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대상으로한 금융의 인질극

부동산 투기와 경제성장둔화

프레데릭 로르동(번역: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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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금융시장 혼란은 세계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의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 및 일본 정부들은 여론과 투자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주식시장 변동이 맑은 하늘에 잠깐 지나가는 먹구름 같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주식시장 불안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부실과 연결된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시작되었다. ‘서브프라임’이라는 위험등급이 가장 높은 대출만 계산해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담보채권총액은 1조 3천억 달러에 달한다. 즉, 백만에서 3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담보로 잡혀있는 집을 팔아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계를 모르는 금융혁신은 위험을 세계경제 전체로 확산시키면서 부동산버블, 주택위기, 투기를 차례로 몰고 오고 있다. 새로운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피해를 줄이거나, 위기발생을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월스트리트의 미치광이 수학자들’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다음번 위기가 도래한 것은 아닌가? 프레데릭 로르동 (경제학자)

2백 년 전 헤겔은 각국 정부가 역사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능력이 고질적으로 결핍되어 있다고 한탄한 바 있다. 그러나 학습능력이 결여되어있는 기관이 단지 정부만은 아니다. 자본, 그중에서도 특히 금융자본 역시 끝없이 실수를 하고, 판단착오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반복된다. 현재의 대출시장 위기는, 비록 서브프라임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금융위기의 상투적인 요소들이 전부 등장함으로써, 자본시장 자유화의 ‘이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보기를 거부한 채, 금융화가 번영을 세계 전체로 확산시키고, 경제적 안정과 인류의 진보에 이바지한다고 믿으려면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도 변하지 않는 강한 신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금융부문의 신념은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으며, 금융부문은 현실원칙을 체현하고 있다고 믿는다. 기업에게는 리포팅(reporting:분기별 회계보고서) 및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수년에 걸친 실적과 수익률 추이)라는 기준을 강제하면서 오직 ‘사실을 통한’ 평가만을 인정하는 금융부문이지만, 막상 최근의 역사, 그것도 자기 자신의 역사에 대해서는 바보같이 전혀 무지하다. 사실 금융자유화의 ‘트랙 레코드’는 별로 신통치 않다. 어쨌건 금융자유화가 무대전면에 등장한 이후, 커다란 사건 없이 3년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이 사건들은 거의 매번 경제사책에 기록될 만큼 중요한 사건들이었다. 1987년 주식시장 대폭락, 1990년 ‘정크본드’ 사태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1994년 미국채권시장 폭락, 1997년 태국, 한국, 홍콩을 강타한 1차 국제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 브라질을 덮친 2차 국제금융위기, 그리고 2001-2003년 인터넷 버블 붕괴가 그러했다.

그리고 2007년, 금융자유화 신봉자들은 ‘행복한, 그러나 장애물에 부딪친 세계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1) <르몽드>의 피에르-앙투안 델로메 기자는 그렇게나 많은 충격을 겪었음에도 어느새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세계화의 탄성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시스템 전체가 파괴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지만 결국 그 때마다 세계화는 언제나 제자리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강화되곤 했던 것이다. 문제는 델로메 기자의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델로메 기자는 매번 금융불안정의 대가를 지불해야했던 계층은 항상 임금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금융시장 폭락사태는 언제나 은행에 타격을 입히고, 따라서 대출, 다음으로 투자, 성장, 마지막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투자펀드가 <르몽드>지를 기습적으로 인수한다면, 그때는 델로메 기자도 ‘다운사이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고, 금융거래, 특히 금융위기로 인한 일자리 손실과 성장손실을 계산하고 싶어 할 것이며, 세계화의 ‘충격’을 고통스럽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물론, 더 이상 세계화를 ‘행복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경제를 강타한 대출시장위기는 제한 없는 투기거래의 불가피한 연쇄효과에 대한 거의 이상적인 파노라마를 제시한다. 금융의 일반적 독소들이 퍼레이드처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소들은 항상 동일하며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1. 투기의 ‘펀지(Ponzi)’ 게임 경향, 2. 금융경기 상승국면에서 위험저평가, 3. 사소한 환경변화에 대한 구조적 취약성과 지엽적 실패가 시스템 전체의 급변을 야기하는 촉매효과, 4. 위험평가의 갑작스러운 반전, 5. 시장의 다른 부문에까지 의심이 확대되는 전염, 6. 지나치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은행들에 대한 충격, 7. 시스템위기의 위협, 즉 신용경색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자유로운 사적 이니셔티브의 광적 신봉자들의 중앙은행에 대한 지원 요청…….

