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 잃을 위기, 과천 꿀벌마을 사람들
[월간말]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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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 꿀벌마을 주민자치회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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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말 김철수 기자
과천 꿀벌마을
달콤한 이름의 이 마을은 지하철 4호선 경마장공원역 6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봄 볕 따사로운 4월 중순의 오후에 꿀벌마을을 찾았습니다. 이 마을의 현실이 이름만큼 달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꿀벌마을은 비닐하우스 주거촌입니다. 사업실패, 가난 등으로 마땅한 거주지가 없는 저소득층이 황무지에 가까운 땅을 개간해 거주하기 시작하며 마을을 형성했습니다. 100여 가구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거주하며 버려진 땅을 활용해 화훼농원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주민의 대부분은 50, 60대이고, 홀로 사는 70, 80대 노인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터잡은 땅은 정확히 얘기하면 버려진 땅은 아닙니다. 땅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곳이 그린벨트지역이라 수 십 년간 땅 값도 오르지 않았고 개발호재도 없어서 땅주인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덕분에 꿀벌마을 주민들은 땅주인들에게 1년에 20∼30만원에 불과한 도지세(일종의 토지 사용세)를 내고 별 탈 없이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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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마을 내 비닐하우스 거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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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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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워진 삶
그러나 이 지역에 개발바람이 불면서 주민들의 삶이 위태로워졌습니다. 마을 옆에 과학관이 들어섰고 마을도 개발될 예정입니다. 과천시는 이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공영방식으로 도시화 개발을 할 계획입니다.
“불모지에 비닐하우스 치고 잘 살아왔는데 개발이 예상되자 투기가 일었습니다. 그래서 땅주인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몇 년 전 만 해도 평당 30∼40만원에 불과하던 땅 값이 지금은 평당 200만 원 이상 합니다.” 사업 실패 후 꿀벌마을에 정착한 김태중(47) 씨의 말입니다. 과천시가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땅을 매입해야 하고 땅 주인들은 오른 땅 값 만큼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기가 일었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땅 주인들은 이들에게 수십 년 간 살아온 터전에서 나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꿀벌마을 주민들이 사실상 남의 땅을 불법점유하고 살아온 것이기 때문에, 땅 주인들이 나가라고 하면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땅 주인들은 소송에서도 승소해, 주민들이 나가지 않고 버틸 경우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몇 몇 땅 주인들은 용역직원을 동원해 일부 비닐하우스에서 가전 집기를 다 들어내며 주민들을 압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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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뜰에서 된장을 담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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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주민들
다닥다닥 비닐하우스가 붙어 있는 좁은 흙길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다 배광자(69)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배광자 할머니의 집은 꿀벌마을 안쪽 수많은 비닐하우스 중 한 채입니다.
볼품없지만 방도 하나 있고 부엌도 있습니다. 방에는 장애인 남동생이 거동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습니다. 뒤뜰에서 된장을 담그고 있던 할머니는 집안은 비좁다며 기자를 뒤뜰로 이끕니다.
“땅 주인이 나가라고 한다면서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단한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배광자 할머니는 경기도 의왕시에 살다가 15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5년 후 남편은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장애로 거동을 하지 못하는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벌이라고는 남동생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 등 월 30여만 원이 전부입니다.
“며칠 전에도 주인 둘이 와서 그냥 나가라고 그래요. 저라고 이런데서 살고 싶겠어요. 당장 나가고 싶죠. 하지만 돈이 없어서 못 나가요. 여기서는 돈이 안 드니까 그럭저럭 살 수 있지만 지금 형편으로는 어디 나가서 살 수도 없어요.” 뒤뜰에서 매실나무도 키우면서 근근이 살고 있는 배 할머니는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의 말을 듣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기자를 배웅하며 할머니가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며 허리를 굽힙니다. 인사하고 돌아서는 기자의 발걸음이 더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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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마을에도 봄은 왔다. 봄 꽃은 내년에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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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을 원합니다”
배광자 할머니 뿐이 아닙니다. 꿀벌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다 비슷한 처지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대책은 세워주고 나가라고 해야지요. 최소한의 이주대책이 없어서 발악하는 겁니다.” 이계술(56) 씨의 말입니다. 꿀벌마을 사람들은 주민자지회를 꾸리고 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4월 1일에는 과천시청 앞에서 “이주대책 없는 강제집행을 규탄”하는 집회도 열었습니다.
그러나 과천시는 강제집행은 땅주인과 주민들간에 사법적 소송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들의 거주 자체가 불법이어서 이주대책 마련도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보상문제는 비닐하우스 실비와 영농을 하면 영농보상 등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꿀벌마을 주민들의 거주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거주에 따른 보상, 예를들면 이사비나 이주대책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과천시 도시과 도시개발팀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포기하는 그 순간 이들이 생존할 곳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2005년도에 이미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5%를 넘어섰는데 이들이 갈 곳은 없다고 합니다. 이들의 어려운 경제적 처지를 감안하지 않고 법의 논리를 앞세워 삶터에서 내쫓으려 하고 이를 수수방관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어렵지만 다 선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배반하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죽는 것입니다.” 김태중 씨의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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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로 만들어 놓은 우편함. 불법거주지라 주소지가 없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타지에 주민등록을 해뒀다. 이마저도 종종 말소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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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마을 뒤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과학관이 보인다. 꿀벌마을 터도 개발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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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8-04-22 14:47:56
- 최종편집: 2008-04-28 10: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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