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에 짓눌리지 않는 유쾌한 재주꾼
이샛별 작가의 ‘아래로부터의 봄’
화사한 꽃과 치아를 드러낸 미소. 그림 속의 얼굴은 여전히 환했다. 꾸지람을 듣고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면 금방 장난질 치는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했다. 하지만 커다란 눈동자 속에서 반짝이는 슬픔은 숨겨지지 않았다. 흩어졌다가 단단하게 뭉치는 구름 덩어리처럼 흔들리는 얼굴 윤곽에도 불안한 기운이 가득했다. 겉으로는 혀를 내민 채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너덜너덜해진 영혼의 상처를 꿰매기 바빴다.
이토록 이중적이고 서글픈 그림이 있을까.
이샛별 작가는 “어떻게 하면 외상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상처나 일기, 일상에 관한 슬픔이나 향수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작동시키는 무의식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 여기서 ‘무의식’이라는 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세상의 상징체계 속에 있는 ‘사회적 무의식’, 이를테면 권력이 작용하는 원리 같은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그림 그리는 것도 힘들고, 내용을 내 것으로 표현하는 것도 힘들어서 명상이나 마음의 평정을 찾는 데 갈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명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사회 속에서, 내가 처해진 위치 속에서 문제점을 찾고자 했습니다.”
천연적으로 곱고 착실한 사람에게도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남모를 욕망이 있고, 정글 같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다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규정해버리기 때문에 선량하고 교양 있는 마음가짐을 강요당하며, 거기에 얽매여 살지 않으면 불손한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특히 성적 욕망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하지 않다. 아무리 세상이 인공적이라고 해도 너무나 가혹하고 창백한 삶이다.
산다는 것은 변명도 필요 없고, 오히려 생각하는 것은 유희에 가깝다. 이샛별 작가의 물음표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스스로 욕망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부질없는 욕망으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 짧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짧은지 알고 있는가. 진정한 자기 모습으로 살아볼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소외된 것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에 따라 얼굴을 바꾸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인간들의 ‘위장술’을 계급장과 화사한 꽃 그리고 추억속의 사람들로 연출했었다. 손과 발이 없는 작은 개인들을 통해서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 속에서도 아무런 저항 없이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그렸는데, 권력의 힘에 중독된 채 그것을 좇고 동경하는 모습은 마치 ‘해바라기’처럼 무조건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작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에서 과장된 얼굴의 의미를 구체화 시켰다.
그의 개인전 ‘아래로부터의 봄(view from below)’은 외면의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이 시대의 흉측한 자화상을 눈물겹게 들춰낸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코끼리 인간(The Elephant Man)’에서 착안됐다. 그는 기형의 공포로 질식된 일상에서 인간 본연의 휴머니즘을 끌어낸 이 영화처럼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진 욕망들을 그림속의 얼굴에 이입해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보도록 했다. 일종의 ‘자아성찰’이다.
영화 ‘코끼리 인간’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셉 메릭은 얼굴에 거대한 부종이 뒤덮여 있다. 영화는 ‘서커스 공연을 보던 그의 어머니가 성난 코끼리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그렇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그는 “어머니의 끔찍한 쾌락이 아들에게 새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에서 바라본 코끼리의 코는 그 자체로 거대한 남근의 형상이라는 것. 그는 “인간은 욕망에 시달리는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자”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욕망을 알아야 진정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희망도 다른 곳이 아니라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는 가상의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의 아우성이 담겨있다.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아주 사소한 기쁨마저도 감춰야 하는 우리 시대의 서글픈 둔갑술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인간의 가치를 다시없이 높은 존재로 끌어올렸다. 인간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샛별 작가는 무거운 주제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재주를 지닌 예술가이다. 2008년 그가 주목받아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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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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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말
이토록 이중적이고 서글픈 그림이 있을까.
이샛별 작가는 “어떻게 하면 외상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상처나 일기, 일상에 관한 슬픔이나 향수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작동시키는 무의식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 여기서 ‘무의식’이라는 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세상의 상징체계 속에 있는 ‘사회적 무의식’, 이를테면 권력이 작용하는 원리 같은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그림 그리는 것도 힘들고, 내용을 내 것으로 표현하는 것도 힘들어서 명상이나 마음의 평정을 찾는 데 갈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명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사회 속에서, 내가 처해진 위치 속에서 문제점을 찾고자 했습니다.”
천연적으로 곱고 착실한 사람에게도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남모를 욕망이 있고, 정글 같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다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규정해버리기 때문에 선량하고 교양 있는 마음가짐을 강요당하며, 거기에 얽매여 살지 않으면 불손한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특히 성적 욕망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하지 않다. 아무리 세상이 인공적이라고 해도 너무나 가혹하고 창백한 삶이다.
산다는 것은 변명도 필요 없고, 오히려 생각하는 것은 유희에 가깝다. 이샛별 작가의 물음표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스스로 욕망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부질없는 욕망으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 짧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짧은지 알고 있는가. 진정한 자기 모습으로 살아볼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소외된 것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에 따라 얼굴을 바꾸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인간들의 ‘위장술’을 계급장과 화사한 꽃 그리고 추억속의 사람들로 연출했었다. 손과 발이 없는 작은 개인들을 통해서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 속에서도 아무런 저항 없이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그렸는데, 권력의 힘에 중독된 채 그것을 좇고 동경하는 모습은 마치 ‘해바라기’처럼 무조건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작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에서 과장된 얼굴의 의미를 구체화 시켰다.
그의 개인전 ‘아래로부터의 봄(view from below)’은 외면의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이 시대의 흉측한 자화상을 눈물겹게 들춰낸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코끼리 인간(The Elephant Man)’에서 착안됐다. 그는 기형의 공포로 질식된 일상에서 인간 본연의 휴머니즘을 끌어낸 이 영화처럼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진 욕망들을 그림속의 얼굴에 이입해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보도록 했다. 일종의 ‘자아성찰’이다.
영화 ‘코끼리 인간’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셉 메릭은 얼굴에 거대한 부종이 뒤덮여 있다. 영화는 ‘서커스 공연을 보던 그의 어머니가 성난 코끼리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그렇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그는 “어머니의 끔찍한 쾌락이 아들에게 새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에서 바라본 코끼리의 코는 그 자체로 거대한 남근의 형상이라는 것. 그는 “인간은 욕망에 시달리는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자”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욕망을 알아야 진정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희망도 다른 곳이 아니라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는 가상의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의 아우성이 담겨있다.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아주 사소한 기쁨마저도 감춰야 하는 우리 시대의 서글픈 둔갑술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인간의 가치를 다시없이 높은 존재로 끌어올렸다. 인간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샛별 작가는 무거운 주제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재주를 지닌 예술가이다. 2008년 그가 주목받아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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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개의 그림자 twenty shad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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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 fasc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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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지 sto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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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말
- 기사입력: 2008-04-21 12:15:22
- 최종편집: 2008-04-28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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