1. 시장의 ‘펀지’게임

금융불안정성이 금융시장전체로 확대되는 과정을 하이먼 민스키보다 더 잘 제시한 학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민스키는 이 단계를 경제주체들이 ‘재앙에 직면하여 분별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명명했다.(2) 민스키는 특히 1920년대, 엄청난 수익을 미끼로, 순진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저축을 거덜 낸 투기꾼, 찰스 펀지의 실패담에 주의를 기울인다. 펀지는 투자가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실제자산이 전무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배당금을 고객들에게 지급할 수는 없다. 따라서 펀지는 최초 고객들의 투자금에 대한 이자를 나중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금으로 지불했다. 즉, 빚을 내어 이자를 갚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의 유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사실, 이는 일종의 사기행위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형성되는 모든 버블은 비슷한 메커니즘에 기초한다. 버블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즉, 시장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이 시장에서는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는 환상을 깨뜨리지 않으려면, 투자된 유동성이 끊임없이 유입되어야한다. 투기를 위한 일종의 신병모집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버블의 비밀이다. 물론 최초투자가들이 자기 몫을 가져가면서, 이제 점점 더 평범한 사람들, 즉 점점 더 많은 투자새내기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다수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미국 부동산 시장의 성장이 가능한 영원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가계가 담보대출시장으로 몰려야 했던 것이다. 소유권에 대한 아메리칸 드림 덕분이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담보대출시장 신병모집은 처음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당시 인터넷 버블 붕괴 여파로 가계들이 주식이 아닌, 다른 형태의 투자를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전한’ 채무자 부대가 빠르게 사라진 반면, 시장은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했기 때문에 부동산대출 중개인들은 신병모집을 위해 점점 더 멀리까지 진출했다. 평발? 천식환자? 상관없다.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 시장에는 구매자가 줄을 서고,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비록 대출을 상환할 수 없다 하더라도, 집을 팔면 되는 것이다. 주택매도를 통해 가계는 시세차익을 얻고, 중개인은 커미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끝없는 성장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이제 모든 참여자들이 적격판정을 받은 이상, 대출의 수문이 대대적으로 개방되고, 이렇게 지탱된 투기적 상승은 모두가 옳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런 식으로, 후세에 전해질 ‘서브프라임모기지’ 카테고리가 출현한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의 수령인들을 은행은 알지 못하며, 이들의 지불능력은 의심스러운 수준 이상이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낙관주의가 절정에 달하자, 모든 제한이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예로 ‘무소득, 무자산 실업자’를 위한 소위 ‘닌자(Ninja)’ 대출을 들 수 있다.

