 반가울 것이다. 소위 러시아의 앞마당에 친구를 몇 명 심어두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것이니까.
나토의 새로 나기
이와 달리 러시아는 자신의 '군수공장'인 우크라이나의 외도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가 조달하는 군장비의 3분의 1 가량이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물론 더 이상 러시아의 통제력이 미치는 곳은 아니다. 러시아는 현재 연간 임대료 9,800만 달러를 치르고 2017년까지 함대를 주둔시킬 수 있도록 계약이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정치 및 안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 속칭 러시아의 이데올로기를 향한 마지막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바람이 난 것이다.
그루지야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역시 비슷하다. 그루지야에는 친러시아 자치공화국을 외치는 분리독립 운동 세력이 존재한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가 그들인데 이들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은 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한다. 다른 주요 사안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토의하기도 전에 이들 두 국가의 문제로 인해 정상회담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서유럽 정상들은 뒷감당이 어려운 골칫거리를 옆으로 밀어두고 싶었을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경우에는 입장이 더욱 곤란한 듯하다. 러시아와의 개인적인 연관성은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더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2008년 3월 유럽연합 정상회담 당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양 정상들이 제안한 정상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색깔은 불분명하다 못해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정체성 혼란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규범의 장이 되어야할 모임이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는 정치판으로서의 구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주요 패러다임으로서 공방을 시작한지 어언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여전히 패러다임의 혼재는 목도되고 있다. 상대적 이득이 합리적 선택을 옹호하던 냉전시대가 지나고 관련자들의 이득이 늘 긍정적 합을 이루는 시절이 파도처럼 들이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구촌 구석구석에서는 국가대표급 정치인들이 상대적 이득을 주판위에 올려놓고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이들 정상들이 후려치는 주사위 놀이에 한 국가가 거래되고 자본이 주인공이 된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밑그림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번 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상회담의 내용도 여지없이 국제관계 패러다임의 혼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에 필자는 묻고 싶다.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말하는 동시대 국제관계를 넘어선 세계정치의 무대에서 더 이상 '규범'은 설 땅을 잃었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퇴임을 앞둔 미국과 러시아의 두 정상들이 펼친 외교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들 두 정상의 외교활동은 세계 안보 체제에 있어서 임기 동안 이루어질 마지막 행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두 정상의 주요 관심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체제) 확대 동의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문제,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추가 및 재건 사업 협력 요청 등이었다. 두 정상들은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정식 회담 일정이 끝난 이후 6일 러시아 흑해 휴양지인 소치에서 다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
- 지난 4월 5일, 러시아 소치에서 부시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흑해를 내려다보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 더 보기
- ⓒ 로이터뉴시스
미국은 동유럽 국가 지역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MD) 기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폴란드에 요격용 미사일 10기를 배치하고 체코에는 추적 레이더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서유럽 정상들이 대부분 동의를 보여주었고, 체코의 경우 자국에 레이더 추적 부지를 건설하도록 승인해 주었다. 관심은 러시아의 태도이다.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MD 시스템 확대를 꺼려하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에 MD를 허락한다는 것은 러시아의 앞마당에 경쟁자의 무기가 들어서는 것을 허락하는 꼴이다. 이 문제를 놓고 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상들은 찬성하는 기미이다. 이들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계획에 손을 들어 준 것은 확산되고 있는 탄도 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폴란드와 체코에 기지를 둔 MD 시스템은 앞으로 주변 동유럽 지역의 안보를 지켜줄 기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싸여있다. 러시아와 미국 두 정상이 MD 계획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게 된다면 이는 양국 간 최대의 난제가 해결되고 앞으로 다양한 국제 현안에 있어서도 두 국가 간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창끝 겨누는 미국, 방패 올리는 러시아
또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에 대한 사안이 민감하다. 동유럽 국가들이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환영해 온 미국은 이들 두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들의 가입을 반대함으로써 이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흥미로운 것은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흔쾌히 동의하였다는 점이다. 왜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하는 것일까?
또 다른 주요 관심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추가 및 재건 사업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였다는 사실이다. 지금껏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데 있어서 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의부대와 다산부대의 파병 이후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과 지난 번 전 국민을 염려시켰던 23명의 민간인 인질 사건 이후 전투 병력의 파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듯하다. 따라서 재건 사업을 위한 협력 부문에서의 협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국내 언론들은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나 명성에 걸 맞는 행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전투병력 파병만이 해답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 경찰의 교육훈련을 위해 우리나라 경찰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에서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재건사업을 위한 협력과 경찰 파견은 우리나라 헌법상 국회의 사전동의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1949년생이다.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받아들이면서 동유럽으로의 확대를 꾀해 왔다. 2004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과 발트 연안 국가들의 가입이 체결됨으로써 현재 26개국으로 늘어났다. 2008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의 가입이 승인됨으로써 이제 28개국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집단안보 협력체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2008년 현재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발칸반도 국가들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은 세계 안보체제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이에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가입이 승인되었다는 것은 쾌거임에 틀림없다. 향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는 몇 번의 논의를 거쳐 2009년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이순을 맞는 해에 공식적으로 가입이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반대로 가입이 무산되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의사결정방식은 26개국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리스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마케도니아의 가입은 앞으로도 소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스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가명을 둘러싼 오랜 갈등에서 기인한 듯하다.
