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내가 깎고 울었다. 하지만 내일은 아니다"

기륭분회 김소연 분회장, 강한 투쟁과 연대 부탁하며 '삭발'

허환주 기자
kakiru1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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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깎는 기계를 든 그녀는 동료의 머리를 잡고는 눈물을 흘렸다. 삭발을 위해 앉아있는 동료는 담담한 얼굴로 빨리 자르라고 재촉했지만 흐르는 눈물이 그치진 않았다.

결국 동료는 다른 이를 불렀지만 그녀는 한사코 자신이 하겠다며 손사레를 쳤다. 울음이 나온다고 다른 이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앉아있던 동료는 구호를 외쳤다. "투쟁을 오래하다 보니 다들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설명과 함께.

이윽고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리가 다 잘려지길 기다렸다.

"‘우리는 더 이상 1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당한 인권을 가진 노동자입니다' 이 한마디를 지키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긴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

옆에서는 또다른 동료가 '동지들과 함께 불법 파견과 비정규직이라는 시대적 치욕을 극복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륭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 투쟁에 동참해줄 것을 독려하는 글을 읽었다. 하지만 말을 잇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료의 머리에서 머리가 떨어질 때마다 연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삭발하는 모습을 지켜본 주위 동료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무엇인들 못하랴.

김소연 분회장이 16일 머리를 삭발했다.
ⓒ 민중의소리
기륭분회 김소연 분회장이 16일 기륭전자 앞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두 번째 삭발이다. 구속을 감수했고 가정생계 파탄을 감수했다. 30일 동안 단식, 3보일배...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었다. 조합원들은 벌써 벌금 전과만도 몇 개가 되는지 모른다. 그렇게 싸운지 이제 5월 19일이면 천일이 된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되려 200명에 달하던 조합원 수는 이젠 30명에 불과하다. 회사는 땅을 팔고 폐업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김소연 분회장의 삭발은 두 가지 의미가 존재했다. 하나는 계속적으로 교섭을 회피하는 사측이 교섭에 임하도록 하는 압박 카드였고 다른 하나는 투쟁 주체로서 강한 투쟁 의지를 나타냄으로서 상급단체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이번 삭발은 후자에 그 비중이 컸다.

기륭분회는 이랜드-뉴코아 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GM대우 비정규지회, 학습지노조 등과 공동투쟁단을 구성, 지금까지 싸움을 진행해오고 있다. 장투사업장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현장순회단 수준에서 투쟁이 진행될 뿐 투쟁 수위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오가 15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급단체에서 연대해줄 것을 원하나 이마저도 요원한 실정이다. 김소연 분회장이 삭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김소연 분회장은 삭발 직후 "우리는 연대로 지금 이 자리에서 버텼다"며 "우리가 지면 우리 노동자 미래가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협이라는 말, 실리나 실용이라는 말이 얼마나 가진 자들의 것인지 속속들이 아는 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녀는 "금속노조 민주노총 조합원이 기륭전자 투쟁의 공동대책위원이 되어 준다면 극복할 수 없는 일이 없다"며 상급단체의 연대를 호소했다.

물론 주체적인 강한 투쟁의지도 내비쳤다. 그녀는 "오늘 비록 삭발에 그쳤지만, 기껏 제 머리 깎고 제 곡기를 끊지만 불법 파견과 비정규직 철폐의 길이 죽음이라면 그 죽음도 영광으로 받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은 투쟁이 투쟁을 부른다고 했던 말도 이젠 옛말이 된 듯 하다며 김소연 분회장의 삭발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상급단체들은 투쟁사업장을 두고 '정책이 있는가, 대안이 있는가' 등을 따진다"며 "사실 기륭은 무모하고 불가능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모한 이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며 이들과 함께 연대해줄 것을 독려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머리를 삭발한 뒤 담담하게 웃음을 보였지만 그 웃음을 본 동료들의 눈에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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