2. 위험저평가

그러나 금융부문은 위험관리의 전문가가 아니던가? 사실 금융부문은 위험관리에 있어서 언제나 창의성을 발휘해왔다. 비밀이 뭐냐고? 바로 파생상품이다. 대출의 문제는, 하물며 그 대출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될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대부자의 회계장부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양호한 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1990년 초에 놀라운 발상이 등장했으니, 바로 다수의 대출을 하나로 묶어 양도가능한 채권의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자산유동화(securitization)’라고 불리는 이 거래의 이점은 그렇게 ‘제작된’ 유가증권들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시장에서 다양한 (기관)투자가들에게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이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은행이 그토록 쉽게 대출을 제공하는 이유도 유동화를 통해 언제든지 대출을 회계장부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대출을 투자가들은 왜 매입하려는 것일까? 첫째, 투자가들은 대출을 작은 단위로 매입할 수 있고, 특히 이렇게 유동화된 대출증권들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구입한 대출증권을 다른 거래자에게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초 대출자산 묶음에서 파생된 유가증권들은 위험도에 따라 여러 트랑셰(tranche)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관투자가는 자신의 상황과 위험선호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카테고리를 찾는 것이다. 특히 헤지펀드의 경우, 언제나 위험도가 가장 높은 트랑셰를 원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모든 상황이 무리 없이 흘러가는 한, 위험도가 가장 높은 유가증권이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최초대출자산과 관련된 모든 권리(원리금)와 위험도 이른바 이 RMBS(residential mortgage backed securities:주택담보대출채권) 보유자들에게 이전된다. 그러나 RMBS 보유자들은 너무도 많기 때문에, 놀라운 위험분산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대출 제공시, 대출자의 지불불능위험을 홀로 처리해야했던 은행은 유동화증권을 통해 대출자산을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동화증권이 셀 수 없이 많은 투자가들에게 트랑셰별로 나뉘어 작은 단위로 매도되기 때문에 각 투자가들은 총 위험의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더구나 유동화 증권의 위험은 투자가 본인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더욱 희석된다.

2-1. 위험희석 또는 위험증가?

그런데 자산유동화라는 만병통치약으로 금융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해결했다면, 도대체 불안해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더구나 RMBS를 기초자산으로 출발하여 유동화가 또다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RMBS 트랑셰도 시장에서 쉽게 거래될 수 있다. 즉 어떤 투자가들은 보유한 RMBS를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데, 이것이 바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부채담보부채권)이다. 파생상품의 파생상품인 CDO 발행은 RMBS 포트폴리오의 해당부분을 여러 트랑셰로 재분류하는 것이다. 소위 ‘투자적격증권(investment grade)’라고 불리는 선순위 트랑셰 보유자는 자신이 감수해야하는 최초부동산대출의 지불불능위험 중 20%-30%를 줄일 수 있다. 다음이 중위 트랑셰, 이른바 ‘메자닌(mezzanine)’ 트랑셰이며, 가장 하위에 놓여있는 트랑셰가 에쿼티(equity) 트랑셰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감수하는 트랑셰가 바로 이 에쿼티 트랑셰이다. 이 트랑셰는 ‘에쿼티’라는 완곡한 명칭을 갖고 있긴 하지만, 시장언어는 훨씬 더 단도직입적이어서, ‘유독성폐기물’ 트랑셰라고 불린다. ‘에쿼티’ 트랑셰는 위험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데, 에쿼티 트랑셰가 최초대출포트폴리오에서 파생된 RMBS 트랑셰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트랑셰에서 파생된 CDO 트랑셰 중에서도 위험도가 가장 높은 트랑셰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경기가 상승하는 한, 가계가 대출 원리금 상환을 계속 해나가는 한, 언제나 인수자는 존재할 것이다. 폐기물의 ‘유독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채, 놀라운 수익이 계속 확보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헤지펀드들은 고위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이 유가증권들은 시장의 유동성이 보장되는 한, 임의로 되팔 수 있는 자산으로, 따라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수익마진은 엄청나며, ‘유동성폐기물’이 금으로 간주되고, 골든보이들은 축제를 연다. 어마어마한 이윤이 객관적 위험을 은폐한다. 누구도 위험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가능한 최대한 오랫동안 시장의 상승세가 유지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부동산 중개인들은 계속 새로운 시장참여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한다.