마케도니아는 정식명칭이 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이며, 남부 유럽 발칸반도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북쪽으로는 유고슬라비아와, 동쪽으로는 불가리아와, 남쪽으로는 그리스와, 그리고 서쪽으로는 알바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구(舊)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구성했던 여섯 개 공화국 중 하나였다가, 1989년 동유럽의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국가이다.
그리스와 계속되는 국가명을 둘러싼 갈등은 역사적으로 중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케도니아 문제’로 일컬어지는 이 영토 분쟁은 협의로는 발칸전쟁(1912∼1913)을 통하여 표면화된 분쟁이기도 하다. 마케도니아는 14세기 이후 투르크령이 되었다가 19세기 초에 이르러 투르크제국이 쇠퇴하면서 발칸제국의 민족적 자각과 열강의 동방정책이 결부된 복잡한 국제 대립의 무대가 되었었다. '대불가리아주의'를 내건 불가리아는 발칸전쟁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하여 마케도니아를 집어삼키고자 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파리강화조약(1947)에 따라 그리스와 옛 유고슬라비아가 그 대부분을 분할 영유하였었다.
유고슬라비아 해체의 후유증
이러한 역사적 고리가 1991년 독립과 동시에 끊어지는가 하였으나 아직까지 그리스와 국명 문제로 다툼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1995년부터 외교적으로는 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 공화국(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약칭 FYROM)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리스로부터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 가입을 신청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역시 가입이 무산되었다. 러시아의 반대 입장도 있었지만 서유럽 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러시아의 편에 손을 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러시아 신임 대통령 당선자인 메드베데프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국가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들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문제를 두고 메드베데프는 도발로 간주하고 있을 정도로 강경노선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는 경고와 그루지야 내 친러 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을 지지할 것이라는 등 강경노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정상들은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의 반대에 대해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왜 서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가입문제를 경시하는 것일까? 우선 서유럽 정상들은 이들 두 후보국가들의 문제가 다른 중대 현안들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구 소련권 국가가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하고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3개국들이 이미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을 했고, 2004년에는 발트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7개국이 추가로 가입을 완료했다. 이미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옛 이데올로기적 이웃 국가들의 탈출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가 이제 '화가 난' 것일까?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2004년 '오렌지 혁명'과 '장미혁명' 등 색깔혁명을 통해 친 러시아 정권을 몰아낸 국가들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서구식 민주주의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지식이 일천한 필자로서는 확연한 대답을 제공하기 어렵다. 그 대신 최소한 이들 두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문제에 대해 미국이 적극 찬성하는 의도는 간파할 수 있을 듯하다. 옛 소련 영토에 민주주의라기보다 자유주의의 확산을 꾀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들 국가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이 누구보다 반가울 것이다. 소위 러시아의 앞마당에 친구를 몇 명 심어두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것이니까.
나토의 새로 나기
이와 달리 러시아는 자신의 '군수공장'인 우크라이나의 외도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가 조달하는 군장비의 3분의 1 가량이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물론 더 이상 러시아의 통제력이 미치는 곳은 아니다. 러시아는 현재 연간 임대료 9,800만 달러를 치르고 2017년까지 함대를 주둔시킬 수 있도록 계약이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정치 및 안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 속칭 러시아의 이데올로기를 향한 마지막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바람이 난 것이다.
그루지야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역시 비슷하다. 그루지야에는 친러시아 자치공화국을 외치는 분리독립 운동 세력이 존재한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가 그들인데 이들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은 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한다. 다른 주요 사안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토의하기도 전에 이들 두 국가의 문제로 인해 정상회담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서유럽 정상들은 뒷감당이 어려운 골칫거리를 옆으로 밀어두고 싶었을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경우에는 입장이 더욱 곤란한 듯하다. 러시아와의 개인적인 연관성은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더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2008년 3월 유럽연합 정상회담 당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양 정상들이 제안한 정상회담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색깔은 불분명하다 못해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정체성 혼란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규범의 장이 되어야할 모임이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는 정치판으로서의 구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주요 패러다임으로서 공방을 시작한지 어언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여전히 패러다임의 혼재는 목도되고 있다. 상대적 이득이 합리적 선택을 옹호하던 냉전시대가 지나고 관련자들의 이득이 늘 긍정적 합을 이루는 시절이 파도처럼 들이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구촌 구석구석에서는 국가대표급 정치인들이 상대적 이득을 주판위에 올려놓고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이들 정상들이 후려치는 주사위 놀이에 한 국가가 거래되고 자본이 주인공이 된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밑그림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번 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상회담의 내용도 여지없이 국제관계 패러다임의 혼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에 필자는 묻고 싶다.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말하는 동시대 국제관계를 넘어선 세계정치의 무대에서 더 이상 '규범'은 설 땅을 잃었는가?
-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4-26 20:20:10
- 최종편집: 2008-04-28 10:09:32
컨텐트 링크
민중의소리를 후원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 컨텐트 링크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 Copyright 2000~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