3. 구조적 취약성에서 파산까지

자산유동화를 통한 위험분산은 결국 위험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착각이다. 더구나 이 부드러운 취기가 본질적으로 점점 더 모험적인 행동을 부추기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대출제공자인 은행은 심지어 가장 위험한 대출채권도 유동화가 가능하다면, 대출을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헤지펀드는 시장 유동성이 보장되는 한, 가장 위험도가 높은 CDO를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위험도가 높은 CDO는 높은 위험도만큼 고수익이 보장되지 않는가? 물론 여러 차례의 유동화를 거치면서 위험도가 희석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희석은 그 자체로 자산의 전체위험을 엄청나게 증가시키며, 결국 상황이 점점 더 임계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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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시스템은 이제 주변 환경의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타격을 입는 구조적 취약성을 갖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을 때, 0.25 포인트라는 인상폭은 그야말로 작아 보였다. 단, 위험곡선의 다른 쪽 끝에 있는 가계, 예로, 브리마지 부인의 부동산 대출 금리는 2005년 6.3%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이후 11.25%로 급등했고, 매월 상환해야하는 원리금은 414 달러에서 691달러로 늘어났다.(3) 이렇게 되니, 브리마지 부인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었고, 이런 식으로 2007년 1사분기에, ‘서브프라임’ 채무자들의 14%가 파산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그 폭이 작다 하더라도, 2중의 절단효과를 발휘한다. 우선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시장참여자의 수가 줄어든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기존의 시장참여자의 입장에서, 매월 상환해야하는 원리금 총액은 엄청나게 불어난 반면,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어려워진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매도는 매도자 자신에게도 손실을 입히지만, 시장전체에 대한 가격하락압력을 강화시킨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어떤 금융기관이 큰 손해를 보게 되고, 바로 이 순간, 이 기관의 실패를 목도한 시장참여자들은 깊은 충격을 받고,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기 시작한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와 관련해서는 베어스턴스 은행과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AHMI)라는 두 금융기관의 실패가 시장을 환상에서 벗어나게 했다. 베어스턴스 은행은 펀드 2개를 폐쇄해야했고, AHMI는 파산법 11장에 의거, 파산보호를 신청해야했다.(4) AHMI의 실패는 베어스턴스 은행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다. AHMI는 ‘서브프라임’ 대출 부문에 그다지 진출해있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4. 위험평가의 갑작스런 반전

이제 가벼운 패닉상태가 발생한다. ‘유독성폐기물’의 냄새가 이미 코를 찌르고, 사람들은 심지어 CDO의 투자적격 트랑셰들 중 AAA나 AA 트랑셰조차도 위험하지 않을까 자문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판단착오를 하게 되는 것일까? 물론 파생상품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객관적으로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수많은 CDO와 RMBS 트랑셰들을 평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단지 평가 작업의 어려움 때문에 신용평가기관들이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신용평가기관 매출액의 상당부분은 바로 이 유가증권들을 발행하는 금융기관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2006년 무디스사 수입의 40%는 CDO와 RMBS 같은 상품을 평가하는 업무에서 발생한 소득이었다. 그런데, 평가해야할 새로운 상품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기존의 상품들이 양호한 것으로 판정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또한 신용평가기관이 시장의 열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주목하자. 신용평가기관의 업무는 시장의 과열분위기를 조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과열분위기에 편승했다. 사실 금융부문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금융부문에 얹혀살고 있다면, 모두가 재물을 긁어모으고 있을 때, 위험을 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신용평가기관은 경기역행적으로 행동해야할 상황에서 경기순행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시장상승세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상승세가 주춤하자마자, 공포에 떨면서 모든 자산에 대해 평가등급을 전부 하향조정함으로써, 시장붕괴에 일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가계의 대출상환불능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바로 중개인들이 고객을 모집할 때 미끼로 사용한, 이른바 ‘2+28’ 규칙 때문이다. ‘2+28’규칙이란 처음 2년은 저금리가 적용되지만, 이후 28년은 고금리가 적용되는 규칙이다. 따라서 2006년에 계약된 서브프라임은 아직 부실상태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단지 2005년에 계약된 대출자산에 해당하는 위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버블 중 가장 강력한 버블이 장차 세상을 시끄럽게 할 것이다.

세계화는 금융을 세계화한다. 금융세계화와 함께 금융부문의 오류도 세계화된다. 즉, 이 모든 것이 단지 미국국경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담보시장이 붕괴한 곳은 분명히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 담보대출의 유동화증권들은 전 세계의 투기펀드에게 매도되었다. 심지어 지루하고 엄격하며,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을 선호하는 독일인들조차 21세기를 맞아 ‘모던’해지기로 결심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1998년 러시아 위기와 2001년 인터넷 버블 붕괴를 겪은 후, IKB 라는 독일은행이 파산직전의 상황에 몰려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5. 의심의 전염

이제 전 세계의 시장에서 모든 것이 서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파생상품의 불안한 균형은 아무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 한, 즉, 모두가 시장의 유동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믿는 한, 유지된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 중 한명이 큰 손해를 보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CDO를 매도하여 시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잠재되어있던 두려움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구매자들이 모두 사라진다. 유동성은 증발하고, ‘공식적으로’ 양도 가능한 자산들은 ‘실제로는’ 전혀 거래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평가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가격이 사실상 제로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국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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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펀드 세 개를 폐쇄한 BNP-파리바 은행은 뉴스레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동화시장의 몇몇 섹터가 붕괴하면서 기준가격이 사라졌고, 평가등급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등급의 자산의 유동화가 불가능해졌다.”(6) 그런데도, 보두앙 프로 BNP-파리바 총재는 펀드를 폐쇄하기 일주일 전에만 해도, 이 세 펀드의 유동성은 안전하다고 단호하게 천명한 바 있다. 한마디로 위험도가 가장 높은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불안심리가 시장전체로 퍼지면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 상위 트랑셰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 전염은 결코 도중에 멈추지 않는다. 단지 RMBS와 그 파생상품 시장의 모든 등급의 트랑셰 뿐만 아니라, 대출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RMBS 시장과는 어떤 유사성도 없는, 다른 자산시장까지 확산된다.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가 그러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금융부문의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사모펀드는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전도유망한 기업전체를 인수한 다음, 주식시장에서 퇴장시킨 다음,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그런 다음, 2년이나 4년이 지난 후, 인수한 기업을 다시 매각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이 모든 거래의 자금을 주로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자기자본은 극히 일부만 투자될 뿐이다. 더구나 사모펀드의 대출 원리금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지불한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거래를 통해 사모펀드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데, 수익이 너무도 어마어마한 나머지, 은행들은 너도나도 사모펀드에게 자금조달을 해주고 있다. 이 같은 일종의 집단현혹상태에서, 은행들은 뭘 하든지 이익을 볼 것이라고 확신하며, 사모펀드에게 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대출을 제공했다. 소위 ‘약식부채규약(covenant-lite)’가 그러한데, 약식부채규약이란,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준수해야할 기본적인 조건마저도 강제하지 않는, 즉 대출에 거의 제한조건을 두지 않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하십시오. 우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PIK(현물지급)’ 대출도 제공된다. PIK 대출이란, 원리금을 현금으로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부채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환하는 대출을 말한다. 이처럼 사모펀드에 제공되는 대출 총액은 어마어마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거래는 특히 그 거래의 ‘완료’ 시점에 취약성을 보인다. 사실 자산자체가 대표적인 ‘비유동성’ 자산이기 때문이다. 즉, 사모펀드가 매각해야하는 자산은 몇 퍼센트의 주식이 아니라 기업전체인 것이다! 사모펀드가 기업매각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순간, 즉, 매각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연기되거나, 아니면 손해를 보고 매각한 경우, 단지 해당 사모펀드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부문 전체가 충격을 받는다.

사모펀드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제의 동지였던 은행들이 갑자기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위기의 전형적인 혼동효과 때문에, 어떤 부문에서 위험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다른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 부문에서도 초기의 열광은 사라진 상태이다. 1994년 멕시코 위기는 멕시코와 멀리 떨어진 태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바로 이 ‘혼동효과’ 때문이었다. 멕시코 시장과 태국 시장은 둘 다 ‘신흥시장’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었고, 따라서 멕시코의 실패가 태국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붕괴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모펀드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나 사모펀드나 무분별한 대출이 난무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말이다.

6. 은행에 대한 충격

은행이 전체적으로 유동화 게임을 통해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를 제거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의 자산유동화 게임은 결국 여러 루트를 통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선, 은행은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를 통해 파생상품을 취급한다. 따라서 정문으로 내보냈던 담보대출위험이 창문으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사모펀드를 통해 은행도 위험확산의 위협에 직면한다. 특히 사모펀드에서 은행은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은행부문의 신중성 원칙은 농담이 아니다. 은행의 ‘지불능력’ 비율인 자기자본 대 채무의 비율은 신중하게 유지되어야한다. 따라서 만약 비록 잠재적이라 할지라도 손실이 발생한다면, 더구나 신용평가기관이 자산평가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지불능력 비율을 유지하려면, 은행은 손실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확보해야한다. 준비금 때문에 자기자본이 줄어든다면, 분모에 해당하는 대출자산도 줄어들어야 지불능력 비율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결국 언제나처럼, 그로 인한 피해는 이 모든 투기거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실물경제의 행위주체들인 기업과 임금노동자가 떠안게 된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은행의 신용수축은 특정 카테고리 대출자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대출자들에게 공히 해당되기 때문이다.

7. 중앙은행에 대한 구조요청

시장이 상승세일 때, 금융부문의 히어로들은 모던하고 오만하며, 자신만만하다. 그러다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들 ‘엄마’를 외치며 울면서 중앙은행이라는 ‘국가적 어머니’의 품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더구나 평소에는 막대한 부를 자랑하면서 온갖 신랄한 말들을 퍼부었던 바로 그 중앙은행에게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물론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재구축하도록 요청되는 중앙은행은 국가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시장 외부’에 존재하는 공적 기관이다. 이윤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 중앙은행은 증오의 대상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순간,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CNBC 주식채널에서 금융컨설팅 방송을 담당하는 짐 크래머는 황소와(7) 사이렌으로 장식된 배경 앞에서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거의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면서,(8) 연방준비은행 벤 버냉키 총재를 격렬히 비난한다. “금리를 낮추란 말입니다! 제발 낮춰요! 낮춰!” 연방준비은행이 개입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짐 크래머는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벤 버냉키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그저 학자일 뿐이기 때문이다.”(9)

짐 크래머보다 옷을 좀 더 잘 입고, 좀 더 점잖은 펀드매니저들도 짐 크래머의 의견에 모두 동의한다. 그야말로 앨런 그리스펀 전 총재가 그리울 뿐이다. 그리스펀 전 총재는 비슷한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금리인하를 단행했었다. 그리스펀이야말로 쓸데없는 공부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진정한 실무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어느 정도 합리적인 사람들은 오늘날 버블붕괴를 초래하고 있는 위험의 형성과 축적에는 금융의 방종에 대한 이 오랜 관용의 전통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자문하고 있다. 벤 버냉키 총재가 개입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가장 경솔한 거래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게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착각하지는 말자. 이 같은 중앙은행총재의 입장은 파산이 지엽적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만약 여러 금융기관의 실패가 응축되어 도미노 효과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경우, 즉,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경우, 중앙은행은 대대적으로 개입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금융의 폐해 중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내버려 둘 수 없는 수준까지 금융의 규모가 커지면서, 결국 중앙은행이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금융은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 피에르-앙투완 델로메, <르몽드>, 2007년 8월 9일.
(2) 하이만 민스키, 「불안정한 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예일대학출판사, 뉴헤븐, 1986
(3) 그릿첸 모겐슨, 「모기지 미로가 저당물 반환권 상실을 유발하고 있다」, <더 뉴욕타임즈>, 2007년 8월 6일.
(4)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기업은 채권자들의 성급한 상환요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노조와 노사협상을 다시 할 수 있다.
(5) AAA 등급과 AA 등급 자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6) BNP-파리바 뉴스레터, 2007년 8월 9일
(7) 황소는 주식시장상승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8) CNBC, 2007년 8월 3일.
(9) 벤 버닝키는 오랫동안 경제학자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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